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가 요구되는 지금,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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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주·반민중·반인권 악법인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어느덧 71년이 되었다. 일제시대의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하여 분단 및 냉전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지난 71년간 체제유지를 위한 무기로 기능해왔다. 그 세월 동안 국가보안법은 사상의 자유를 억압해왔고, 새로운 사회를 추구하고자 하는 노동자 민중들을 탄압하는 수단이 되어 왔으며, 이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는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 제정일인 지난 12월 1일을 앞두고, 국가보안법 철폐 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실천들이 전개되었다.

국가보안법 철폐 여론 확산을 위한 “국가보안법 철폐 인증샷운동”

그 중 하나로, 국가보안법철폐긴급행동과 노동해방실천연대가 중심이 되어 11월 20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간 “국가보안법 철폐 인증샷 운동”을 진행하였다. 국가보안법 철폐가 매우 중요한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와서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가보안법 철폐 여론은 크지 않은 실정이고, 집권세력 역시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증샷 운동이라는 대중적 형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철폐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 운동에는 326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는 요구를 담은 피켓을 함께 들어주었다. 이번 인증샷 운동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참여자의 상당수가 노동자들이었다는 점이다. 노동조합 상근 활동가들을 비롯하여 전국의 많은 현장 노동자들이 직접 인증샷 운동에 참여하였다. 이로써 이번 인증샷 운동은 국가보안법 철폐가 노동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임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사진: 사회주의자]

국가보안법 철폐의 힘을 모은 국가보안법 폐지 공동 토론회, “노동자와 국가보안법”

11월 29일에는 국가보안법철폐긴급행동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학술본부의 주관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공동토론회 “노동자와 국가보안법”이 개최되었다. 이 토론회는 국가보안법의 역사를 돌이켜보고 국가보안법 철폐투쟁에서 노동자의 역할과 향후 투쟁방향을 모색하려는 취지로 열렸다. 43개 시민사회단체가 토론회에 공동주최로 참여하였으며, 다양한 사람들이 발제자 및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이 날 첫 번째 발제자인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채만수 소장은 자본주의체제 하에서의 경제투쟁의 한계를 언급하며 노동자들이 사상과 이론으로 무장하고 국제주의로 연대하여 보다 고도한 사회로의 비약을 이룰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국가보안법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기에 하루빨리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김태균 집행위원장은 국가보안법의 ‘대한민국의 국체보전’을 위한 근본적 목표와 성격은 법 조항의 일부 개정여부나 정권의 성격과 무관하게 계속 이어져 왔으며, 역대 정권 중 단 한 차례도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지 않은 정권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 번째 발제자인 민중민주당 이상훈 인권위원은 향후 국가보안법 철폐투쟁의 방향으로 ‘반미자주투쟁’과 ‘반파쇼민주투쟁’의 전개를 제시했다.

그러나 각 발제자들의 발제내용은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에 대한 긴장감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채만수 소장의 경우 왜 국가보안법 문제가 노동자에게도 중요한가를 논증하는데 그친 반면 철폐운동의 실천적 방향제시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사회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태균 집행위원장의 발제는 71년 국가보안법 탄압의 역사를 말하면서도 정작 사노련, 해방연대와 같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기 사회주의 조직 탄압 사건은 누락되어 있었다. 이상훈 인권위원은 아예 한국 사회를 ‘식민지 반자본주의’로 규정하는 황당한 인식을 보였다.

반면 토론자들 중에는 국가보안법 철폐투쟁에 대해 긴장감 있는 의견을 내놓은 사람들이 있었다. 가령 고승우 전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은 국가보안법이 사람들의 자기검열을 체질화시키고 사회적 상상력을 차단 및 변질시키고 있다면서 국가보안법이 반드시 철폐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청중토론에서도 2020년 총선을 앞둔 이 시기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을 해야 할지, 그리고 이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어떻게 하면 대중화시킬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청중들의 적극적인 질의와 의견개진이 이루어졌다. 국가보안법 철폐투쟁이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필자 역시 이 날 노동해방실천연대 사무처장 자격으로 토론회에 참여하여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였다. 민주주의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의 관련성 속에서 국가보안법 철폐에 대해 이야기하는 발제자, 토론자들이 많을 것이라 보고 필자는 토론문에서 자유로운 사회주의 활동의 보장이라는 측면을 강조했다. 한국 사회에서 자본주의 모순이 심각해지는 지금은, 사회주의가 시대적 요구사항이 되어 있고, 따라서 사회주의운동의 확산을 위해 국가보안법 철폐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국가보안법과 충돌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국가보안법 철폐 인증샷 운동”과 “노동자와 국가보안법” 토론회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면서, 현 시점에서의 국가보안법 철폐운동이 갖는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침체된 분위기를 깬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실천들이었다.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해 사회주의세력, 진보세력이 적극 나서야 한다

2008년 대공황 이후로 자본주의의 모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이에 따라 민중들은 취업경쟁, 실업, 비정규직화, 빈부격차, 주거난, 막대한 부채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는 모두 자본주의체제 그 자체의 모순으로 인해 생겨난 삶의 문제로,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민중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자체에 손을 대는 운동, 즉 사회주의 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주의운동이 확산되어야 하는 이런 시기에 국가보안법은 사회주의운동을 탄압하는 수단이 될 수 있고, 노동자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건설하는 것을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

또한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비록 부침이 있긴 하지만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수구세력 역시 그 존립근거가 점차 허물어져 역사적으로 몰락한 세력이 되었다. 그렇기에 구시대적 유물인 국가보안법 역시 하루빨리 철폐되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금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성두현 동지와의 인터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사회주의정당 건설을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를 참조하길 바람.)

현재 자유주의세력은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해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유주의 정치인들 가운데에는 이전까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을 했었지만 집권 이후에는 국가보안법 자체는 유지하되 개정만 하자고 말을 바꾸거나,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문재인은 대통령이 된 지 2년 반이 넘은 지금까지, 국가보안법으로 형이 확정된 사람들 일부에 대한 특별사면 검토만을 하고 있을 뿐, 국가보안법 그 자체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자유주의세력의 위선적 태도가 여기서도 나타난다.

따라서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일관되게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사회주의세력은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폐기 등을 강력히 요구하는 등 국가보안법을 적극적으로 어기는 실천을 하고, 또 지금보다 공세적으로 사회주의 활동을 하여 국가보안법과 충돌하면서 그 반동성을 폭로해야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적극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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