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개입 반대! 베네수엘라의 미래는 그곳 민중이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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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inancetime.org]

지금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이 지원하는 우파 쿠데타가 진행 중이다. 1월 23일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후안 과이도 국민회의(1999년 헌법상의 입법기관이다. 2015년 총선에서 야당이 다수를 점하게 됐는데 2017년 마두로가 주도한 개헌으로 인해 입법기관으로서의 지위가 박탈됐다.) 의장은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올해 초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한 마두로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당선된 것이라며 재선거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과이도의 셀프 대통령 선언이 나오자마자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그를 베네수엘라의 새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트럼프는 당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마두로 정권의 합법성을 부인하면서, “베네수엘라 국민이 용기 있게 마두로 정권에 대해 반대하고 자유와 법의 지배를 요구했다”며 과이도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미국은 바로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PDVSA에 대한 압박에 들어갔다. 1월 28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브리핑을 통해 PDVSA의 미국 내 자산 동결과 미국인과의 거래 금지를 발표했다. 또한 PDVSA의 미국 내 정유 자회사인 시트고(Citgo)의 수익을 베네수엘라에 송금하는 것도 금지했다. 뒤이어 미국에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 소유의 은행 계좌와 자산 통제권을 과이도에게 넘겨주면서, 미국은 과이도 지지를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혔다. PDVSA의 석유 수익은 현재 베네수엘라의 가장 중요한 소득원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석유의 최대 고객으로, 베네수엘라 생산 원유의 41%가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따라서 PDVSA에 대한 제재 조치는 마두로 정부에게 큰 부담이다. 물론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은 극심한 경제 위기로 고통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민중이 될 것이다.

현재 캐나다, 호주,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 등 서방 주요 국가들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라틴 아메리카 주요국 등 총 50개가 넘는 국가들이 과이도 정부를 인정하며 미국의 마두로 정부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 미국 등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임시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는 과이도.]

미국이 주도하는 쿠데타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우익 반대 세력을 지지하는 것을 넘어 직접 마두로 정부의 전복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이도가 스스로 대통령이라고 선언하기 바로 전날, 펜스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다음 날 예정된 반정부 시위에 모이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위원회(NSC) 보좌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등은 1월 22일 백악관에서 회동해 베네수엘라 사태를 논의했고, 그날 밤 펜스 부통령이 직접 과이도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반정부 시위대 앞에서 과이도는 스스로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했다. 이는 미국과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또한 노골적으로 베네수엘라 군부를 선동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트위터에서 과이도 지지를 선언한 최고위 현역 장군 야네스를 언급하면서,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모든 군인에게 야네스의 선례를 따르고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평화적인 시위자를 보호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특사로 엘리엇 에이브럼스를 임명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에이브럼스는 과거 인도주의적 구호를 핑계로 미국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좌파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반군에게 무기를 제공하던 자이다. 그는 1980년대 레이건 정부 밑에서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주도했다. 니카라과의 우익 콘트라 반군을 불법으로 지원한 ‘이란-콘트라 사건’에 대한 위증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이후 사면되기도 했다. 2002년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시도도 그의 지원 아래 이루어졌다. 이런 전력의 에이브럼스를 베네수엘라 특사로 임명했다는 것은 군사 침공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마두로 정부를 축출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계속해서 베네수엘라 침공을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쳐 왔다. 그리고 1월 28일 기자 브리핑에 나온 볼턴 보좌관은 “5,000명 병력을 콜롬비아로”라고 적힌 노트를 손에 들고 나왔다. 콜롬비아는 베네수엘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경제적 압박 뿐 아니라 군사 개입도 고려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사진: 로이터 / 볼턴이 미군 파병 내용이 적힌 노트를 들고 있다.]

낸시 펠로시 같은 민주당 지도부와 미국의 주류 리버럴 언론 모두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과이도를 지지하고 있다. 이것은 전혀 놀랄 일은 아니다. 오바마 정부 또한 베네수엘라를 미국 안보에 “현저한 위협”이 된다며 제재를 가했다. 미국의 이해와 패권을 앞에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입장은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베네수엘라 체제 자체와 마두로 정권의 한계

마두로 정권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높다는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서방의 지배자들과 베네수엘라의 우익만 마두로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차베스 대통령을 지지하던 좌파들과 노동자들조차 마두로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다. 마두로가 전임 대통령 차베스가 누렸던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데에는 마두로 정권의 무능력과 부패, 노조와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탄압이 큰 역할을 했다. 또한 그는 자본가들이 자본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것에 대해 방관했고, 광물 등 천연자원을 대량 채굴해 수출하는 채굴주의(extractivism) 정책을 펴면서 선주민 공동체들을 약탈했다.

마두로는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를 전적으로 미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 차베스 정권을 위협으로 여긴 미국이 경제제재를 가해 왔고, 이는 베네수엘라 민중에게 재앙을 안겨준 것은 분명하다. 베네수엘라를 직접 방문해 현지 상황을 조사한 유엔 인권위원회의 특별 조사관 알프레드 드 자야스(Alfred de Zayas)가 미국의 ‘경제제재’를 반(反)인류적 범죄로 규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제재가 지금의 모든 상황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마두로의 실책도 경제위기와 민중의 고통에 기여했다. 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전임 대통령 차베스의 소위 ‘21세기 사회주의’ 개혁의 부침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1999년 집권한 차베스 정권 하에서 경제는 성장하고 노동자, 민중의 삶은 나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999~2013년 동안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은 3.4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고질적인 빈곤율은 현저히 하락 했고, 의료, 무상교육 등 복지와 공공 서비스는 확대되었다.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지닌 베네수엘라의 석유 판매를 통해 확보한 재정으로 ‘볼리바르 혁명’이라 불린 차베스의 복지 정책은 가능할 수 있었다.

2013년 차베스 대통령이 암으로 사망한 뒤 대통령에 오른 마두로는 차베스의 정책을 계속 이어나갔다. 하지만 2014년부터 시작된 국제 유가의 폭락으로 석유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경제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석유 판매 수입은 급격히 감소했고, 이에 따라 수입에 의존하던 생필품과 공산품의 양도 줄어들었다. 2013년 이후 베네수엘라의 경제 규모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화폐가치가 폭락하고 물가가 단기간에 급격히 치솟는 초인플레이션 (hyperinflation)으로 인해 식량, 생필품, 의약품 등의 구매가 어려워지면서 민중들의 삶은 다시 질곡에 빠졌다.

위기가 깊어지면서 2015년 의회 선거에서는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우파 야당이 압승을 거두었다. 자신감을 회복한 우파는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마두로 정부에 대한 공격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마두로는 이에 대해 차베스 개혁을 지지한 노동자들의 혁명적 에너지를 다시 고무하는 것이 아닌, 위로부터의 관료적 통제의 강화와 제반 민주적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경제 위기와 정치적 탄압이 심화 되면서 민중들의 삶은 비참해졌다. 그 결과 대규모 이주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 유엔은 2015년 이후 베네수엘라를 떠난 사람들의 수가 230만 명이고, 올해 말까지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고국을 등지는 베네수엘라인이 약 530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 실험은 자본주의 생산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없이, 석유를 팔아 벌어들인 부를 진보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사회주의의 실패가 아니다. 사회주의는 오일달러를 통해 달성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두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두 우파 엘리트를 지지하고 미국의 개입을 찬성한다고 간단히 치부할 수 없다. 즉, 마두로 정권에 대한 내부의 불만을 단순히 우파의 음모, 제국주의의 획책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자의 임무는 노동계급이 직면한 물질적 조건을 제대로 이해하고 노동계급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지지하는 것이다. 그것은 미국이 지원하는 쿠데타와 과이도에 대한 반대 뿐 아니라, 부패하고 권위적인 마두로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해야 가능하다.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 조직인 ‘사회주의 조류 (Marea Socialista)’의 한 멤버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제국주의와 정당성 없는 정부를 강요하는 것에 반대하고, 베네수엘라 민중이 자국의 미래를 헌법적 방법과 자유 선거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민주적 권리를 위한 국제 캠페인이 필요하다. …… 그러나 (미국의) 개입에 반대하는 것이 바로 베네수엘라 민중을 억압하고 있는 마두로 정부에 대한 지지를 뜻해서는 안 된다. 개입에 대한 반대는 베네수엘라 민중이 주권과 자유에 기반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지지하는 것이지, 가짜 ‘사회주의’의 이름으로 볼리바르 혁명을 배신한 정부가 더 강화되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아닌 베네수엘라 민중이 결정해야

트럼프, 마이크 펜스, 존 볼턴, 엘리엇 에이브람스 같은 자들이 베네수엘라에 개입해 정권 교체를 시도하고 자기들 맘에 드는 허수아비 지도자를 세우는 것은 베네수엘라 민중들에게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 미국이 라틴아메리카에서 수없이 반복해 온 더러운 개입의 역사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베네수엘라에 개입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들은 베네수엘라 민중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다. 미국의 지배계급의 관심은 베네수엘라 석유와 자본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고, 이를 가능하게 하도록 라틴 아메리카에서 미국의 패권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마두로 정권 하에서 베네수엘라 민중은 충분히 고통을 겪었다. 미국의 개입은 이들의 고통을 더 한층 가중시킬 것이다. 제국주의의 개입은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에서 파트너로 선정한 자가 브라질의 극우 파시스트 자이르 보우소나루라는 사실만 봐도 미국의 개입이 베네수엘라 민중을 위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따라서 사회주의자들은 과이도-트럼프 쿠데타에 대해 분명히 반대하고, 당장 베네수엘라에 대한 모든 제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제국주의적 개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마두로 정권에 대한 비판을 삼가야 한다는 일부 좌파의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옳지 않다. 마두로 정권에 대한 노동계급의 분노가 커져가고 있고, 특히 작년 5월 선거 이후 새로운 투쟁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에 진행된 임금인상과 공공 의료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간호사 파업 뿐 아니라, 일부 지역의 전기, 전화 노동자들과 우체국 노동자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이 새로운 운동은 우파 야당 중심의 반정부 운동이 제기하는 요구와는 다른 노동계급의 요구를 내걸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마두로 정권이나 미국을 등에 업고 자신들의 권력을 되찾으려는 우파가 아닌 또 다른 대안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베네수엘라 노동계급은 자신의 힘으로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미국의 개입은 노동계급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베네수엘라의 운명은 민중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2002년 미국의 지원 하에 차베스에 대한 쿠데타 시도가 있었을 때 민중의 힘으로 막아내어 차베스 정권을 선택한 것처럼, 마두로 정권에 대한 선택 여부는 미국이 아닌 베네수엘라 민중이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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