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차 문재인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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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와대]

촛불정세를 배경으로 치러진 19대 대선으로 등장한 문재인정권이 출범한 지 100일이 다가오고 있다. 박근혜의 탄핵으로 조기에 치러진 대선이라 역대정권과 달리 인수위 기간도 없이 출범한 정권이지만 대선기간에 대선캠프를 투트랙으로 운영한 덕분에 이러한 공백을 메운 것으로 보이고 정권 지지율은 8월 2주차(7~11일) 현재 71.8%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역대 정권과 비교하면 100일차 지지율은 김영삼 정권에 이어 2위이다(집권 100일 역대정권별 지지율. 노무현정권 40%, 이명박정권 20%, 박근혜정권 52%).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최악의 박근혜정권과 대비되는 효과가 있고,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야당이 촛불민심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촛불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하고 가시적인 행동을 하는 정권에 대해서 일단은 민중들이 기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정세는 현재진행형이다. 촛불정세는 문재인 정권의 등장으로 종료된 것이 아니다. 지금은 민중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지 않지만 민중들은 촛불집회를 통해 자신들이 드러낸 변화의 요구가 앞으로 어떻게 현실화될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촛불정세는 살아있다. 최근에 황우석 사태의 주역인 박기영이 거센 비판 여론 속에서 사실상 쫓겨난 것은 이것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의 미래는, 문재인 정권이 민중들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하는지, 이것을 민중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시각을 갖고 문재인 정권의 100일을 살펴봄으로써 문재인 정권의 특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하려고 한다.

1. 문재인 정권 100일은 무엇을 보여주었는가?

반복된 인사문제

과거 정권에서 발생한 인사문제는 문재인 정권에서도 되풀이되었다. 특히 후보 공약에 ‘5대 비리(병역면탈·부동산투기·세금 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 관련자 고위 공직 원천 배제’라는 인사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는 야당의 공세가 더 거셌다. 김기정, 안경환, 조대엽 등이 탈락했다. 반복되는 인사문제는 두 가지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인사청문회가 지배계급내 권력투쟁의 도구가 되면서 그 기준이 경쟁적으로 강화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강화된 기준을 통과하는 지배계급내 인물이 극히 소수로서 수구정치세력뿐만 아니라 자유주의정치세력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만큼 지배계급 전반이 스스로가 정한 비리기준마저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지배계급내 비리가 만연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유사한 문제는 문재인 정권 내내 반복될 소지가 농후하다.

적폐청산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작업은 아직은 가동단계에 있고 향후 본격화될 것이다. 공수처 신설 등 검찰 개혁방향이 제시되고 있고,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구성되어 국정원 댓글 사건 재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4대강 사업 재조사도 시작되고, 방산비리 척결도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제1의 적폐청산 대상인 새누리잔당세력에 대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태도는 불분명하다. 이들 세력은 박근혜가 탄핵되고, 급격히 정치적으로 고립되었지만 정치적으로 해체되지 않은 채 현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수구세력의 구심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현행 제도에 의해 3년의 국회의원 임기가 보장되는 것을 악용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자유주의정치세력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해체하기 위한 방침을 갖기보다 이들을 단지 선거를 통해 도태시키는 길로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가보안법, 테러방지법 등 반민주적 제도, 법의 폐지에 대한 태도도 불분명하다.

민중의 삶의 문제 해결

촛불집회에서 민중은 박근혜의 퇴진만이 아니라 거의 20년에 이르도록 악화일로에 있는 삶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였다. 이 문제는 앞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 문재인 정권은 공공부문에서 81만개 일자리 창출,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16.4% 인상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정책들은, 이마저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의 정책에 비해서는 나을 뿐, 미봉책을 벗어나지 못한다. 즉, 자본주의가 실패한 것을 정부가 나서서 일시적으로나마 보충하는 정책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문재인 정권의 높은 지지율이 유지되는 것은 이러한 미봉책이나마 문재인 정권이 정권초기에 집중 배치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최악의 박근혜 정권과 대비된 기저효과라고 할 수 있는데, 진정으로 문제가 시작되는 것은 이 미봉책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할 때일 것이다.

재벌문제

문재인이 친재벌적인 정책에 비판적인 대표적인 자유주의경제학자, 장하성과 김상조를 각각 청와대 정책실장,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을 볼 때 문재인 정권은 자유주의적 재벌개혁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재벌해체와는 처음부터 거리가 있는 것이다.

무기력한 한반도 정세 대응

문재인 정권의 등장 이후 가장 빨리 문재인 정권의 특성을 보여준 부문이 한반도 정세 대응이다. 다른 부문들이 아직도 구체적인 모습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것과 대조적으로 문재인 정권은 짧은 기간 동안에 이 부문에서 자신의 특성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권은 방미과정에서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자세한 내용은 「사드배치 입장을 분명히 밝힌 문재인, 이제 투쟁 변화가 필요하다」 참조), 발벗고 나서서 자신이 미국의 이해에 배치되지 않는 친미정권임을 입증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자세한 내용은 「한미정상회담, 이러고도 “굴욕외교”는 없었다고?」 참조). 그 대가로 얻어낸 것이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이라는 한미정상 공동성명의 유명무실한 구절이었다. 이것은 미국이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고 한국정부가 또 굳이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만 하는 내용도 아니었다. 문재인 정권은 귀국 후, 이 구절을 강조하며, 당시 돌아가는 객관적인 한반도 정세와 무관하게 허겁지겁 남북대화를 제안하는 매우 주관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른 한편 7월 28일 북한이 화성-14형을 발사하자 문재인 정권은 성급하게 성주에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는 자신의 기존방침도 허무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정세의 핵심을 놓치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트럼프와 북한은 ‘말폭탄’을 교환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켰다. 8월 8일 트럼프는 “북한은 더 이상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며”, “그들은 세계가 본 적 없는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은 9일 “앤더슨 공군기지를 포함한 괌의 주요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경고신호를 보내기 위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켈 등 외국의 정치인들마저 나서서 말폭탄을 비판하였는데, 정작 한국정부는 곧바로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처음으로 이를 비판한 것은 거의 1주일이 다된 8.15 경축사에서였다.

문재인이 후보시절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도 ‘노’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문재인 정권은 불리한 객관적 정세를 감안하더라도, 역대 자유주의정권과 비교해서 가장 친미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고,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발언을 당당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8.15 경축사에서 뒤늦게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은 안 됩니다.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입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라고 발언하였으나, 이 발언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말이 아닌 실제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북한이 남한에 비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세이지만, 북한이 생존을 위해서 미국과 직접 담판하려한다는 현실을 문재인 정권은 냉정히 인정해야 한다. 북미간 공방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싫더라도 인정하고, 대신 한반도정세를 악화시키는 북한과 미국의 행동을 비판견제하고 북한과 미국의 직접협상을 미국에게 제안하는 적극적인 역할이 문재인 정권에게 요구되고 있다.

2.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변화된 정세에 맞추어 자신을 정치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등장으로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주되게 대립, 경쟁하고 투쟁해야 할 세력은 자유주의정치세력이 되었다(자세한 내용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잘못된 태도를 극복하자」 참조). 이것은 물론 수구세력의 청산, 적폐의 청산이 과거의 과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 역시 매우 주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자유주의정권의 등장으로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는 과거의 것이 되었기 때문에,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자신을 정치적으로 재정립하고 자본주의가 야기하는 문제의 해결을 주된 과제로 설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주관적 의도가 어떠하든 변화된 정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를 고집하고 실천할 경우, 이러한 실천을 하는 진보세력은 점점 더 자유주의세력과 정치적 내용에서 차이가 없게 되고, 결국 주관적 의도와 무관하게 자유주의정치세력의 추종세력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권의 등장은 자신을 정치적으로 재정립하지 않는 진보세력에게는 기회가 아니라 새로운 위기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등장 이후 정의당이 정치적으로 준여당으로 전락한 것은 이 정당이 이미 정치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뚜렷이 구별될 내용을 갖고 있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정의당은 자유주의좌파정당 수준으로 전락하였다. 정의당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적폐청산을 주된 과제로 설정하고 이러한 과제가 실현되기 전까지는 자유주의세력를 주된 투쟁대상으로 설정하면 안된다는 관점을 갖는 진보세력은 역사적 변화를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는 자유주의정권을 지지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문재인 정권 100일 동안 변화된 정세에 맞추어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충분히 자신을 정치적으로 재정립했다고 할 수 없다. 여전히 과거의 관점과 새로운 관점이 혼재되어 있다. 앞으로 문재인 정권의 자유주의적 개혁이 본격화되면 이것은 커다란 내부 약점이 될 것이다. 이것을 최대한 의식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문재인 정권 100일을 맞아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주체적 관점에서 실천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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