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제시한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0
823
[사진: The Times]

[편집자 설명] 최근 기후위기 문제를 다룬 빌 게이츠의 책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이 출판되면서 책의 내용이 주류 언론과 정치인들을 통해 많이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김민정의 기고 글은 빌 게이츠의 주장이 가진 한계를 비판하고 있다. 이 글은 필자가 자신의 글 「빌 게이츠가 못 보는 기후위기 해법」(『진보평론』, 2021) 중 일부 내용을 가져와 재구성한 것이다.

한국 주류 정치인의 빌 게이츠 활용법

출간하자마자 교보 문고의 베스트셀러에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은 저자가 전달하려는 의도에서 다소 벗어나, 한국에서는 핵발전소 옹호의 근거와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대한 비판의 근거로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주간조선」과 「중앙일보」의 입장과 주류 정치인의 행보 등이 있다.

민주당 K뉴딜 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광재 의원은 2021년 3월 30일에 주최한 ‘미래 대담’에서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0’을 달성해야 하는데,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자연 에너지는 땅을 많이 차지하고 효율이 떨어져서 새로운 에너지 생산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빌 게이츠가 제시한 소형 모듈러 반응로(SMR)를 대안으로 소개한다. 다른 한편 4월 15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국민의 힘, 기후에너지 5대 정책 방향 제안”에서 “재생에너지와 미래형 스마트 원전의 조화”를 언급한다. 미래형 스마트 핵발전 개발의 근거로 빌 게이츠가 화석에너지 퇴출과 재생에너지 보완을 위해 SMR 소형 모듈러 반응로 개발에 투자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듯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협력하는 부분이 바로 핵발전 기술 개발이다. 빌 게이츠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주목한 기술도, 미 바이든 행정부가 지목한 차세대 첨단 핵발전소도 SMR이라면서, ‘혁신형 SMR’의 전략적 추진을 위해 4월 14일 국회‧정부‧산업계‧학계‧연구계는 ‘혁신형 SMR 국회포럼’을 출범했다.

빌 게이츠가 쓴 책의 한국어 번역본은 총 342쪽이다. “무탄소 전기 만들기”라는 소제목 장에서 핵분열, 핵융합, 해상풍력, 지열 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언급은 7쪽(그 중 핵융합은 대략 2쪽)분량에 불과하다. 책의 핵심 내용은 연간 510억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하고(여기서 사용하는 ‘0’(제로)는 탄소 배출이 0이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거의 순배출 제로’(near net zero)혹은 순배출 제로(net zero)는 배출되는 양과 제거되는 양이 같은 상황인 탄소 중립으로 쓰인다. 이에 대해서는 황정규의 「‘순’배출제로의 문제점: 탄소 포집 기술은 사기다」를 볼 것[편집자]), 이를 위해서 태양광과 풍력 등 이미 보유한 수단을 더 빨리 그리고 더 현명하게 사용하고, 획기적인 기술 개발로 배출량 제로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주류 정치인의 주장은 빌 게이츠의 책 내용 중 일부를 아전인수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 핵반응로 개발의 위험성

물론 저서에서의 빌 게이츠와 달리 ‘투자자’ 빌 게이츠는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기술에 15년간 2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차세대 핵발전소 개발에 대한 비중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빌 게이츠는 차세대 핵반응로 개발을 위해 2006년 테라파워(TerraPower)를 창립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나트륨 핵반응로는 열화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하며, 냉각재로 끓는점이 높은 액체 나트륨을 사용한다. 테라파워는 이러한 기술 개발이 핵발전소 사고에도 폭발하지 않고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지 않은 안전성이 보장되며, 기존 핵발전소에 비해 건설비용도 4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 핵반응로는 현재 컴퓨터 안의 시험(demo) 핵반응로로 존재할 뿐 공식적으로 가동하기까지 몇 십 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빌 게이츠 자신도 인정한다. (백번 양보해서 핵발전소의 반대여부를 떠나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10년 안에 획기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데, 언제 실용화될지도 모르는 차세대 핵반응로를 기다리기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재생에너지의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무엇보다 핵에너지는 기후위기에서 인류를 구하기는커녕 가장 심각한 환경 재난을 일으키는 주범이며, 기후위기에 대한 최악의 처방이다.

체제 유지의 기후 해법

빌 게이츠는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에 토대를 두고 있지 않고 무엇보다 화석연료와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없는 업종에서 이윤을 획득한다. 그러다보니 기후위기를 보는 시각이 화석연료에 기초한 자본가보다는 이해관계에서 다소 벗어난 듯하다. 기후위기에 대한 빌 게이츠의 진단은 다른 자본가보다 현실적이다. 그는 “인류가 매년 배출하는 510억 톤의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기술자답게 현대 문명을 뒷받침하고 있는 과학기술 및 공학에서 탄소 저감을 위해 필요한 혁신적인 기술을 세부적으로 소개하고 정리한다. 그는 기술의 실효성을 우선에 두기에, 지구의 대양과 대기에 일시적 변화를 가해 지구 온도를 낮추는 지구공학 연구보다는 기후 ‘완화’와 ‘적응’에 대한 연구에 더 주목하는 듯하다.

구체적으로 그는 전체 사회를 조망하면서 전기 생산, 제조, 사육과 재배, 교통과 운송, 냉방과 난방 등의 배출원에 따른 온실가스 절감 기술 및 혁신의 방향을 제시한다. 기술 개발에 있어서 핵심이 “돈이 얼마나 들어갈까?”라면서, 탄소 저감 기술의 확대에 있어서 ‘그린 프리미엄’을 낮추자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설명한다. 가령 온실가스 배출 없는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할 때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꾸준히 낮춰 시장에서 친환경이 채택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각 분야에서 어떻게 그린 프리미엄을 낮추는 혁신이 가능한 지를 현실적으로 논증한다. 갑부이자 기술자의 이러한 현실적 방안 제시에 매력을 느낀 환경론자(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는 빌 게이츠의 행보를 다음과 같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 초창기에 함께했던 동료 두 명이 회사를 그만두고 환경운동을 하게 되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흘려듣다가 과학적인 데이터들이 전망하는 암울한 지구의 전망에 충격을 받고, 기후변화 문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약 10년간의 학습결과 가장 긴급하고도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기후 재앙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경영자로서, 창업자로서, 그리고 자선사업가로서 현실적인 대안을 정리한 책이다. …… 이 책의 미덕은 아주 현실적인 대안들이다. 탄소배출이 안 되는 자연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되, 아주 싼값에 빨리 저개발 국가에 제공해야 하며, 그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사업가라면 다양한 기후솔루션이 정확하게 정리된 이 책을 한 편의 신규사업 진출 기획안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경향신문』, 2021. 2. 6.)

기후 시대에 걸맞게 사업 투자도 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사회 공헌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사업 수완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라는 환경론자의 입장은 공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동시에 가해자의 개과천선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사업가에 대한 이러한 관대함은 공해 산업에서 벗어난 정보통신기술에 토대를 둔 신흥 IT 자본가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시각은 단일 사안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환경 문제‘만’으로 세상을 파악한다.

하지만 사회는 기후위기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착취와 억압, 천대 등의 문제가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석연료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이라도 다른 기업처럼 환경 비용을 외부화하며, 노동자가 만든 잉여가치를 착취한다는 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코로나19로 늘어난 택배를 감당하는 물류업체의 살인적 노동 강도 및 과로사의 이면에는 이들 업체의 영업이익 창출로 미소 짓는 기업가가 존재한다. 자본과 노동의 이해가 일치한다고 하거나 자유 경쟁의 결과로 전반적으로 조화와 국민 복리가 실현된다고 하는 주류 이데올로기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사회 불평등을 체감하면 할수록 그 입지가 좁아진다.

재생에너지 개발의 장애물

기술 찬양론자인 빌 게이츠는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지만, 이런 태도는 분명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기술을 도입하려는 경제 및 사회 환경을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그린 프리미엄이 낮춰지지 않는다면 현재 탄소 저감 기술이 존재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더라도 현실화되지 않은 냉철한 사회 실상을 보여준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효율적 활용을 방해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재정과 정치다.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는 수십 년 동안 천문학적인 보조금과 엄청난 규모의 투자 지원 및 법, 제도적 지원을 받아왔다. 그래서 화석에너지 및 핵에너지가 ‘저렴한’ 것처럼 평가되지만 이 평가 항목에서 제외된 부분은 외부비용으로 전가된다. 이 점을 파악한 빌 게이츠는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의 조성을 요구한다. 그는 가격 기제에 의해 기술이 도입되는 시장경제 체제의 운영 원리에 맞게 재생에너지의 기술 도입을 위한 가격 기제 장벽을 시장의 논리로 해결하는 방식보다 국가의 지원 방식에 중점을 둔다. 자유 시장 경쟁 체제에‘만’ 의존해서는 현행 화석연료에 기초한 에너지 산업을 혁신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도 인정하듯이 “에너지 산업은 5조 달러 규모의 거대한 산업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투자로는 에너지 산업을 혁신시킬 수 없다. 그래서 노골적인 국가의 지원과 재정 투입을 요구한다.

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정책

빌 게이츠의 책 10장은 “정부 정책은 얼마나 중요할까?”이다. 그만큼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 저감 기술의 도입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친시장주의자라고 알려진 빌 게이츠가 정부가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에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다”라고 그 자신도 인정한다.

그가 제시하는 정부의 역할은 제로 탄소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고, 연구 개발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민간 부문의 투자 갭을 메꿔줘야 하고, 화석연료로 인한 피해를 가격에 반영해서 상품을 비싸게 만들고, 저탄소 기술 도입에 있어서 불필요하고 낙후된 법률의 개정 및 규제를 허물고, 정부 규제에 최신 기술과 제로 탄소화의 시급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뒤처지지 말아야 하며, 탄소 없는 경제로의 전환에 있어서 공정한 경제구조가 될 수 있도록 계획해야 하고, 기존 산업 체계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상의 정부 정책의 핵심은 기술, 정책, 시장이 상호 작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의 혁신이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 체계 및 산업구조 전환이 필요한데, 이는 몇 개의 기업만으로는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빌 게이츠는 기술 도입에 개입하여 기업의 이윤 창출을 원활하게 지원해줄 수 있는 보모 역할을 국가에 요구하는 것이다.

이 제안은 아래로부터의 노동자와 인민이 기술을 통제하고 정책에 관여 할 수 있는 여지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입장에는 국가와 정부가 계급 중립적인 입장에서 정책을 수행한다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계급 사회에서 국가는 지배계급의 일원으로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벗어난 행위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다. 정치인과 고급 행정 관료, 사업가 사이의 부패의 고리는 개인의 부도덕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지배계급 내의 이해관계를 공유하면서도 서로 나눌 이해관계가 적어진다면 서로 폭로하는 관계에서 비롯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다.

기후 불평등

빌 게이츠는, 개인이 시민으로서, 소비자로서, 고용주 혹은 직장인으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실천을 제안한다. 시민은 기후변화 정책을 요구하는 유권자로서 정치적 압력을 가해 정치인이 실제로 행동에 옮기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는 저탄소 제품을 선택하는 수요자로서 정부와 기업이 혁신 기술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청정 전기를 신청하고, 가정 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전기차를 구매하고, 인공 고기를 먹어야 한다. 직장인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 예를 들면 탄소를 상쇄하는 나무 심기 등과 같은 실천을 함으로써 회사가 더 중요한 일을 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 기업은 친환경 혁신을 가져올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내부적인 탄소세를 도입하고, 그린 프리미엄이 큰 분야(그리드 스케일의 에너지 저장, 전자연료, 핵융합, 탄소포집, 제로 탄소 시멘트와 강철 등)를 찾아내 시장이 형성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에게 요구하고 협력해야 한다.

제시한 각자의 역할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자본주의에서 노동자 개인이 기술 혁신 과정에 참여하거나 결정할 구조보다는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크게 본다. 무엇보다 현행 제도에서는 기업과 정부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노동자 및 인민의 권한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기후 불평등적 관점에서 본다면, 기후위기를 일으킨 가해자인 기업과 정부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를 일으킨 책임을 소비자, 노동자 등과 함께 지게 만드는 이러한 접근은 틀렸다.

기술 개발을 통한 기후 해법은 어떤 기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결정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기술을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민주주의’를 주목하지 않는다. 또한 현재의 기후위기는 자본 축적을 위한 자본주의적 생산이 낳은 문제인데도 자본주의 생산 그 자체를 비판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생산에서는 개별 자본의 이윤 추구를 목표로 생산이 진행되기 때문에 사회적 필요에 바탕을 둔 생산의 민주적 계획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쪽에서는 팔지 못한 식료품이 버려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식료품을 구매하지 못한 이들이 굶는다.

체제 변혁의 필요성

국제적 보건의료 확대와 빈곤 퇴치, 그리고 미국의 교육 기회 확대와 정보 기술에 대한 접근성 확대를 목표로 제시한 게이츠 재단은 재단 유지를 위해서는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운영된다. 따라서 자본주의 구조에서 발생하는 계급 관계, 사회 불평등, 기아 및 빈곤 등을 고려하면, 게이츠 재단이 빈곤 퇴치의 장애물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빌 게이츠 자신도 자본가 계급의 일부이다. 이는 그가 막대한 부를 소유한다는 것 이상으로 이 사회를 유지하고 지배하는 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현행 계급 관계와 사회 불평등을 생산 및 재생산하는 사회 구조를 문제의 핵심으로 주목해야 하지만, 빌 게이츠는 전혀 그러지 않는다.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