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노조 파괴 재판에서 드러난 반노동자적 행위: 철저한 진상조사와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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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삼성 측의 노동조합 파괴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삼성자본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와해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삼성자본의 행위를 넘어 노동조합 간부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자본과 협력하고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는 등의 일이 벌어졌음이 재판과정에서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신생 노동조합의 활동을 옆에서 지원하고 올바로 인도해야 할 상급단체 간부가 이러한 야합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협력을 용인했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이나 다름없는 금전적인 후원도 받았다는 내용도 나와 충격을 더한다. 조합원이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판단한다는 노동조합의 가장 커다란 민주주의 원칙이 무너졌고 자본과의 추악한 밀회가 스스럼없이 벌어진 것이다. 당사자들은 노동조합을 지키고, 정규직화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노동조합 원칙의 훼손, 자본과의 야합으로 이뤄낸 결과는 준엄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지켜진 노동조합이 튼튼할 리 없기 때문이다.

수년간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투쟁과정에서 이러한 비민주적이며 반노동자적인 행위가 계속 일어났다. 그러나 지회 내부에서조차 그 과정이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렇게 잘못된 노동조합 운영이 가능했던 이유를 단순히 직책을 맡고 있는 개인들의 욕망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즉 노동운동 풍토가 이미 그런 행위들을 제어할 수 없을 만큼 후퇴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 사건을 단순히 한 개인, 개별 노동조합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사건은 우리 운동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바라보면서 조직적이고 철저한 비판과 평가를 통해서 교훈을 얻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조합원이 배제된 ‘블라인드 교섭’

2014년 6월 삼성자본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사이에 교섭테이블이 열렸다. 이 교섭테이블의 배경에는 염호석 열사의 죽음이 있었다. 열사의 죽음 이후 사회적 압력이 거세지자 삼성은 교섭을 통해서 최소한의 양보를 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였다. 그 결과 나온 방식이 바로 ‘블라인드교섭’이었다. 문제는 그 방식을 노동조합이 수용했다는 점이다. 교섭 담당자가 누구인지, 안건이 무엇인지 투쟁의 주체인 조합원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속칭 ‘깜깜이’ 교섭이 시작된 것이다.

각각 실무자 1인이 진행하는 블라인드 교섭은 그간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노동자 민주주의의 원칙으로 견지했었던 집단교섭과 공개교섭을 무너뜨린 반민주적 행위였다. 당연히 블라인드 교섭에 대해서 비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블라인드 교섭은 진행됐다. 여기에 심각성을 더한 것은 민주노조의 원칙을 어긴 블라인드 교섭에 대한 비판에 대해 비난이 난무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블라인드 교섭에 대한 비판을 두고 사회진보연대 한지원은 ‘삼성 매파의 공작’이라고 비난했다. 이 비난이 논란이 되자 사회진보연대는 한지원에 대해 징계를 했다.

이렇게 민주노조의 원칙이 뿌리에서부터 흔들리는 일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블라인드 교섭에 대한 비판은 금속노조나 당사자들에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교섭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블라인드 교섭부터 직접고용 합의까지 모든 과정에 정보경찰을 낀 삼성자본의 공작이 작용했다는 것이 최근 재판과정에서 밝혀졌다.

잘못된 노조활동은 비단 블라인드 교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투쟁이 거세지자 삼성은 대리점 기획폐업으로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기획폐업으로 현장과 노동조합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또한 삼성은 기본협약 체결 이후 바지사장을 내세워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고 했다. 이에 대한 항의로 천안-아산 두정센터에서 근무하는 정우형 동지가 음독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당사자의 요구와 투쟁 목표는 무시한 채 사측과 전격적으로 합의하면서 정우형 동지는 어쩔 수 없이 퇴사하게 됐다. 블라인드 교섭 때부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과의 교섭에 매달리면서 현장 조합원들의 요구를 받아 투쟁을 만들어가기보다는 삼성과의 협력을 통해서 노동조합을 보존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것은 최종범과 염호석 열사의 염원을 계승하는 태도라고 볼 수 없었다.

반성과 비판 없는 태도

삼성의 노조 파괴 행위에 대한 조사 단계에서는 경악할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금속노조 간부인 조건준이 노조말살공작의 책임이 있던 삼성전자 이사의 구속에 대한 탄원서를 쓴 일이었다. 노동조합 간부가 노동조합 파괴 만행을 저질렀던 자본가의 구속을 우려하여 석방 탄원서를 쓴 것은 노동운동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당사자는 자신이 이미 자본에 포섭된 사실을 모르는 것 마냥 탄원서 제출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항변을 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신속하게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당사자인 조건준을 면직처리했으나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진상조사는 진행하지 않아 많은 의혹을 남겼다(이에 대한 비판은 필자가 쓴 「금속노조 간부 삼성을 위해 탄원서를 쓰다」를 참조할 것). 그런데 최근 재판에서는 2014년 5월말 코리아나 호텔에서 있었던 블라인드 교섭에 대한 사례비로 삼성에게 직접 금품을 받은 사실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조건준은 SNS를 통해서 항변했다(관련 글은 하단에 첨부함). 과정이 어찌되었든 노동조합을 지켜내고, 정규직 전환을 이뤄낸 것은 사실이고, 그렇다면 그것은 성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건준의 항변은 조합원들은 안중에 없는 태도이다. 조건준이나 라두식 지회장이 그 성과를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런 결과를 얻기 위해 최종범과 염호석 열사의 죽음이 있었고, 조합원들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항변은 투쟁의 성과를 몇몇 개인들이 노력한 결과(사실은 삼성의 공작에 놀아난 것에 불과한)인 것처럼 호도하는 개인주의적이고 관료적인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개인주의적이고 관료적인 인식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라두식 통합지회장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 삼성이 정보경찰을 통해 라두식 지회장을 관리하고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지자 그는 “정보경찰을 대삼성 메신저로 활용하려던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리고 지회장 사퇴의사는 밝혔지만, 사퇴의 이유 역시 잘못에 대한 시인과 반성 때문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임단협투쟁에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내용이었다(관련 글은 하단에 첨부함). 한편 라두식 지회장은 이미 작년 6월에 위와 같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1년이 지나도록 이런 문제들이 감추어져 왔다는 사실은 민주노조운동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반성이 필요하다

재판에서 삼성과의 블라인드 교섭을 대리했던 조건준이 삼성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내용이 나온 상황이며, 라두식 지회장도 정보경찰과 단란주점에 동행하고 그를 통해 금품을 수수한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 없고,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또한 삼성에 맞서 싸운다는 명분으로 삼성자본에 휘둘린 과거를 반성하기보단 문제해결을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금속노조가 사건에 대해서 진상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1년 전에도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교훈을 얻기 위한 공론화 과정이 없었던 것에 비추어보면 제대로 대안을 만들 수 있을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사실들은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오랫동안 반노동자적 행위가 누적됐었음을 가리킨다. 몇 차례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지만 삼성전자서비스지회도,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민주노총도 침묵했다. 운동 일각에서 비판이 있었지만 찻잔속의 태풍처럼 지나갔고, 오히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반노동자적인 행위를 두둔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당사자들은 스스로 삼성의 공작에 의한 피해자를 자처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 문제는 민주노조의 원칙을 지킬 중요한 기로라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또 다시 현안투쟁이란 명분으로 이 문제를 회피한다면 두 명의 열사와 투쟁으로 일구어낸 민주노조가 무너져 내릴 수 있다.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공개적인 진상조사와 비판, 평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조건준의 글>

“무노조 삼성은 노조를 막았습니까?”
“못 막았습니다.”
“삼성그룹은 노조를 와해 시켰습니까?”
“못 시켰습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정규직화를 막았습니까?”
“못 막았습니다.”
“조합원들은 노조를 만들고 지키고 정규직화에 성공했습니까?”
“그렇습니다.”

물리고 뜯기고 씹혀서 개가 되어도 좋지만 이런 질문을 사적 이익과 원한 때문에 잊으면 망한다.

<라두식 통합지회장의 사퇴문>

대의원 동지 여러분!

단협 투쟁 및 교섭을 두고 통합지수사 사퇴를 발표하여 동지들께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사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은

첫째
지회는 삼성과 첫 단협 투쟁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요한 시점에서 통합지회장의 신변 문제가 지회에게 부담을 되어서는 안되며 지회가 이로 인한 내부분열 되는 모습은 바라 볼 수 없었습니다.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 통합지도부가 공동의 책임을 지고 사퇴함으로서 조직의 단결을 도모하여 2019 단협투쟁을 돌파할수 있다. 라고 판단하여 공동사퇴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조합원과 조직을 신뢰 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에도 우리는 위기를 단결로 돌파 하였습니다.
통합지수사의 공백쯤은 비대위위원장을 중심으로 현장의 수많은 투쟁의 경험을 가진 훌륭한 간부들과 조합원 전 조직이 단결하여 돌파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조직과 조합원의 신뢰가 있습니다.

셋째
언론보도 관련 내용에 대해서 쟁대위에 보고하였듯이 교섭방식 일정 조율, 지회 요구 전달은 사실이며 이외 사실에 대해서 사실이 아닙니다.
관련한 내용은 경찰과 삼성이 자신들을 과시하고 성과를 만들기 위해 작성된 문건이며 재판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그들의 일방적인 진술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긴 시간이 걸리는 싸움이겠지만 쟁대위 회의 결정(4.비상대책위원회는 관련 건에 대하여 조합에 진상조사를 요청한다. 5. 나두식 통합지회장은 김정환(정보과)의 검찰진술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음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언론보도에 대해 법적 수단을 포함해 적극 대응한다.)을 존중하고 진상조사 및 법적대응을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조합원동지 여러분!

삼성노조파괴 6,000건의 문건이 말하는 것은 6,000번의 노조파괴 위기가 있었지만 위기때 우리는 전 조합원의 단결로 돌파하였고 당당히 투쟁을 통해 골리앗 삼성에게 승리 하였습니다.

새롭게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단결하여 주십시오.

저를 비롯한 전임 집행부도 비대위가 중심에 서고 안정될수 있도록 인수인계 절차를 잘 마무리 하고 무엇보다 위기를 단결로 돌파하여 2019년 단협투쟁 승리 할 수 있도록 자랑스러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으로서 함께 싸울 것입니다.

동지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신뢰하는 조합원 동지들과 함께 싸운 지난 6년의 시간이 행복합니다.

나두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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