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게슈타포, 이민세관단속국은 철폐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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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he New Yorker(Spencer Platt/Getty Images)]

미국에서는 지금 ‘ICE’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이민세관단속국(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이하 ICE) 철폐 투쟁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ICE 철폐가 어떻게 대중적인 요구로 떠오르고 있는지 살펴보고 투쟁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안하고자 이 글을 쓴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전부터 이민자 혐오를 선동하면서 미국에 있는 1천1백만에 달하는 서류미비 이민자들을 모두 추방해 버리겠다고 장담해 왔다. 취임 첫 달에 무슬림입국금지 행정명령을 발표해 커다란 저항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주의에 기반한 반이민 선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올 4월에 소위 불법이민 ‘무관용(zero tolerance) 정책’을 발표했다. 국경을 넘다 체포된 사람들은 예외 없이 모두 형사기소하고 동반 자녀들을 부모로부터 격리 수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아이를 뺏긴다는 것을 알면 국경을 넘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할 것이고 결국 밀입국을 저지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무관용 정책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분노와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다. 특히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 수행에 전면 동원된 이민세관단속국을 철폐하라는 요구가 거세어지면서 각 지역 ICE 사무실 앞에서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ICE를 관할하는 국토안보부 니얼슨 장관을 비롯하여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식당에서 사람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반인륜적이고 비인도적인 일에 가담하지 않겠다며 이민국 요원들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정부를 비판하며 사직하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이런 비판적 여론에 밀려 6월 20일 트럼프는 부모와 아이를 떼어놓는 정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사이 이미 2,5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부모와 강제로 헤어져 격리 수용된 뒤였다. 멕시코와 접한 미국 국경을 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남미 본국에서 폭력과 박해를 피해 온 사람들이다. 이미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이 또 한 번 가족과의 생이별이라는 비인간적인 고문을 경험해야 했다. 아동심리 전문가들은 부모들과 강제로 떨어진 아이들이 겪는 트라우마가 평생을 갈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일부 아이들은 영영 부모에게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8월 16일 현재 565명의 어린이들이 부모를 찾지 못해서 여전히 격리 수용된 상태다. 그 중 24명은 5살 미만의 영유아들이다. 이미 463명의 부모들이 아이들 없이 추방 되었다는 이민국의 보고에 비추어 볼 때 지금 남아있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부모와 영영 재회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진: 미국 애리조나주 세관국경보호소에 부모와 떨어져 억류되어 있는 아이들. AP Photo]

이민자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이민 단속

이런 비인도적이고 야만적인 무관용 정책은 국경에서만 벌이지는 있는 일이 아니라 미 전역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전개되고 있다. 이민자에 대한 무차별 단속과 체포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끊임없는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하루아침에 ICE에 부모를 뺏긴 아이들이 겪는 두려움과 고통, 트라우마는 국경에서 벌어지는 사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뉴욕시가 5월에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 후 첫 8개월 동안 뉴욕시 일원에서만 ICE에 체포된 사람이 월 평균 254명에 달한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5% 증가한 것이다. 특히 범죄 전과가 없는 이민자에 대한 체포는 트럼프 정부 첫 8개월 동안 225%가 늘어났다. 트럼프 취임 전인 2016-2017 회계연도의 1월 이전 수치와 비교하면 무려 421% 증가했다. 이민 단속과 함께 추방도 증가 했는데, 뉴욕시 통계를 보면 트럼프 취임 첫 8개월 동안 추방당한 이주민 수는 109% 증가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범죄자들을 가차 없이 추방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선동과 달리 범죄 전과가 없는 이주민의 추방이 더 늘어나 1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사에드 아메드 자말이 그 좋은 예이다. 자말은 30여 년 전 학생비자로 미국에 입국해서 현재 캔사스시티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그의 아이들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이다. 어느 날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려고 집을 나서던 자말은 어린 세 자녀와 아내가 보는 앞에서 ICE 요원들에게 수갑이 채워져 연행되었다. 신분이 확실하고 범죄 경력이 없는 자말이 체포된 것은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살인자, 강간범 같은 ‘짐승들’을 단속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선동이 거짓임을 알 수 있다.

올해 초 ICE 국장은 작업장 이민 단속 실적을 400% 올리라고 지시했다. 곧바로 ICE는 17개 주에서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 98개 사업장을 대대적으로 급습해 일하고 있던 서류미비 노동자들을 체포했다. 그 이후 농장, 공장, 식당, 편의점 등 사업장을 망라하고 곳곳에서 모든 이주노동자들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한 ICE는 급기야 6월에는 오하이오 주에 있는 한 육류가공 공장을 급습해 146명의 서류미비 노동자들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단일 작업장 단속으로는 최고 기록이었다. 7월 말에 나온 이민국 자체 통계에 의하면 올 회계연도가 시작된 2017년 10월부터 2018년 7월까지 10개월 동안 총 984명의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ICE에 체포되었다. 이는 작년 회계연도의 172명 체포에서 5.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이 밖에도 법원, 학교, 교회 등 기존에 성역으로 여겨지던 장소에도 ICE는 개의치 않고 들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법원 안에까지 ICE 요원들이 들어와 이민자들을 체포하고 있는데, ‘이민자 방어 프로젝트’라는 인권단체의 집계에 따르면 뉴욕시에서 2017년 한 해 동안 법원에서 ICE 요원에게 체포당한 이민자들의 수가 전년도에 비해 무려 1,100%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자들은 법원에 출두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무죄를 입증할 기회를 근본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이민단속이 두려워 법정에 가는 것을 꺼리면서 가정폭력, 성폭력 등 범죄 신고율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ICE의 법원 출몰은 변호사, 검사, 판사 모두에게 거센 반발을 사고 있지만,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런 무차별적인 단속과 체포는 이민자 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4월 말 ICE는 테네시주의 한 육류가공 공장을 급습해 97명의 서류미비자를 체포했는데, 바로 다음날 그 지역 초중고의 결석생이 무려 530명에 달했다. 그 지역 전체 학생의 약 5%, 히스패닉계 학생의 거의 4분의 1이 학교에 등교하지 않은 것이다. 전날 부모가 잡혀가서 직접 영향을 받은 학생들 뿐 아니라 많은 이민자 가정에서 혹시 학교에도 ICE가 들이닥칠까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이다. 공포와 불안의 일상화, 어느 날 내 이웃, 내 가족 중 누군가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이민자들 뿐 아니라 전체 공동체를 사로잡고 있다.

지금 미국의 ICE는 나치 독일에서 유태인 뿐 아니라 집시, 성소수자, 장애인, 공산주의자 등 닥치는 대로 잡아가 강제수용소에 보내던 게슈타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앞으로 ICE 요원을 더 늘리고 심지어 국경 근처에 이민자들을 구금할 텐트촌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게슈타포에 어울리는 강제수용소까지 제대로 구색을 맞추겠다는 심사 같다.

ICE 철폐 투쟁의 대중적 확산

트럼프의 무관용 정책과 가족 격리수용에 반대하는 시위가 6월 30일 미 전역에서 동시에 열렸다. 전국 주요 도시 ICE 사무실 앞에 모인 시위대는 “ICE가 이민자들을 납치하고 있다. ICE를 철폐하자”고 외쳤다. 6월 30일 이후에도 곳곳에서 크고 작은 항의시위가 계속 되고 있다. 한 예로 뉴욕에서는 7월 31일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아마존이 입주한 건물들 앞에서 테크 노동자들과 이민자권리 활동가들이 한데 모여 이민국과 하청계약을 맺고 단속에 필요한 정보와 데이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들이 당장 ICE에 협력하는 것을 멈추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뉴욕에서 거둔 값진 승리는 투쟁이 어떻게 확산되고 승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 6월 초 뉴욕 브루클린의 한 피자가게 종업원인 파블로 빌라비센시오는 여느 때처럼 브루클린 베이리지라는 동네에 위치한 군부대에 피자 배달을 나갔다가 ICE에 체포되었다. 군부대에에서 파블로를 ICE에 넘겨버린 것이다. 서류미비자인 파블로는 에콰도르 출신으로 어린 두 딸과 부인과 함께 열심히 살고 있었다. 얼마 전 시민권자인 부인의 도움으로 영주권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국은 그를 바로 다음날 추방하겠다고 했다. 졸지에 가족과 생이별을 하게 된 파블로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그를 구출하기 위해 움직였다.

‘사회정의를 위한 베이리지’(Bay Ridge for Social Justice)라는 주민단체와 각종 인권단체가 함께 파블로를 ICE에 넘긴 군부대, ICE 건물 앞, 이민법원 앞 등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그의 석방운동을 벌였다. 시위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체포되기도 했지만, 파블로 석방 캠페인은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얻으며 시간이 갈수록 더 거세어졌다. 53일 동안 구금 되었던 파블로는 마침내 석방되어 다시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사진: florida politics]

ICE 철폐 투쟁이 나아가야 할 길

이런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부 사회주의자들만의 ‘비현실적’인 요구로 보였던 ICE 철폐는 점점 더 대중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핵심 공약 중 하나로 ICE 철폐 요구를 내걸고 뉴욕 민주당 하원의원 예비선거에서 당선된 사회주의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뿐 아니라 2020년 선거의 유력한 민주당 대선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질리브란드 상원의원과 드블라지오 뉴욕시장도 ICE 철폐에 동조하면서 정치권에서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운동이 커지고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 많은 정치인들이 ICE 철폐 요구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우리의 운동이 더 강력해질 때만 가능한 것임으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주류 정치인들이 우리를 대신해 싸워줄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이민 정책은 공화당과 트럼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지난 수십 년간 민주당 정부도 일관적으로 취한 정책이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이민자에게 친화적인 모습을 표방하지만 실제로 이민자들을 공격하면서 노동자들 사이의 분열을 획책하는 정책에 민주당은 공화당과 함께 보조를 맞추고 있다.

단적으로 오바마의 경우를 보면, 서류미비자 사면과 포괄적 이민개혁을 내걸어 이민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지만, 실제 정책에서는 이민자 대량 추방, 국경통제와 이민단속의 강화를 추진했다. 오바마는 집권 8년 동안 300만 명 가까운 이민자들을 추방해 역대 그 어느 정권 때보다 최고를 기록했고 ‘추방사령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한 재임 중 국경 통제와 이민단속 강화에 쓰이는 예산을 300%나 늘렸다. 이민구치소에 하루 최소 3만 4천 명은 수용해야 한다는 할당제를 도입해 이민자에 대한 강제 구금을 확대한 것도 오바마 정권이다. 현재 미 전역에 약 200개의 이민 구치소가 있는데 그 중 60%가 영리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사람들 가두는 것이 이윤을 남기는 사업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트럼프가 이민자들을 향해 휘두르고 있는 흉기들은 대부분 오바마 정권에서 마련해 준 것이다.

트럼프의 무관용 정책이 발표되고 나서, 아이들이 흡사 동물우리 같은 철창에 수용되어 있는 사진들이 SNS에 올라오면서 다시 한 번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그런데 실은 그 사진 중 일부가 2014년 오바마 재임 당시에 찍힌 것으로 드러나 민주당(Democratic Party)도 공화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강제추방당’(Deportation Party)이라는 민낯이 폭로되었다.

사회주의자들은 ICE 철폐와 트럼프의 인종주의적 이민 정책에 대한 반대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싸워야한다. 자유주의자들의 ‘좋은 이민자’와 ‘나쁜 이민자’ 프레임 (범죄자는 추방하고 선량한 이주민들에게만 합법 신분을 줘야 한다는)을 뛰어넘어야 한다.

자본주의 하에서 자본은 이윤을 찾아 국경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전세계를 넘나들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자유로운 이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국경 통제는 결국 노동력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자들 사이에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고 국적과 인종으로 나눠 등급을 매겨 서로 반목하고 경쟁하게 하기 위함이다. 사회주의자들은 궁극적으로 국경에 구애받지 말고 전세계 노동계급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싸워야한다. 그것이 국제 노동계급의 단결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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