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세력에 대해 동류의식을 느끼는 게 과연 진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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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완전히 자유주의화하여 더 이상 진보라 할 수도 없는 사이비진보들

지금까지 우리 『사회주의자』에서는 「정의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정의당과 닮은 꼴, 민중연합당」 등 정의당과 민중당의 성격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는 기사를 여러 차례 게재해왔다. 이들은 여전히 ‘진보’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유주의세력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까지 전락했다. 작년 국회 내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 국회 내에서 ‘협치’를 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에 미온적으로 나오면서 정의당이 민주당으로부터 멀어진 듯 보이지만 이것은 현상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정의당, 민중당 공히 자유주의적 성격이 더욱 강화되어 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1월 3일에 열린 2019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그동안 노동자들을 많이 만나왔지만, 앞으로는 기업가들의 생각도 충분히 들어보겠다”, “기업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발언을 하여 자본가들의 박수를 받은 바 있다. 또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촉구했다. 1월 17일에 열린 국회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이정미 대표의 발언을 통해 “정의당은 불평등과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소득주도성장의 정통노선을 계속 걸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의 파트너십을 끝내고 국회 내 ‘개혁 블록’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2월 7일 국회 상무위원회 발언에서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갈지(之)자 행보로 우물쭈물하다가 기득권 세력의 역공에 속절없이 당하는 모습에 국민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라면서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 하락까지 걱정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민중당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여파로 박해받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그들의 정치적 내용을 살펴보면 정의당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자유주의화되어 있다. 「수구세력의 재기가 두려운가?」에서도 거론했듯이 댓글 조작으로 김경수가 유죄판결을 받자 민중당 이상규 대표는 민주당에게 제대로 싸우라고 충고까지 날렸다. 민주당이 내건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소득주도성장엔 죄가 없다. 문제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대로 된 소득주도’를 하지 못한 데 있다”(2018년 11월 23일 논평)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더 이상 진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자유주의 세력화했다. 따라서 이들은 노동자 민중의 대안이 될 수 없다. 노동자 민중이 삶의 조건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려면 자본주의에 맞서 싸워야하는데, 자본주의와 맞서 싸우려면 무엇보다 현재 권력을 쥔 채 자본가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자유주의 세력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유주의화한 사이비진보 세력과 투쟁하여 이들이 노동자 민중의 급진화를 가로막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비단 이런 사이비 진보세력만이 아니라, 진보세력 내에서도 자유주의 세력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갖지 못한 채 자유주의 세력을 동맹 내지 견인해야 할 대상으로 잘못 보는 경우가 빈번한 실정이다.

자유주의세력에 대해 동류의식을 느끼는 진보?

진보를 표방한다는 사람들이 자유주의세력에 대해 무망한 기대감을 가진 채 동류의식을 느끼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대표적인 경우로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인 박석운을 들 수 있다. 2018년 초 문재인에게서 “‘떡국’도 얻어먹었”던 박석운은 1월 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이 ‘우클릭’을 하고 ‘개혁 역주행’을 해서 문제라며 “노동자·농민·도시빈민 모두 ‘팽’당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자신이 민중공동행동을 결성하게 된 이유는 ‘개혁 역주행’을 저지하고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문재인 정부에 요구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내용 중 일부만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사실 왜 그런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나마 제일 진보적이고, 나머지 모두 우클릭하고 있다. 촛불항쟁에서 제일 미진했던 부분이 국회 개혁이다. 국회가 적폐의 온상으로, 민주당에도 준적폐세력이 끼여 있다. 청와대 핵심 보좌진들은 내공이 약하고, 겉멋만 들었다. 개혁의 깃발만 흔들었지 내실화에 대한 내공이 약하다. 초기에 이벤트로 감동은 줬지만 막상 서민들의 삶에 변화를 주지 못했다.

– 「[원희복의 인물탐구]민중공동행동 공동대표 박석운 “촛불주역들은 모두 ‘팽’ 당했다”」, 『경향신문』, 2019. 1. 7.

‘우클릭’ ‘개혁 역주행’이란 말은 마치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 비판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전면적 비판이라기보다, 문재인 정권의 ‘일탈’을 꾸짖는 정도의 비판이다. 원래 모습대로 갔으면 잘 갔을 텐데 ‘우클릭’하고 ‘역주행’해서 문제라는 것이다. 이 ‘우클릭’과 ‘역주행’이 문재인의 본 모습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그나마 제일 진보적”이라는 등 인터뷰 내내 문재인에 대한 기대감과 우호적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주변인물들이 문제여서 대통령이 잘못을 범했다는 것이다. 진보라기 보다는 문재인 지지세력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내용이다.

작년까지 전교조 집행부를 맡았던 세력들이 주도하고 있는 진보교육연구소 역시 겉으로는 진보연하지만 실상은 자유주의에 기대하는 모습을 역력하게 보여준다. 이런 진보교육연구소의 태도는 지난 1월에 발간된 회보 『진보교육』 71호에서 확연히 확인된다.

자유주의 세력은 기본적으로 자본, 기득권 세력과 노동자, 민중 사이에서 동요하는 속성을 지닙니다. 이중적 속성 속에서 정권을 잡기 전에는 민중의 이야기를 듣는 척 하다 일단 정권을 잡고 나면 자본과 기득권에 기웁니다. 따라서 자유주의 정권의 민중 배신이 새롭거나 느닷없는 일은 아닙니다. 다만 ‘촛불 혁명’의 세례를 받은 것에 비해 너무 빠르고 심합니다.

동요하는 자유주의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민중의 ‘힘’과 ‘투쟁’ 그리고 ‘대안’이 필요합니다. 투쟁하는 가운데 힘과 대안을 키워 주도권을 형성해 나가야 합니다.

-『진보교육』 71호 권두언 “동요를 넘어, 새로운 도약으로!!” 중

이 권두언은 마치 자유주의세력을 비판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그러나 이 비판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우선 자유주의세력은 자본과 노동자 민중 사이에서 동요하는 세력이 아니라 자본가 계급의 일부이다. 자유주의 사상 자체가 자본주의를 정당화하는 지배 이데올로기이다. 그리고 자유주의 세력이 동요하고 불철저한 모습을 왕왕 보이는 것은 그들이 자본가 계급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가령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 하나만 보더라도 이 투쟁을 올곧게 밀고 갈 경우 의도치 않게 노동자 민중을 각성시켜 투쟁의 전면에 나서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자유주의자들은 이런 상황이 두려워 타협적이고 불철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박근혜 퇴진투쟁 시기 민주당이 “질서있는 퇴진”을 이야기한 것이 그 대표적 예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자유주의 세력의 “이중적 속성” 설명은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일뿐 아니라 자유주의세력을 견인가능한 우호적 세력으로 보고자하는 욕구가 담겨 있다. 그러나 자유주의를 견인한다는 것이 착각임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문재인 집권 이후 2년 넘도록 법외노조 철회도 쟁취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견인이라는 것의 실체는 참으로 무기력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진보교육연구소의 이런 입장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사회주의자』에서는 「전교조, 지금은 자유주의의 굴레를 벗어야 할 때」란 기사가 실려 “전교조에 깃든 자유주의라는 병”을 비판한 바 있다. 진보교육연구소로 대변되는 세력들이 평소 자유주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글이 나오게 된 것이다.

자유주의세력을 정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유주의세력을 견인 내지 동맹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은 심지어 전태일 노동대학의 김승호 대표에게서도 나타난다. 김승호 대표는 문재인 정권 집권 초 정권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한 바 있다. 문재인 정권의 위기가 가시화된 후에도 자유주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가령 김승호 대표는 「촛불혁명 2주년, 꺼져 가는 혁명의 촛불」(『매일노동뉴스』, 2018. 11. 5.)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 위기 시기에는 소득주도 성장이니 혁신성장이니 또는 포용성장이니 하는 성장우선 정책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분배를 우선하는 노선으로 전환해야 한다. 천민자본주의를 변혁해서 민생을 구할 길을 찾아야 한다. 필요하면 사회주의적 요소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노동계급과 동맹을 맺고 노동계급이 스스로 힘을 키우도록 협조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자유주의세력은 투쟁대상이다, 태도를 분명히 하자.

진보운동 상당수가 자유주의 지지세력으로 전락하거나, 자유주의세력을 투쟁대상이 아닌 견인 내지 동맹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현실에서 이미 문제를 낳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작년부터 친자본 반노동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고, 그로 인해 지지율이 하락하고 정권의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정권의 위기는 사실 사회주의․진보세력에게는 기회가 되어야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와는 달리 정권의 위기와 더불어 진보세력이 상당수 무기력해지거나 침체에 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평가는 비단 필자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진보운동 내에서 슬슬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앞서 거론한 김승호 대표조차도 작년 12월 3일 『매일노동뉴스』 칼럼에서 “진보정치가 이렇게 자유주의 정치와 동색으로 보이는 것은 무엇에서 비롯되는가. 정치의 내용·형식·행태 등 총체적인 유사성에서 비롯된다. 내용 면에서 진보정치는 대체로 자유주의 정치의 좌파 수준에 머문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동자운동연구소의 한지원 연구원도 “문재인 정부식의 “공정한 시장”을 지지하다가 정권과 함께 몰락하는 것이 진보진영의 진정한 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평가가 옳다면 진보운동의 활동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진보운동이 자유주의세력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그들을 동맹 내지는 견인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문제인 이유 중 하나는, 노동자 민중들이 자본주의체제 그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급진화하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이 반자본주의·사회주의 의식을 갖고 자본주의에 맞서 싸워야 할 지금, 자본가계급인 자유주의세력에 대해 잘못된 환상을 갖는 것은 노동자계급이 대안세력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진보운동이 자유주의에 대해 잘못된 태도를 갖는 것과 싸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개의 댓글

  1. 어려운 문제죠.
    뭐 정의당은 사실상 개량의 길을 가고 있고.
    민중당이나 노동당은 우리가 설득시켜서 급진화하도록 도와야죠. 동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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