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제위기를 알리는 경고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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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신흥국’을 강타한 통화위기

심상치 않은 경제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5월 12일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300억 달러 규모의 구제자금을 받기로 했다. 아르헨티나가 IMF를 불러들인 데는 자국 화폐 페소화의 폭락에 그 원인이 있었다. 올 초 달러 당 18페소 수준에 머무르던 페소화는 5월 8일 23페소 이상으로 치솟았다. 1월부터 치면 환율이 20%나 하락한 셈이었다. 이러한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미 4월 27일 금리를 27.25%에서 40%로 인상한 바 있다. 초저금리가 일상화된 요즘 시기, 자금 유출로 인한 자국 환율의 하락을 막기 위해 상상도 할 수 없는 금리가 등장한 것이었다. 이런 초현실적 금리에도 환율 하락을 막을 수 없게 되자 결국 5월 8일 아르헨티나 대통령 마크리는 IMF와 구제자금 협상에 들어갔다.

1970년대 군사독재 이후 아르헨티나 경제는 만성적인 위기 상태에 있었고 2001년에는 모라토리엄까지 선언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 후 경제는 다소 회복되는 듯 했으나 근본적인 체질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대외부채는 2,529억 달러에 달하고, 경제가 농업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태에서(전체 수출 중 60% 가량) 작년 한해 무역적자만 308억 달러에 이르렀다. 여기에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5% 수준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율 급락은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부채 상환 부담마저 가중시킨다.

그런데 환율 하락은 비단 아르헨티나만의 일이 아니다. 취약한 경제 조건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서 매우 크게 일어났을 뿐 현재 전세계 각국에서는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환율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1월 초부터 5월 초까지 헤알화가 9% 하락했다. 같은 시기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3%, 터키 리라화는 12% 하락했다. 이런 통화 위기 말고도 이른바 ‘신흥국’들의 금융시장 상황 역시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JP모건 신흥시장 채권지수는 올해 들어 5.1% 하락했고,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데이터에 따르면 5월 9일까지 1주일간 세계 신흥시장 채권 펀드에서는 21억 달러(약 2조2천억 원)가 빠져나가 3주 연속 순 유출을 기록했다.

신흥국 위기는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

신흥국이라 불리는 여러 나라들이 통화 위기에 처해있는 이유는 미국의 금리 인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2008년 대공황 발발 이후 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0%대 초저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이런 초저금리 기조를 포기하고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게 2015년 12월말이었다. 그 후 총 여섯 차례의 금리 인상을 거쳐 현재에는 기준금리가 1.5%∼1.75%를 유지하고 있다.

초저금리 자체가 제정상은 아니지만 이런 상태에 오랫동안 적응한 세계 경제의 상황에서 이런 금리 인상은 국제적 경제불안을 야기하는 요소가 되었다. 가령 올 해 초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은 미 증시 폭락을 야기했다. 기업부채가 급증한 상태에서 금리 인상이 기업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금리 인상은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유리한 것이었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고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자 ‘신흥국’으로 유입되었던 자본이 다시 미국으로 유입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EPFR 데이터에 따르면 5월 8일부터 14일까지 전세계 주식형펀드에 총 439억달러가 순유입되었는데, 그 중 미국 주식형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346억 달러였다. 이런 자본 유출이 각국의 통화위기로 나타난 것이다.

한편 미국 연준의 자체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금리가 1%p 인상되면 신흥국의 GDP는 0.8% 하락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주제를 연구한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미 금리 인상에 한국이 가장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전세계 부채 증가가 경제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아르헨티나를 위시한 ‘신흥국’의 통화위기는 세계 자본주의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외 언론은 계속 이런 크고 작은 위기가 보다 더 큰 경제적 위기의 징조가 아니냐는 투의 분석을 번번이 내놓고 있고, ‘신흥국발 6월 위기설’도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는 것은 바로 부채 증가이다. 심지어 IMF가 나서서 부채 증가를 경고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초저금리로 인해 부채가 2016년 세계 GDP의 225%까지로 증가했고, 이는 2008년 대공황 당시보다 12%나 더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필자는 이미 지난 2월에 쓴 기사「구제불능 자본주의에 밀려오는 경제위기의 검은 먹구름」에서 미국의 기업부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비금융부문 기업 채권 총액은 2009년 3조6천억 달러에서 2017년 6조 달러 대로 60%나 증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벌어들인 이윤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이 2007년에서 2015년 사이 2배로 증가해 금리인상 시 미국 기업의 22%가 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는 IMF의 분석을 소개했다.

그런데 중국의 부채 문제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IMF에 따르면, 중국은 2008년 6조 달러 수준에서 2016년 말 28조 달러 이상으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또한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도 2008년 160%에서 2017년 260%로 상승했다. 심지어 이미 300%를 초과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2016년 기준 기업부채는 19조 달러 규모,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167%였다. 이는 선진국 평균 89%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신흥국발(發) 부채 위기 오나?」 보고서는 신흥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가 2008년 56.2%에서 지난해 104.3%로 48.1%포인트 확대됐다고 말한다. 한국은 2017년 3분기 GDP 대비 기업부채가 99.4%, GDP 대비 가계부채가 94.4%에 달했다. 전세계적으로 부채의 규모는 10년 사이 더욱 증가한 것이다. 2008년 대공황은 기본적으로 세계경제가 과잉생산에 놓인 반면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주식 투기, 부동산 투기 등에 의한 자산효과를 통해 경제상황을 무마해가던 것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붕괴한 것이었다. 한 마디로 과잉생산 공황을 부채로 막으려고 하다가 도리어 공황의 크기를 키웠고 그 결과가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이제 자본주의는 자기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 한 채 다시 그것을 반복하려고 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는 “침체국면의 초입 단계”

경제위기의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한국의 경제상태는 어떠한가? 한국경제 역시 침체 상황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우선 가장 선전하고 있다는 수출을 살펴보면, 몇 해 동안 대규모 무역 흑자를 보고 있지만 이것이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더 큰 수준으로 수입이 감소하여 발생한 것임은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한 내용이다. 게다가 수출에서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최근 보도된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상장기업 439개의 재무지표를 분석해보니 지난 5년간 전체 조사 기업의 매출액은 1.9% 증가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오히려 2.2% 하락한 것으로 나왔다.

올 3월 제조업 평균 설비 가동률은 70.3%로 2009년 3월 69.9% 이후 9년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동월 제조업의 출하 대비 재고비율도 114.2로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全)산업생산, 광공업생산, 설비투자 증가율 등 여러 수치들도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즉 한국 경제는 반도체를 빼면 그로기 상태라 말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권 내에서도 현재 경제 상황을 두고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5월 11일 발표한 『최근경제동향』에서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회복 흐름’이란 표현을 뺐다가 다시 삽입하여 논란이 되었다. 이런 논란 속에서 기획재정부가 경제의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자,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이에 반론을 제기하며 14일 페이스북에 “여러 지표로 봐 경기는 오히려 침체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한신대 김상봉 교수가 국가미래연구원에 기고한 「정부의 경기판단, 문제 있다」란 글에 동감한다며 이런 글을 올린 것인데, 이 기고에서 김상봉은 “정부가 ‘최근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가 회복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소비와 서비스업 일부가 개선된 부분을 빼면 생산과 투자, 수출이 감소해 우리 경제가 회복흐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처럼 정권과 가까운 학자들조차 침체국면, 혹은 후퇴기의 초입이라는 분석을 내놓을 정도이다.

사회주의자가 자본주의 공황에 주목하는 이유

우리가 자본주의의 경제위기인 공황을 중요하게 보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공황은 과거 다른 사회와 달리 너무 물건을 많이 생산해서 발생하는 경제위기이다. 자본주의에서 발전한 생산력은 인간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막대한 생산물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것이 사적 소유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에 인간 모두를 위해 쓰이지 못하고 자본의 손에서 경제위기를 발생시키게 된다. 너무 많이 생산해서 사회의 대다수 사람들이 빈곤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공황은 한편으로 자본이 다시 생산과 축적의 조건을 추슬러 새로운 경기 순환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내 노동자 민중이 의식을 깨우고 변혁적인 투쟁으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벌써 10년이 된 2008년 대공황은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고양되고 사회주의 운동이 새롭게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또 다른 공황은 자본주의가 그 사회 구성원 대다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체제라는 점을 드러내는 또 다른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공황은 자본주의의에 맞서 싸우는 변혁적 노동자 민중 운동이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자본주의 모순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도 이로부터 예외는 아닐 것이다.

 

농민의 자식이라는 성장배경이 생태학에 대한 관심을 싹 트는 계기가 되었고, 노동운동을 접하면서 마르크스주의에 눈을 떴다. 노동해방실천연대 회원. 번역서로 『환경주의자가 알아야 할 자본주의의 모든 것』(2012), 『마르크스의 생태학』(2016)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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