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공단에 피다』, 척박한 땅 비바람 속에서도 꿋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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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도서출판 한티재/트위터]

이 기사는 금속노조 KEC지회 부지회장 이미옥 동지가 기고한 『들꽃-공단에 피다』에 대한 서평입니다. 이 책은 아사히비정규직지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사히비정규직 동지들과의 첫 만남은 2015년 4월경 조합 사무실에서였다. 그 때 그들은 설렘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고 나 역시도 같이 긴장감을 느꼈었다. 2015년 5월 29일 아사히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은 설렘과 두려움 속에서 설립되었고 노동자들은 새로운 인생의 희망이 생겼다. 그러나 그 시간은 잠시였다. 2015년 6월 29일 9년만에 처음으로 쉬는 날이 주어져 단합대회로 모두가 들 떠 있던 그 날 회사는 문자 한통으로 170명에게 해고를 통보 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투쟁이 2년이 지났다. 그동안 온갖 상황에 따른 상처도 많았지만 훨씬 더 단단한 노동자가 되었다.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기다렸고, 읽으면서 많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남기웅 동지

“그래도 반갑게 아침 인사를 나누는데 다들 얼굴이 굳어 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해고 소문 들었냐며 오히려 나에게 되묻는다. 소문일 테니 걱정하지 말자며 서로를 위로해 줬다. 뭔가가 불안하다. 그러면서 ‘내가 해고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든다. 비정규직으로 살다 보면 이런 일이 밥 먹듯이 자주 일어난다. 이제는 ’해고‘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고 가깝게 느껴질 정도다. 사람을 쓰레기 버리듯 버리는 현실이 과연 정상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퇴근하고 싶지만 나에겐 선택권 따위는 없다. 해고되지 않으려면 잔업을 해야 한다. 나는 비정규직이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함께 잔업 하는 동료들 얼굴에 고단함이 묻어난다. 이런 인생을 살려고 내가 태어났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또 다시 나를 자책한다.

해고 통보가 된 그날 나는 그들을 볼 자신이 없었고 왠지 미안했다. 그러나 나를 마주 한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 했다. “우리같이 비정규직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오늘과 같은 해고를 밥 먹듯이 당한다. 별거 아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며 오히려 그들이 나를 위로했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그들의 모습이 더욱 가슴 아팠다. 그동안 일상적으로 해고라는 상황에 놓인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멍들고 아팠을까. 인간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를 그들로부터 충분히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때 그랬듯 오늘 이렇게 생동감 넘치는 투쟁을 하는 아사히 동지들의 미래는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2년 전 여름 선풍기 들고 철농에 들어오던 조합원 남기웅은 지금 수석부지회장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

한상기 동지

“가족을 위해서 구미에 왔는데 구미에 와서는 계속 비정규직이었다. 그래도 내 자식들에게는 비정규직 물려주지 않으려면 내가 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아내가 ‘힘들지만 당신이 생각한 걸 따라가겠다’고 해줬다. …… 다만 살아남아서 원직 복직하고 싶다는 말은 하고 싶다. 그래서 기러기 아빠가 아니라 곁에 있어주는 아빠가 되고 싶었던 마음을 지키며 살고 싶다.”

세 아이의 아빠는 아내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어주는 것이 미안해서 새벽 세시 우유배달을 하면서도 아이들에게만큼은 비정규직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투쟁의 끈을 놓지 않고 오늘 이순간도 열심히 살고 있다. 나의 일상도 투쟁이지만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도 지치지 않고 투쟁하는 동지들이 있어 힘을 받는다.

박성철 동지

“아빠가 하는 일을 모르는 여섯 살 아들과 달리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딸은 한 번씩 마음을 뜨끔하게 만든다. 아내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촛불집회 장면이 나오니까, ‘아빠, 데모하러가?’ 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면서 딸이 한마디 툭 던진다. ‘다치지 마래이!’ 어린 딸에게서 짧은 걱정의 말을 듣는데 내가 투쟁하는 이 상황이 서글프기도 하고, 딸이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게 마음 아팠다.”

‘다치지 마래이’라고 하는 내용을 읽는 순간 아빠를 걱정하는 어린 딸의 마음과 아빠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해고는 해고를 당한 그 한사람에게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와 함께 하는 가족 모두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동지들은 고통을 이겨 싸우고 있다. 그래서 만들고 싶은 건 인간다운 삶이다. 아사히 동지들과 2년 전 수없이 함께 외쳤던 구호가 떠오른다. 민주노조 사수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

안진석 동지

“나는 결국 함께하기 위한 선택을 했습니다. 여태 남의 것을 빼앗아야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함께하는 삶의 방식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이기적인 사람보다 이타적인 사람과 함께하는 게 좋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힘겹다 해도 어려움을 돌파할 무기 하나쯤은 마련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지금까지 이르렀습니다.”

노동조합 설립을 준비하던 때 안진석 동지에게 직접 들었던 얘기다. 자신의 삶을 평가하기를 이기심 그 자체였다고 했다. 공장에서 해고라는 말이 나돌기 시작하면 자신과 일하는 두 사람을 서로 이간질시켜 문제가 발생하게끔 하고 결국 자신만 살아남았다고 했다. 그 때는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지 못 하는 사람이 바보라고 생각했단다. 그렇다보니 주변에 사람이 없었고 외톨이처럼 지내야 했다고 한다.

최근 고공농성을 마친 오수일동지의 병원을 찾아간 안진석 동지가 오수일 동지 등과 함께 얼싸 안고 엄청 서럽게 울었다는 애기를 들었다. 안진석 동지를 비롯한 아사히 동지들은 힘든 상황을 함께 돌파해 온 훌륭한 사람들을 매일 곁에 두고 있다.

장명주 동지

“투쟁하면서 참 많은 동지들로부터, 단체들로부터 연대를 받아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몸짓이라면 공연으로 보답하고 싶고, 연대하고 싶다. 우리의 몸짓 공연으로 투쟁하는 동지들이 힘을 받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우리도 몸짓 공연하면서 힘을 받고 돌아오기 때문이다. 힘든 투쟁사업장에 가서 공연할 때는 마음이 많이 아프다. 그래서 더 혼신을 다해 공연에 열중한다.”

이명재 동지

“연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힘겹게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손 한번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대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

노동조합의 ‘노’자도 몰랐다던 아사히 동지들이 연대를 이야기 하고 있다. 힘들게 투쟁하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싸우고 울었다. 투쟁 사업장들을 조직하여 공동투쟁을 진행하고 있고, 몸짓, 노래 공연으로 우리를 힘나게 한다. 반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투쟁을 잊은 채 일상에 매몰되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아사히비정규직동지들의 책 『들꽃-공단에 피다』를 많은 사람들이 읽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의 생동감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함께 하는 마음과 실천은 이 책을 읽음과 동시에 더해 질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2년간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투쟁하고 있는 아사히동지들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전한다. 고맙다 아사히 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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