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선생님께: 전교조 중집 결정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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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편집자 설명] 전교조 중집은 지난 8월 23일 비정규직 교사의 정규직 전환 반대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9월 2월 대의원대회는 이러한 결정을 승인하고 이에 반대하는 발의안을 부결시켰다. 이는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싸워 온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와 원칙뿐 아니라 참교육을 실현하고 경쟁교육에 맞써 싸워온 전교조 자신의 역사마저 저버리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비정규직 교사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다양한 논리들이 나오지만, 이것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자신들만의 생각일뿐이다.

다행히 전교조 안에 있는 모든 조합원이 이런 잘못된 결정에 찬성하고 이 결정을 좋은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적지않은 조합원이 이런 결정에 문제를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이런 조합원들이 새로운 교사노동운동의 희망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전교조 내에서 중집 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듣고자 이 기고를 받았다.

A선생님,

지난 8월 23일,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가 총론에 이은 구체 내용으로 적시한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반대 결정이 있기 전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와 비정규직 노조 쪽에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의 정규 교사 전환 요구를 지지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까봐 심히 우려된다며 제게 의견 주셨던 걸 기억하십니까? 그 뒤 결국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는 구체 내용이 적시된 정규직 전환 반대를 문서화했고, 9월 2일 전국대의원대회는 대의원 31명이 연명으로 제출한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동의와 정규직 전환을 위한 연대투쟁’ 안건을 부결시키고 중앙집행위원회 결정을 확인했으니, 이제 선생님의 우려는 거두어도 되는 상황이 된 것 같긴 합니다.

게다가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 결정 후 동아일보는 8월 25일, “교총에 이어 전교조도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반대”, 대의원대회 이후 조선일보는 9월 5일 “전교조, 기간제 교사 정규직 동의 안 한다”를 제목으로 뽑고, 대서특필하여 전교조의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반대 입장에 쐐기를 박기까지 했습니다.

좀 늦긴 했지만 선생님이 우려했던 전교조가 정규직 전환에 찬성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가 정말 잘못된 것이었는지 밝힐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선생님은 의견에서 기간제 교사와 정규 교사는 다르다고, 또는 달라야 한다는 의미를 갖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런 선생님 주장은 정규직 교사의 노동과 비정규직 교사의 노동이 다르고, 각각 서로 다른 고용관계에서 일할 뿐인 ‘사람’ 또한 다르다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다름’을 강요한 절차(임용고사)는 물론 ‘다름’을 가른 기준의 문제점(시험 합격 여부), 그리고 ‘다름’ 해소를 위한 제안(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해 ‘현실’과 ‘과제’가 뒤죽박죽이고, 개념분리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어떤 토론이 가능할지 의문이라 했지요. 좀 지난 일이긴 하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철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전교조 안팎으로 뜨거운 논란거리일 수밖에 없고, 여기가 끝이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을 것 같아 선생님의 그릇되고, 비논리적인, 그리고 반노동자적인 주장에 대해 토론하려고 합니다.

A선생님,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와 정규 교사의 ‘다름’이 ‘게임 룰’에 따라 만인에게 평등한 기회를 부여한 결과, 또는 균등한 기회를 부여한 게임의 결과이기 때문에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지요. 이런 선생님 주장은 마치 정규 교사 지위는 존중 받아야 마땅하지만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 요구는 이른바 ‘떼쓰기’ 정도로 치부하고, 그들의 ‘다름’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읽힌다면 과도한 것일까요?

답답한 노릇이긴 합니다만 선생님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등한 기회, 또는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게임이 정말 가능하다고 믿으십니까? 여기에서 선생님은 어찌 보면 공정한 것 같은 ‘기회’만 볼 뿐 그 이면에 있는 ‘경쟁’을 보지 못하는 크나 큰 실수를 범한 것 같습니다. 때문에 ‘기회’ 앞에 ‘평등’과 ‘균등’을 붙이는 오류를 스스로 깨달을 수 없었고, 아전인수 격 주장을 펼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이나 제도로 미리 공표된 ‘게임의 룰’이 평등한 기회를 부여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노동자·민중에게 평등한, 또는 균등한 기회가 올 수 없다는 생각을 했을 법도 한데 선생님은 아마 거기에서 예외인가 봅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교사되길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임용고사가 평등한, 그리고 균등한 기회를 부여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선생님 눈에는 자본주의 사회가 발달할수록 부와 빈곤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그에 따라 대다수 노동자·민중은 생존권마저 위협당하는 처지라서, 그 잘난 평등한, 그리고 균등한 ‘기회’인 ‘시험’ 준비 과정에서조차 기울어진 채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 보이는 모양입니다. 아니면 자신은 정규직으로 당당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신과 동일하게 되는 것이 어쩐지 손해 보는 것도 같고, 억울한 것도 같아 억지로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선생님은 임용고사가 이미 교사 자격을 갖춘 이들을 경쟁시키는 기능만 할 뿐 교사가 갖추어야 할 전문성이나 자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임용고사는 처음 도입될 때부터 교사 임용을 바라는 다수 중 소수를 솎아내는 ‘순위 경쟁’ 기능만 해 왔을 뿐입니다.

선생님 주장대로면 평등한, 그리고 균등한 기회인 경쟁 입시를 거쳐 특목고에 입학한 후 대학 경쟁 입시에서 우월한 지위를 갖게 되는 것과 소위 일류 대학을 졸업하여 시험을 통해 취업 또는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갖게 되는 것도 공정한 절차를 거친 결과이니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 또한 선생님이 그리도 숭상하는 객관적 실체이고, 유지되어야 하는 현실이니까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전교조가 주장해 온 특목고 폐지, 대학 평준화는 공염불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선생님께 묻고 싶습니다.

선생님 주장에 대해 또 하나 짚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자본과 국가권력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노동자를 관리하고 통제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때문에 자본과 국가권력은 노동력을 관리 통제하고, 지배하기 위해서 노동자·민중들 사이 경쟁을 강화하고, 분열을 심화시키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안해 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은 노동자계급의 힘을 약화시키고, 자본의 위기를 손쉽게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면서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력 수탈 형태입니다. 선생님이 주장하는 평등한, 그리고 균등한 ‘기회’ 뒤에는 자본과 국가권력이 경쟁이데올로기를 통해 노동자·민중을 분할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이런 음모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노동자 또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점 또한 보지 못하는 선생님의 지적 놀이와 어리석음에 빠진 주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뜬금없이 ‘계층할당제’ 도입을 주장하셨지요? 현재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몇몇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규직 전환 할당 시혜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혜안에 그저 놀랄 뿐입니다. 다른 비정규직과 같이 학교 비정규직의 경우도 선생님의 주장처럼 ‘계층할당제’를 통하거나 임용고사를 현재와 같이 유지한 상태로 기간제 교사나 강사도 임용고사(혹자는 기간제 교사, 강사에게 가산점을 주면 된다고 합니다)를 보게 해서 해결할 문제도 아닙니다. 또한 비정규직과 정규직 차별을 그대로 둔 채 선생님이 주장하는 처우개선, 고용안정 같은 ‘실효성 있는 보호책’으로 해결될 문제는 더더욱 아닙니다.

기간제 교사, 강사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교사 정원을 지금보다 대폭 늘이는 한편 임용고사를 폐지하고, 목적형 교원 양성제도를 복원하여 교사 자격을 갖춘 이들을 모두 정규 교사로 임용하여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학교에서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기간제 교사, 강사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정규직 교사 자리 수를 미리 늘려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정규직 자리가 늘어나면 교사 임용을 준비하는 이들이 교사되기도 좀 더 쉬워질 테고, 이는 앞으로 교사 정원 확대 투쟁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A선생님,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와 정규 교사 문제 해결은 ‘다름’의 본질이 무엇이고, ‘다름’에 부당한 선별이 개입했는지 밝히는 것이고, 부당한 선별을 바로 잡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이 글 자체에는 동의하나 선생님이 쓴 글의 배경을 생각하면 이 또한 선생님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선생님은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가 정규직 전환 찬성을 결정할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과 논거가 대중적으로 공유되는 것이 우려됐을 것이고요. 그래서 선생님은 정규직 전환 찬성 입장이 기간제 교사와 비정규직 노조 쪽에 ‘잘못된 신호’가 될 것이라고 했던 것 아닙니까?

하지만 선생님, 기간제 교사와 정규 교사의 교육노동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없습니다. 교육노동자는 교육노동 수행을 위한 고용형태가 정규 교사이든 기간제 교사이든 교육활동을 위한 자신의 노동력을 국가, 또는 사립학교 재단, 지방교육자치단체에 판매했을 뿐으로 서로 다른 교육노동을 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똑 같은 노동력을 제공함에도 정규 교사는 비정규직보다 보다 비싼 가격으로, 기간제 교사는 보다 싼 가격으로 노동력을 판매했다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이것이 기간제 교사와 정규 교사 사이 ‘다름’의 본질입니다. 선생님 주장처럼 임용고사 합격 여부가 ‘다름’의 본질이 될 수 없다는 것일 뿐 아니라 자본과 국가 권력이 만든 법과 제도에 대한 자구 해석이 본질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부당한 선별을 방지한다고 국가를 포함한 교육노동자 고용주는 목적형 양성과 의무 임용, 임용고사, 공개 채용, 특채 등 선발제도를 변용해 왔습니다. 이는 교사 고용(임용) 절차와 방식, 그리고 내용은 시대적, 사회적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임용고사만이 절대적이고, 유일한 교원 임용의 기준이자 잣대라는 선생님의 ‘객관적 실체’ 주장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특정한 방식의 임용만이 평등한, 그리고 균등한 기회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 정규 교사는 임용고사 합격을 통해 임용되었기 때문에 그 이외의 방식으로 임용된 교사들을 배제하거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해야 한다는 선생님 주장은 명백한, 어쩌면 아주 순진하기까지 한 오류를 범할 뿐입니다.

선생님, 이런 것도 한 번 고민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기간제 교사, 강사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정규직 자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당연히 임용을 위한 경쟁은 약화될 것이고, 교사 임용을 위한 기회비용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물론 임용 기회 박탈과 그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같은 주장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또한 학교 비정규직을 포함함 교육노동자들이 계급적으로 단결할 수 있는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열게 될 것이며, 이는 법외노조 철회, 해고자 복직, 교원의 노동3권/정치기본권 쟁취, 참교육실현, 혁명적 교육체제 개편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전교조가 겪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바꿔 나갈 가장 강력하고, 유력한 무기를 획득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여겨지는데 선생님은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A선생님,

아, 결국 교육부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는 문재인 정권이 말한 학교 비정규직 ‘제로’가 아니라 학교 비정규직 전환 ‘제로’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것이 선생님께는 쾌재입니까?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제게 한 얘기에 제 바람을 좀 보탠 글을 선생님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토론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할 일은 ‘지금 당장’ 구름에서 땅으로 내려와 존재에 대한 배신을 아프게 성찰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관념의 세계에서 벗어나 땅에 발을 딛고, 투쟁하고 있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와 민주노조운동을 함께 해온 동지들, 조합원 대중과 소통하기 바랍니다. 선생님의 세 치 혀가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극복하고, ‘갈리아의 수탉’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는 것이 어리석을 수 있겠으나 그래도 한 번 미련한 기대를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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