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을 둘러싼 상황과 노동자의 투쟁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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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지엠군산비정규직지회]

한국지엠의 행태 ①: 정부에 대한 지원 협박

지엠자본은 설연휴 전인 2월 13일(화), 한국지엠 군산공장에 대해 5월 말까지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노동자 2천명(실제 협력업체 등을 포함하면 1만명이 넘는다)에 대한 구조조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폐쇄 시점인 5월은 6월 지방선거를 앞 둔 시점으로, 일자리를 볼모로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것이다. 이후 지엠자본은 발빠르게 정부와 정치권을 돌아다니면서 한국정부의 지원을 요청하였으며, 트럼프 또한 지엠의 공장철수에 대해 자신의 공이라며, 지엠이 디트로이트로 돌아올 것이라고 가세했다.

실제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기 전인 1월달에 지엠 해외영업부 사장인 베리 엥글은 산업자원부를 방문해 △28억달러 규모의 시설투자, △한국지엠 대출금 27억 달러의 출자 전환 등을 자구안으로 제시하면서, 정부에 △한국지엠 대출금 중 이달 만기인 5억8,000만 달러에 대한 담보 제공, △출자전환 때 산은이 지분 비율(17.07%)만큼 신규 투자, △시설투자 때 산은이 지분 비율만큼 투자 참여,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등에 따른 1조6,000억~1조7,000억 원 상당의 세제혜택 및 현금지원 등을 요청했다. 또한 2월 20일 국회를 찾아, “(한국의) 수백만 일자리의 수호자가 되고 싶다”, “한국에 남아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일자리를 빌미로 정부를 협박하면서,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신규 차종 2종 생산을 창원·부평 공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엠의 이러한 요구는 쉽게 수용되지 않았다. 군산공장에 대한 일방적 철수를 발표한 지엠은 이를 발판으로 정부지원을 얻으려 했으나, 설연휴 전후로 지엠에 대한 책임론(호주, 유럽 등에서 먹튀한 사례, 해외사업부 철수비용 한국지엠에 전가, 높은 매출원가율 문제, 이전가격 문제, 연구개발비 의혹, 고금리 차입금 문제 등)이 부각되면서 일정정도 양보하는 모습을 취하게 됐다. 2월 21일 지엠은 산업은행과 협상을 진행하였고,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한 경영실사에 협조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지엠은 전무급 이상 임원 100여명 중 35%, 팀장급 이상 인력 500명 중 20%를 올해 3분기까지 순차적으로 감축하고, 고액연봉을 받고 있는 외국임원(ISP)을 36명에서 18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의 행태 ②: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

이와 동시에 지엠자본은 노동자들에게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지엠은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바로 군산공장을 포함해 전체 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희망퇴직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한국지엠 노동자 2,500여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언론을 통해 지엠이 전체 직원의 30% 수준인 5천 명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따라서 또다시 정리해고가 있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2월 26일에는 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200명이 일방적으로 문자해고를 당했다. 지난 2013년, 유럽 쉐보레 브랜드 철수로 인해 수출물량이 급감하기 시작한 군산공장은 2014~15년 동안 약 1,0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했다. 그 과정에서 남은 비정규직 인원이 200명이었는데, 지엠자본은 이들을 문자 한 통으로 해고한 것이다.

지엠자본의 구조조정은 인원축소로 끝나지 않고, 임금동결, 복지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점심식사, 통근버스까지도 유료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직영정비사업소를 반으로 줄이고, 물량이 줄어드는 창원공장과 부평2공장을 1교대로 전환하는 등 추가 구조조정도 계획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한 불만 끄려는 문재인 정권

문재인 정권은 한국지엠의 철수에 대해 우려만 하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엠자본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산공장 철수를 발표하자 뒤늦은 대응을 했다.

지난 2017년 8월 4일, 산업은행은 「한국GM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지분율 17%(지엠이 76.96%, 상하이자동차가 6.02%)를 가진 소수주주에 불과해 대주주인 지엠의 협조없이는 경영통제에 한계가 있”고, “지엠의 일방적인 자료 통제와 비협조적인 행태로 정확한 사실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덧붙여 “(한국지엠이) 철수해도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손을 놓은 듯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폐쇄가 가시화되자, 백운규 산자부 장관은 “한국GM 문제는 투명하고 객관적 실사를 우선해야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2월 27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대 원칙에 따라 재무실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정부 지원 여부를 포함한 한국GM의 정상화 방안에 대해 GM 측과 신속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하면서, 노동자의 양보를 전제로 한 지원이 가능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사실상 한국지엠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문재인 정권의 대응은 지방선거를 앞둔 임시적 대응에 불과하다. 지엠자본에 대한 경영실사에 노동자들의 참여는 배제되어 있고, 지엠은 장기적으로 생존가능한 방안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테면 지엠자본은 2개의 신차종을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는 이미 계획되어 있던 생산차종이고 또 하나는 언제가 될 지 모르는 생산차종이다. 또한 지엠은 50만대 생산을 약속하지만, 이것은 군산공장 폐쇄를 기정사실화하는 계획일 뿐이며 그조차도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노동자들의 상태, 지엠자본에 대한 분노와 무기력함의 공존

현재 노동조합은 한국지엠 부실에 대한 철저한 원인규명과 미래전망 쟁취, 총고용보장을 목표로 투쟁하고 있다. 군산공장 노동자들은 2월 14일 군산공장 앞 집회를 시작으로 부평공장 내 천막농성에 돌입하였다. 2월 23일에는 처음으로 전체 한국지엠 노동자들이 참여하여 ‘일방적 공장폐쇄 지엠자본 규탄 및 30만 노동자 생존권 사수 인천지역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부평역까지 행진하였다. 이때 군산공장 노동자 800여명이 상경하여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주요 요구안으로 부각시켰다. 이어 2월 27일에는 군산지역에서, 2월 28일에는 정부종합청사와 청와대를 상대로 ‘군산공장 폐쇄 철회, 구조조정 저지, 한국지엠 30만 일자리 지키기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경우, 이미 작년부터 시작된 인원축소 등 구조조정에 따라 10월부터 투쟁을 전개해왔고, 군산, 부평, 창원 공장 안팎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으며, 집회, 선전전 등을 선도적으로 진행해 왔다.

이렇게 투쟁을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 수세적이고 무기력한 태도도 공존하고 있다. 희망퇴직의 결과에서도 확인되듯이, 정년을 앞둔 노동자들의 경우 실익을 따져 상당수가 희망퇴직을 하였고, ‘잘못하면 위로금조차 받지 못하고 정리해고가 될 수도 있겠구나’하는 두려움으로 억지로 희망퇴직을 한 노동자들도 많다. 희망퇴직을 한 군산공장 노동자들은, 여러 차례의 집회 과정에서 부평, 창원공장 등 공장폐쇄를 당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연대가 부족함을 보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을 했다. 반대로 부평공장 노동자들 중에는 2000년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정리해고 당시 군산공장 노동자들의 소극적 태도를 핑계 삼는 경우도 일부 있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의 경우 한국지엠 부실의 원인이 지엠자본에 있다고 하면서도, ‘강성노조, 귀족노조’ 여론에 밀려 2018년 임단협요구로 임금동결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노동자들 내에는 지엠자본의 분노와 무기력함이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바뀌어가고 있다. 가령 지엠자본이 직영정비사업소의 절반을 축소한다고 발표하자, ‘지엠자본이 더이상 자동차를 생산할 의지가 없구나’하는 판단을 가지게 된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엠이 조만간 철수하겠다는 판단이 확산되자, 투쟁에 회의적인 노동자들 내에서조차 ‘이럴꺼면 빨리 떠나는 것이 낫다’, ‘싸워서 우리 생존권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들이 확산되고 있다. 군산지회는 지난 2014~15년 진행된 비정규직 우선해고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비정규직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부평공장의 경우, 정규직, 비정규직, 사무직이 공동으로 선전전을 개최하는 등 원하청연대의 분위기를 높여 나가고 있다.

가장 먼저 군산공장 폐쇄 철회 투쟁을 실질적으로 만들어내자!

지엠자본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장철수 협박으로 정부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엠자본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한국공장을 철수할 수 있다는 전략을 이미 오래 전부터 세워왔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공장축소, 구조조정도 이미 해외공장 철수 때와 같은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반면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아직 제대로된 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수세적이고 무기력한 상태가 존재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 지엠자본에 대한 분노와 투쟁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쟁의 관건은 자유주의 정권인 문재인 정권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주도적인 투쟁으로 정부가 지엠 문제를 책임지도록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한국지엠 투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확고히 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이 바로 군산공장 폐쇄 철회투쟁이다.

노동조합에서는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요구로 내걸고 있지만, 상당수 노동자들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군산공장 폐쇄를 기정사실화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이미 1,000여 명이 희망퇴직했고 사무직 포함 600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군산공장 폐쇄 철회는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이 바로 자본이 노리는 바이다. 군산공장 폐쇄를 철회하면 노동자들을 다시 모아 공장을 운영할 수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렵지 않은 일이다. 사람이 없어 공장을 못 돌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군산지역에서는 군산공장 정상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존재한다. 문제는 이 투쟁의 주체가 되어야 할 노동자들이 군산공장 폐쇄 철회투쟁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군산공장 폐쇄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지엠자본이 강요하는 구조조정을 막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리한 투쟁을 하는 것이다. 이미 커다란 구조조정을 허용해버리면 향후 계속 물밀듯이 들어오는 구조조정을 방어적으로 막는 투쟁을 전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산공장 폐쇄 철회는 지엠 구조조정 반대투쟁을 위한 중요한 저지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군산공장 폐쇄를 막지 못한다면 향후 지엠자본에 대한 투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 반대 투쟁으로만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정규직의 경우 동료 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량 인력감축을 막지 못하고 무기력한 주체적 상태가 지속된다면, 각자도생을 모색하며 나에게 닥쳐온 구조조정을 잠시라도 피하고자 하는 의식이 깨지기 어렵게 된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 사이의 분열은 그대로 남은 상태에서 고용보장이 가장 취약한 비정규직부터 구조조정의 칼날을 맞을 것이다. 이처럼 군산공장 폐쇄 철회투쟁의 전선을 강화시키지 못한다면, 지엠자본의 구조조정은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다. 지엠자본의 구조조정에 맞서 유리하게 투쟁하기 위해서라도, 군산공장 폐쇄 철회투쟁을 실질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600명의 인원은 작은 것이 아니다. 군산공장 폐쇄를 철회시키고, 이를 통해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켜나가겠다는 요구를 명확히 한다면, 이 투쟁은 비록 그 수는 작아도 의미있는 투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군산공장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지엠 노동자들이 군산공장 폐쇄 철회 투쟁을 힘차게 전개한다면, 지역사회에서, 전국에서 이 투쟁에 대거 연대하고 지지를 보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군산공장 폐쇄를 철회하면 그 대안이 무엇이냐는 질문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질문은 군산공장 폐쇄 철회 투쟁과정에서 만들어 나가면 된다. 지엠이 다시 인수해 전기차 생산공장으로 할 수도 있고, 공기업화나 국유화의 요구도 제기할 수 있다. 이미 호주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공장을 되살린 사례도 있고, 전기차를 개발한 한국지엠이 그러한 대안을 만들어 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분명한 사실은, 군산공장 폐쇄도 철회시키지 못한다면, 아니 최소한 제대로 된 투쟁도 전개하지 못한 채 군산공장 폐쇄를 그냥 허용해버리면, 이러한 대안들 자체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 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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