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입장에서 본 미중 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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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REUTERS]

미국은 자본주의에 대한 ‘상식’을 참 많이 뒤집어주는 나라다. 1998년 한국이 경제공황으로 구제금융을 받게 되었을 때, 미국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었던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에 어떤 요구를 했는가? 그들은 우리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며 긴축재정을 요구했고, 공기업들을 헐값에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의 지배세력은 그래야만 자금을 지원받고,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노동자 민중들에게 선전해댔다. IMF 구제금융을 받는 동안 노동자들은 해고되고 실직자가 넘쳐나는 등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불과 10년 후 2008년 미국에서 경제공황이 발생했을 때 미국의 지배자들은 어떤 조치를 취했나? 미국은 긴축재정을 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금리를 낮추어 돈을 풀었다. 도산위기에 처한 은행들에게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지엠과 같이 파산한 기업들은 국유화해서 살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왜 경제공황이 발생했는지 원인도 제대로 따져보지 못한 채 한국의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에게 삥을 뜯긴 기분이다.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

그런데 이번에는 무역에서도 ‘상식’이 뒤집어지고 있다. 자본가들, 자유주의자들은 원래 자유무역을 옹호해왔다. 그들은 자유무역을 통해 모든 국가들이 혜택을 누린다고 선전을 한다. 서로 경쟁력이 있는 값싼 상품을 산다면 서로에게 혜택이 있는 것이라고 얘기를 했다. 반대로 보호무역은 시장질서에 위배되는 것이고, 자본주의 경제발전을 저해 한다고 선전해댔다. 보호무역을 하면 망한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많이 드는 것이 1930년 미국이 실행한 보호무역법안, 일명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Bill)이다.

대공황이 시작된 1929년 말, 일단의 군중이 미국 워싱턴 의사당 앞에 집결했다. 각지에서 몰려든 묘비 제작업자와 직원들이었다. 그들은 “관세를 올려서라도 일자리를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이탈리아 등에서 수입된 묘비 때문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농민과 노동자, 각종 산업계 대표자들도 모였다. 역시 요구는 관세 인상이었다.

반년을 버티던 하버트 후버 당시 미국 대통령은 결국 이들의 요구에 굴복했다. 경제학자 1028명이 연대 서명까지 하며 반대했지만 그는 보호무역법인 스무트-홀리 관세법에 서명했다. 30년 6월 17일이었다. 곧 철강 등 2만 개 품목의 관세가 100~400% 급등했다.

(「보호무역의 치명적 유혹 ‘제3의 경제위기’ 부른다」, 『중앙일보』 2009. 2. 15.)

그 결과 영국, 독일, 캐나나 등 주요 교역 상대국들이 즉각 관세 보복에 나섰다. 모두가 무역장벽을 쌓으면서 미국의 수출도 60% 넘게 급감했으며, 미국 실업률은 1933년 24.9%로 치솟았다고 한다. 당시 미국의 보호무역법안으로 세계대공황이 더욱 심화되었다. 결국 1년만에 이 법안은 철회되었다. 자본가들은 이러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제시하며 자유무역주의를 적극 옹호해왔다.

하지만 자본주의 모순이 심화되어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률이 늘어나자 각국의 자본가 정부들은 자신들이 옹호해왔던 자유무역주의를 손바닥 뒤집듯 버리고, 그 대안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경쟁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2008년 미국 경제공황이 일어난 이후 미국의 자본가들은 ‘바이 아메리칸(미국산 우선 구매)’를 오바마 정권에게 요구했는데, 오바마는 겉으로는 “바이 아메리칸 조항을 반대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의회의 보호무역법안을 승인했다. 이에 맞서 당시 독일 메르켈 총리는 바이 아메리칸 조항을 “전형적인 무역장벽”이라 비판하고 보호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상대국가의 보호무역조치는 비판하면서 자신의 보호무역조치는 공정한 무역을 위한 노력이라고 포장하고 있던 것이다.

격화되는 미국의 무역전쟁 그리고 중국과의 패권경쟁

이러한 보호무역 정책은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노골화되고 있다. 트럼프가 하고 있는 무역전쟁의 대상은 동맹국이냐 아니냐를 가리지 않는다. 예컨대 트럼프는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맺은 북미무역자유협정(NAFTA)이 자국에 불리하다고 하면서, ‘사상 최악의 무역협정’이라고 소리 높여 이야기했다. 그리고 캐나다에 대해서는 철강, 멕시코에 대해서는 자동차 등에 대해 관세를 높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캐나다는 철강에 관세를 올리는 것을 허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이 낙농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했다. 멕시코 또한 미국에 수출하는 무관세 자동차의 제작기준을 높이는 것―예를 들어 미국산 부품을 일정비율 이상으로 사용하는 것, 자동차 제조 노동자들의 임금을 일정 기준으로 올리는 것 등―을 허용함으로써 마무리 되었다.

이러한 형태의 무역전쟁은 서구 중심의 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심 당사자인 유럽연합에 대해서도, 한국에 대해서도 현재 진행형에 있다. 트럼프는 미제국주의의 힘과 관세를 무기로 해서 주변국들을 협박하고 삥을 뜯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가 내세우고 있는 게 ‘미국 우선주의’라는 깃발이다. 그는 그동안 미국이 무역에서 불공정하게 대우를 받아왔고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하면서 무역전쟁을 정당화하고 있고, 또한 미국의 노동자들과 농민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주기 위한 행동으로 이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이제 총구는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중국제품 수입 규모가 5,000억 달러인데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1,300억 달러 정도밖에 수입을 안 해서 무역적자가 심각하다는 식이다. 결국 미국은 5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추가관세를 부과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또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 500억 달러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로부터 시작된 무역전쟁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얼핏 보면 트럼프는 앞서 이야기한 다른 나라들에 대해 취하는 것과 비슷한 압박을 중국에게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서는 또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중국에게 패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목표다.

세계의 공장으로 자본주의적으로 급속하게 덩치를 키워왔던 중국에도 위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부동산 거품이 급속하게 늘어났고, 기업의 부채비율은 엄청나게 증가한 상태다. 중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대표적으로 두 가지 경제 정책을 내세웠다. ‘일대일로’, ‘중국제조 2025’가 그것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중심이 되어 자본수출을 할 수 있는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고, ‘중국제조 2025’는 단순제품 생산을 넘어 첨단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정책이다.

트럼프와 미국 지배세력은 바로 중국이 미국의 세계 패권을 넘보고 있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고, 이럴 경우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질서를 통한 이윤 획득이 방해받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이 자본주의 모순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근근이 버텨왔던 이유가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패권국이고 수익성이 높은 첨단산업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 있었는데, 이것을 중국에 빼앗기면 안 된다는 것이 미제국주의의 속내인 것이다. 중국에 대해 ‘기술도둑’이라 지속적으로 비난하고, 정부보조금 축소,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1980년대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자, 일본 환율을 크게 절상하는 ‘플라자 합의’를 강제하여 일본의 수출경쟁력을 대폭 약화시킨 적도 있다. 그만큼 미국의 지배세력은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자본주의 질서를 뺏기지 않으려는 목표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대안은 자유무역/보호무역이 아니라 사회주의에 있다.

자유주의자들은 자유무역주의를 통해 모든 국가들이 혜택을 누린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 낮은 임금, 더 낮은 관세, 더 적은 규제를 찾아 대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제일 핵심이었다. 자본주의가 빨리 발전한 나라들은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이윤을 위해 공장을 옮기기 바빴다. 멕시코에 자동차 조립공장을 두고, 중국에는 스마트폰 제조공장이, 베트남, 인도네시아에는 의류공장이 세워지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전 세계의 노동자들이 착취를 당해왔고, 반면 자본가들은 엄청난 이윤을 획득해왔다. 또한 양극화가 심화되고, 청년실업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자국 내 노동자 민중들의 불만이 증가하자, 자본가들은 스스로가 실패할 것이라고 반대하던 보호무역주의를 일종의 대안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자본주의 모순으로 발생한 문제는 자유무역주의를 보호무역주의로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보호무역주의를 바탕으로 한 무역전쟁은 자본주의의 모순만 심화시킬 뿐이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경우,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대두(콩)에 대해 관세를 인상함으로써 가격이 올라 그 피해는 노동자, 농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일자리 창출효과가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관세 인상과 무역 감소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하여 노동자의 생존을 더욱 위협할 것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그 이면에 존재하기 때문에 무역전쟁이 장기화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무역전쟁은 심각한 경제공황의 방아쇠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미 전세계 경제가 급격하게 불안정한 상태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주가가 폭락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고, 이것은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의 외환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또한 중국은 부동산 거품과 부채 급증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무역전쟁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무역전쟁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실업, 불평등의 원인은 자본주의에 있다. 자본가들의 무한 이윤을 위한 생산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필요에 따른 생산으로 생산체제를 바꾼다는 전망이 없이는, 자유무역이든 보호무역이든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전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특히 전 세계가 더욱 자본주의 체계로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무역전쟁의 격화는 몇몇 나라만의 피해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고, 노동자 민중들에게 그 고통이 전가될 것이 분명하다. 보호무역주의 바탕으로 한 무역전쟁, 민족주의, 국가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길, 사회주의의 전망을 가지는 게 노동자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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