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세력의 재기가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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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금강일보]

문재인 정권의 위기가 시작되고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이 80%대에서 40%대로 급락하자, 진보운동 내에서 수구세력이 재기하여 과거에 이명박이 집권한 것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수구세력 내에서는 수구세력이 재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기 시작했다. 윤평중은 1월 4일자 조선일보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의 때 이른 조락(凋落)은 한국 정치의 놀라운 역동성을 보여준다. 보수가 폐족(廢族)이 된 게 불과 2년 전이건만 문 정부의 총체적 실정(失政)이 보수를 재생시키고 있다.”고 논평하였다. 설 민심을 전하는 자리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기득권 세력의 역공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는 정부여당’을 개탄하며 ‘기득권 카르텔에 맞설 개혁블록을 형성하기 위한 정부와 여당의 결단’을 촉구하였다. 비공개적이고 사적인 자리에서는 이보다 더한 강도로, 수구세력이 다시 득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진보세력’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우려를 접하면서 필자에게 곧바로 드는 의문이 있었다. 그것은, 민중이 자유주의 정권의 실체를 알게 되어 자유주의 정권의 위기가 시작되면 이것은 진보세력에게 오히려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었다. 이런 정세의 전개는 오히려 진보세력에게는 기회가 아닌가? 자유주의 정권의 위기에 진보세력이 같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닌가? 자유주의 정권의 위기를 기회로 보기 전에 수구세력의 재기부터 고민하는 ‘진보세력’의 태도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과연 수구세력의 재기가 정말로 심각하게 우려할 만큼 가능성이 높은가? 이러한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필자는 이러한 의문들을 품고 최근 정세의 실상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는 실제의 정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보운동의 소극적, 퇴영적 태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구세력은 역사적으로 몰락하여 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작년의 지자체 선거 이후 자유주의정권의 위기가 시작되고 그 취약성이 갈수록 더 노출됨에 따라 수구세력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관된 추세는 아니다. 올랐다간 다시 떨어지곤 한다. 최근에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율이 29.7%로까지 올라 더불어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8.1%까지 좁혀졌다. 그러나 5.18 북한군 개입 망언 이후 지지율은 다시 25.7%로 하락하였다. 이런 양상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수구세력이 과연 재기할 수 있을지 그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우리는 수구세력이 일시적으로 궁지에 몰린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몰락하였다는 점을 철저히 인식하여야 한다. 집권 이전에 박근혜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던 대중들은 박근혜 정권의 실정을 실제로 경험한 후에 수구세력이 얼마나 낡고 시대착오적인 세력인지를 절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중들은 박근혜를 감옥으로 보냈던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중들은 박근혜의 탄핵과 구속 이후에 수구 세력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을 경험하면서 이들에 대한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더욱더 실감하고 있다. 수구세력은 자신들의 ‘경제살리기’ 공세가 과거 노무현정권 때처럼 성공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민중들은 문재인정권에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을 뿐이지 이들이 대안이라고 떠들고 있는 시장주의, 기업투자분위기 조성, 친기업 문화 형성 등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 정책이야말로 민생을 더욱더 악화시킨 정책이라는 것을 민중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민중들은 바보가 아니다. 5.18 북한군 개입 망언과 이를 비호하는 자유한국당의 최근 행태는 민중들로 하여금 수구세력에 대한 자신의 기왕의 판단을 더욱더 굳히게 만들고 있다. 현재 민중이 문재인 정권에 대해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것이 수구세력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때문에 수구세력이 재기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수구세력이 재기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정권의 위기가 본격화되고, 동시에 수구세력의 지지율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이 결합되는 것, 그래서 당분간 지리멸렬하고 답답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일 것이다.

만에 하나 수구세력이 재기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것이 자유주의 정권과 연합해야 할 이유로는 되지 않는다. 어떤 경우든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자유주의정권의 대안세력으로 나설 각오로 자유주의 정권과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설령 만에 하나 수구세력이 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수구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자유주의 정권과 연합해야 할 이유로는 되지 않는다. 설령 만에 하나 수구세력이 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자유주의 정권과 연합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 정권의 대안세력으로 나설 각오를 갖고 자유주의 정권과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해야, 문재인 정권의 위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정세에서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대안세력으로 나설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만에 하나 수구세력이 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자유주의세력과 함께 동반 위기에 처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10여 년 전, 노무현정권 위기의 시기에 민주진보세력연합이라는 기회주의적인 노선이 어떻게 자유주의세력의 정치적 몰락과 함께 진보세력의 동반 몰락도 초래했는지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거의 오류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 정의당의 이른바 반기득권 연합이든, 민중당의 반수구연합이든 자유주의 정권과의 연합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오류로서 민중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위기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수구세력의 재기부터 두려워하는 ‘진보세력’의 심리상태는 무엇에 기인하는가?

민중이 자유주의 정권의 실체를 알게 되어 자유주의 정권의 위기가 시작되면 이것은 진보세력에게 오히려 바람직한 것이었다. 이런 정세의 전개는 오히려 진보세력에게는 기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 정권의 위기에 ‘진보세력’이 동류의식을 갖고 같이 위기의식을 느낀다는 것은 이상한 것이다. 자유주의 정권의 위기를 기회로 보기 전에 수구세력의 재기부터 고민하는 ‘진보세력’의 태도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이상한 일은 왜 발생하는 것인가?

① 진보세력의 많은 부분이 이미 자유주의세력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된 일인데 진보세력의 많은 부분이 이미 자유주의세력으로 변질하여 문재인 자유주의 정권과 자신을 동일시해왔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의 위기가 시작되자 이들은 같이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의 양상을 보면 이미 자유주의 정치세력으로 변질된 정의당과 민중당은 더불어민주당의 당원들보다도 더 더불어민주당 식으로 행동하고 있다. 앞에서 인용한 것처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기득권 세력 중의 하나인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에게 반기득권 세력이라는 영예를 안겨주면서 이들에게 반기득권 연합을 제안하고 있다. 민중당 이상규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김경수의 유죄판결에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격분하며 ‘민주당의 뒷북이 문제다 … 밥상을 차려줘도 못먹으니 … 제발 경각심을 백퍼 충전하길 바란다’고 더불어민주당을 훈계까지 하고 있다. 자유주의세력의 행동부대를 기꺼이 자처하고 나서는 이런 두 정당에게는 지금이야말로 문재인 정권과 적극적으로 투쟁해야 할 때라는 문제의식 자체가 전무하다.

② 진보세력의 일부가 수구세력의 재기 가능성을 과장하며 이를 자유주의정권과의 적극적인 투쟁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정세 이후 『사회주의자』가 수없이 반복하여 강조해왔듯이 촛불정세 이후 주된 시대적 과제는 자본주의 자체와 투쟁하는 것이 되었다. 적폐청산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주된 과제는 자본주의 자체와 투쟁하는 것이다. 수구세력의 재기 가능성을 강조하는 것은 주된 과제를 뒷전으로 계속 밀어 놓는 것을 합리화하는 구실로 사용될 수 있다. 이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정권과의 투쟁에 적극 나설 결의의 부족을 숨기는 구실로 사용될 수 있다. 사실상 크게 겁낼 대상도 아닌 수구세력의 재기와 과거로의 회귀라는 가상의 공포를 조성하는 것이, 미래로의 전진을 회피할 좋은 구실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보세력은 자문해 보아야 한다.

③ 진보운동 내에 패배주의적이고 퇴영적인 태도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정세 때부터 드러난 것이지만, 오랫동안 민주대연합노선 같은 기회주의노선들이 진보운동내 만연해오면서 진보운동내에서 진취적 기풍이 사라지고 패배주의적이고 퇴영적인 태도가 만연해 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촛불정세의 초기에 이미 100만이 넘는 민중들이 촛불집회에 결집하고 있는 시기에도, 많은 활동가들이 촛불집회가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거나 촛불집회의 근본동력이 민중들의 불만과 분노에 있음을 보지 못하고 ‘조선일보 음모론’을 주장하였다. 이럴 정도로 당시 많은 활동가들에게 진취적인 태도가 결여되어 있었다. 이런 흐름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서 정세를 객관적, 과학적 태도로 분석하고 실천방침을 찾는 것이 아니라 먼저 ‘안 될 것부터 걱정하거나 나쁜 쪽부터 걱정하는’ 비관적이고 패배주의적인 태도가 많은 활동가들에게 습관이 되어있다. 이런 패배주의적이고 퇴영적인 태도가 만연해서 자본주의의 위기가 격화되고 문재인 정권의 위기가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 정세에서 문재인 자유주의 정권과 자본주의에 맞서서 투쟁하고 대안세력으로 나설 각오와 패기가 진보운동내에 전반적으로 부족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진보세력이 진취적 태도로 나서지 않고, 수구세력의 재기부터 두려워하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위기가 시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위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문재인 정권의 대안세력으로 나설 각오를 갖고 문재인 정권, 자본주의와 투쟁해 가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위기에서 기회를 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몰락한 좀비수준의 수구세력의 재기부터 진보운동이 걱정하는 것은 진보운동의 소극적이고 퇴영적인 태도의 반영이다. 문제는 실제로 수구세력의 재기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 있지 않다. 현 정세에서 수구세력의 재기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제는 정세를 대하는 주체적 상태에 있다.

이상에서 밝힌 문제의식을 다음과 같은 물음으로 압축, 요약하며 글을 마친다.

수구세력의 재기가 두려운가? 진보운동이 정말로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이런 걱정부터 하는 자신의 초라하고 위축된 태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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