[서평] 사회주의 관점에서 분석한 여성억압의 길라잡이: 『페미니즘인가 여성해방인가―사회주의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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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질문

최근 한국인 남편이 베트남 아내를 무차별하게 폭행한 사건에 대해, 주류 언론은 각자의 정치적 견해를 내놓았다. 『중앙일보』는 “가족이 흔들리면 미래가 없다”라는 사설에서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 가족관계, ‘아내든 자식이든 내 소유물, 내 맘대로’란 비틀린 인식도 큰 요인”으로 지적했다. 『한겨레』도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은 배우자 도움 없이 체류 연장 등이 어려운 상황이나 상대방 국가에 대한 차별의식 같은 특수성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여전한 가부장적 인식 그리고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치부하는 경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주장했다. 두 언론의 정치적 차이에도 그들은 가정 폭력의 요인으로 가부장적 인식과 성차별적 인식을 공통으로 주목한다.

이처럼 가부장제 개념이 정치색을 막론하고 곳곳에서 이용된다는 점은 여성과 남성의 대립에 주목하는 페미니즘 관점이 널리 퍼져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페미니즘이 묻지 않거나 못하는 질문들이 여성억압의 진실을 파악하는 데 필요하다.

그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인류 역사에서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여성은 언제부터 차별을 받았는가? 여성, 여성성이라는 정체성이 여성 차별의 원인인가? 성차별적 인식은 왜 발생하는가? 적대적인 여성 차별 인식은 왜 생기는가? 페미니즘의 기원과 주요 개념은 무엇인가? 가부장제의 기원은 무엇인가? 가부장제가 여성억압의 원인인가? 자본주의적 가부장제는 성립 가능한가? 가사 노동과 여성억압의 관계는 무엇인가? 가족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여성의 가사 노동 전담으로 남성은 이득을 얻는가? 가족 임금제는 어떻게 성립되었는가? 사회의 다양한 층위들, 즉 인종, 문화, 국적, 계층, 계급, 종별 등으로 범주화되는 기제들은 여성억압과 어떤 관계일까? 착취와 여성억압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노동·생산과 노동력 재생산은 여성억압과 어떤 관계인가? 사회주의와 여성해방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페미니즘 운동과 사회주의적 여성해방운동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역사적 과정에서 여성 운동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반자본주의 운동과 여성해방운동은 왜 결합해야 하는가?

국내에서 사회주의 관점의 여성해방론을 제시하다

『페미니즘인가 여성해방인가―사회주의에서 답을 찾다』(김민재, 이지완, 황정규 지음, 도서출판 해방)는 다소 난해하고 단순하지 않은 다양한 여성 쟁점에 관한 질문에 차분하면서도 성실하게 설명한다. 이러한 저자들의 작업은 사회주의 관점에서 여성해방을 공부하고 토론한 사회적 활동의 결과물이다.

사회 쟁점으로 여성 차별이 주목을 받을수록 여성문제에 대한 많은 질문이 쏟아진다. 한국은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여성 관련 책이 나왔고 사회적 논의들이 이전보다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여성 차별을 둘러싼 여러 쟁점에 관해 다양한 페미니즘은 그들의 목소리로 답했다. 여성 차별을 분석하는 이론으로 페미니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여성억압을 분석한 작업은 페미니즘의 기세를 따라잡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국내에선 1990년대 이후로 사회주의적 입장에서 여성억압을 자본주의적 착취 기제와 연관해서 분석한 책과 연구물들이 다소 드문 상황에서, 출판된 『페미니즘인가 여성해방인가―사회주의에서 답을 찾다』는 마르크스주의 및 사회주의 입장을 회복한 이론적 차원에서든, 현재 논쟁적인 사안을 다룬 사회 운동적 차원에서든 유의미한 책이다.

페미니즘의 강점과 중대한 약점 분석하기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세 가지 장이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독자의 관심에 맞게 읽을 부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총 3부가 각각 완성된 장으로 구성되었지만, 결국은 세 가지 장의 주장은 일관적이고 각 내용은 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완독을 권한다.

제1부 “사회주의, 여성의 억압과 해방을 말한다”에서는 여성억압은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고 여성해방으로 향하는 길은 사회주의라는 점을 명확하게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여성억압의 기원을 찾는 작업에서 시작된다. 페미니즘은 여성억압의 역사에 관해서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간에) 주목하지 않거나 얼버무리기 식으로 넘어간다. 이러한 이론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페미니즘에서는 여성억압의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억압의 근원이 남성의 ‘본성’에 있기 때문에, ‘역사를 초월한 남성’은 주목하지만 ‘역사 속의 남성’은 관심 밖의 일이다. 이러한 점에서 페미니즘은 인류학의 발견을 중대시했던 마르크주의의 입장과는 대립할 수밖에 없다.

인류학은 인간의 역사에서 여성억압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를 발견했고, 이는 여성억압이 남성 본성(및 인간 본성)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인류가 사회를 어떻게 조직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관계에서 여성억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잉여생산물의 생산 및 관리, 재생산을 배타적으로 독점한 계급이 등장하면서 여성억압의 기제는 체계적으로 작동하였다. 계급사회와 필수 불가결한 관계에 있는 여성억압의 기원은 여성해방의 열쇠를 찾는 작업과 연결된다. 이러한 점에서 여성해방의 길은 계급이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주의와 맥을 같이한다. 이런 입장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여성 차별을 사회가 운영되는 방식과 연결해서 고민해볼 수 있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제1부에서 펼 수 있다.

2부 “페미니즘 개념을 비판하다”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페미니즘의 주요 개념―가부장제,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 정체성 정치, 상호교차성, 사회(적)재생산 등―을 사회주의 입장에서 비판한다. 다소 어렵고 생소할 수 있는 이론적 논의를 다루고 있지만, 저자는 페미니즘의 주요 개념이 등장한 사회적 배경과 논쟁점, 여성 운동에 미친 영향 등에 관한 핵심 맥락을 적확하고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우선, 일상에서 경험하는 여성에 대한 남성지배를 개념화한 가부장제는 현상 수준에서 여성 차별을 파악한다. 이런 점에서 차별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여성에게는 매력적인 개념으로 다가온다. 경험적 분노를 차분히 검토하면서 남성 일반이 여성을 지배하고 있느냐는 질문과 함께 남성지배의 본성은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인가 등에 의구심을 제기한다면, 가부장제가 견고하지 않은 개념이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도 가부장제가 일상 곳곳에서 언급되는 이유는 개념의 불확실성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의미가 표류하는 개념은 어디에서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일 수 있다. 하지만 여성해방운동에서 이 개념은 여성과 남성 사이의 대립 관계를 설정한다는 측면에서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저해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는 가부장제가 여성억압의 원인을 적절하게 답해줄 수 없다면 불필요한 개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페미니즘에서 주요한 공격 대상인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은 남성 자본가와 남성 노동자의 공모를 강조한다. 하지만 저자는 역사적으로 가족임금제가 성립된 배경을 살펴보고, 그것이 “여성이 자본가의 입장에서 남성보다 열등한 노동력으로 고착된 상황에서 노동자계급의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대응의 결과”라는 점을 지적하며 페미니즘이 제시한 남성 연대는 역사적으로 틀린 설명이라고 비판한다. 무엇보다 자본가에게 남성 노동자도 여성 노동자와 함께 착취당함에도 불구하고, 가족 이데올로기와 젠더 이데올로기를 남성들이 공유한다는 점에서 남성 연대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페미니즘 주장은 개인적으로 볼 때 여성해방운동에서 노동계급의 분열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해롭다.

다음으로, 성별, 종교, 인종 등의 정체성을 기준으로 각 집단의 공통된 경험에 기초해서, 각 집단의 권리를 주장하는 정체성 정치는 미국의 정치적 특색이 반영되어 형성된 개념이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정체성의 경험이 붕괴하자, 정체성 정치는 불공정한 분배 구조 내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개인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목표로 하는 실천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저자는 정체성 정치가 온건한 체제 순응적 운동에 머물며 계급문제를 생략 및 은폐한다는 점에서 비판한다.

1970년 이래로 다양한 억압에 대한 사회운동은 정체성 정치의 한계를 보여주었고 이러한 사회운동의 경험은 정체성 정치를 극복하는 상호교차성 개념이 등장하게 된 주요한 배경이다. 다양한 사회 억압의 교차점에서 여러 억압을 결합할 수 있다는 상호교차성은 정체성 정치보다는 진전된 개념이다. 하지만 억압의 내적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병렬식 연대는 사회 운동에서 무지개연대로 나타났고, 제 아무리 분노의 폭발이 거대하다 할지라도 사회 변혁의 핵심 기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구심점이 없는 운동이 되었다. 이런 운동은 체제 개혁에 국한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사회주의의 및 마르크스주의 내에서 논쟁인 사회(적)재생산 이론은 여성문제와 계급문제를 통합하는 이론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하지만, 과연 사회재생산 이론이 통합 이론인가라는 점에서는 개인적으로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 잉여가치론, 생산-재생산 개념을 혼란하게 만들었다는 이론적인 측면에서도 이들의 노력은 부적절해 보인다. 저자는 그것을 두고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이원론 답습, 마르크스주의 개념의 자의적 해석과 왜곡, 여성문제를 자본주의의 운영법칙으로 협소하게 포괄하려고 한 시도라는 점에서 비판한다.

3부 “페미니즘 책을 비판하다”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네 권의 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페미니즘에서 고전으로 취급하는 『페미니즘의 도전』에 대해서는 지배이데올로기에 도전한다고 하지만 지배이데올로기가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물질적 토대 문제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도발하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한다. 여성 혐오라는 강한 어조로 남성의 성차별을 표현하려 했던 단어가 여성억압의 구조에 주목하는 것을 저해했다는 점에서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를 비판한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남녀 분리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적 가부장제를 다룬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남성의 폭력과 약탈이 여성억압과 자본주의 등장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데, 저자는 이 점을 비판한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봉건제에서 자본주의 이행 과정을 그려보겠다는 야심에 찬 작품인 『캘리번과 마녀』에 대해서는 마르크스의 시초 축적에 대한 무지와 왜곡에 기초해서 전 자본주의적 이행 과정의 역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확장하고 결국은 봉건제 미화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혹독하게 비판한다.

사회주의의 역할

이 책은 여성억압에 대한 페미니즘 관점을 비판한다. 페미니즘을 이론적 차원에서 비판한다고 해서 페미니즘 운동과 연대를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여성해방운동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페미니스트와 함께 여성이 진정으로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략 및 전술을 논쟁해야 한다.

사회주의적 관점으로 여성억압을 분석하는 작업은 여성운동의 확산과 여성해방 목표를 달성하는 일과 연결되어 있다. 노동계급운동과 여성운동은 자동으로 결합하지 않는다. 노동자들 사이에서 성적 편견과 성별 분리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식적 노력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사회주의자는 이 둘을 결합시키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계급투쟁과 여성해방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작업에서 이 책은 훌륭한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

글의 갈무리를 대신하여,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한 쟁점이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후속 작업은 우리의 몫이고, 이러한 점에서 한국 사회운동 진영에서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이 활발하게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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