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적극 나서지 않는 사회주의 운동은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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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국가보안법 탄압은 현재 진행형

국가보안법은 1948년 12월 1일에 제정된 이래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사회 변혁을 위해 투쟁하는 많은 이들을 가혹하게 탄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에 따라 국가보안법 철폐는 이 땅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응당 자신의 투쟁 과제로 삼아 온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서 자유주의 정권이 두 차례 들어서고 사회의 민주주의가 일정 정도 진전되면서 국가보안법이 과거만큼 탄압수단으로 빈번하게 사용되지는 않게 되었다. 그 결과 일반 민중 속에서도 국가보안법의 존재감이 많이 약화되었다. 이것은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이 예전에 비해 활발히 전개되지 못하는 요인이 되었다. 2004년 노무현 정권 당시 국가보안법 폐지에 실패한 후,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은 산발적 활동의 양상을 넘지 못했다. 그와 더불어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에 대한 진보 세력 내에서의 관심도 약화되었다. 직접적으로 국가보안법 탄압을 받은 단위들 외에는 하나의 대의로서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이 중요하다고는 말해도 직접 이 투쟁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접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200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진보세력 전반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우선 북한이 국가보안법 상 ‘반국가단체’로 명시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이상 민족해방 진영, 혹은 통일운동 진영이 국가보안법 탄압을 끊임없이 받아 왔다. 더욱이 이명박 정권 들어서 ‘종북’이란 딱지가 유행하면서 민족해방 진영은 국가보안법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었다. 사회주의 세력이라고 국가보안법 탄압에서 비켜나 있지 않았다. 2008년 8월에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이 국가보안법 탄압을 받아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해방연대가 2012년 5월에 국가보안법 탄압을 받았다. 해방연대는 올해 5월 14일 8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같은 날 대법원에서는 국가보안법 탄압을 받은 민중당 당원 3명에 대해서는 유죄를 판결했다. 이처럼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진보세력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다.

사회주의자는 사회주의 운동을 가로막는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해방연대는 5월 14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자본주의를 전면에서 비판하고 사회주의를 공공연히 주장하는 정치조직이 국가보안법 탄압 사건에서 무죄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본주의 모순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과거처럼 마냥 재갈을 물릴 수는 없게 되었기에 사법부는 사회주의를 공공연히 내건 해방연대에 대해 무죄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해방연대의 무죄 판결에 따라 한국 사회에서 사회주의 운동은 합법화되었고, 이로써 사회주의 활동을 더욱 활발히 전개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이런 판결이 나왔다고 사회주의 운동이 국가보안법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우선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민중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일상적 사상 통제의 기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자』에 게재된 이태하의 글 「왜! 지금 사회주의 세력이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나서야 하는가?」는 이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로 생긴 노동자민중의 고통을 최단기간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의식 각성’과 이를 통한 ‘반자본주의 투쟁’이 필요한데, 이러한 의식 각성과 투쟁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건재하여 그것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고 말한다. 제 아무리 노동자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형성하고 자본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행동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그러한 생각과 행동이 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면 쉽사리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행동에 나설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로 자본주의의 새로운 세계대공황이 발발했고 그로 인해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과 대안 모색이 활발해질 것이 분명해진 지금, 사회주의 운동이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이 계속 존재하는 한, 지배계급은 사회주의 운동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정도가 되면 언제든 이 법을 꺼내들어 사회주의 운동의 성장을 탄압으로 끊어내려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가보안법이 이미 사문화된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지배계급이 자신의 지배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200년이 더 된 법도 꺼내든다는 것을 최근 “흑인 생명이 소중하다” 운동에 대한 트럼프의 탄압 조치에서 알 수 있다. 트럼프는 1807년에 제정된 봉기진압법(Insurrection Act)을 근거로 시위진압에 연방군을 투입하려고 시도했다. 2012년 5월 해방연대가 국가보안법 탄압을 받았을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의 말을 통해 사회주의 운동이 크게 성장하면 지배계급이 어떤 반응을 할지 가늠할 수 있다. 그 검사는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해방연대는 “국가변란 선전선동단체인데 만일의 경우 정말로 사회주의 정당이 등장하면 그것은 반국가단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사회주의정당이 등장하면 반국가단체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관련 내용은 「성두현 동지와의 인터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사회주의정당 건설을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를 참고함).

위와 같은 이유에서 사회주의 운동이 고양될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 사회주의자들은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태도로 나서야 하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할 때다

한편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대로 2004년 이래로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은 큰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산발적인 투쟁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이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국가보안법을 철폐해야 한다는 여론이 이전에 비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대표적인 자유주의 언론인 『경향신문』에서는 양권모 편집인 명의의 「국가보안법은 살아 있다」라는 칼럼이 실렸다. 그 칼럼은 “국가보안법 개폐는 진영 논리나 정치적 흥정물로 접근할 대상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국가보안법 철폐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의 배경에는 국가보안법 철폐라는 과제가 한국 사회에서 제일의 민주주의 과제라는 점과 연결되어 있다. 박근혜를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린 촛불 투쟁은 ‘적폐 청산’을 중요한 과제로 제기했다. 이 적폐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담겨 있지만 그 중 중요한 내용 중 하나는 바로 국가보안법 철폐였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자유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상 국가보안법 역시 청산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국가보안법을 일절 손대려 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여 177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얻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수구세력 핑계를 대며 국가보안법 문제를 회피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러기 어려운 실정이 되었다.

현재 자유주의 세력은 이러한 압도적 의석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대표는 압도적 의석을 획득했음에도 국가보안법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 자못 부끄러웠던지 선거가 끝난 직후 “국가보안법 철폐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말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자 민주당 이해찬은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깊이 반성한다”며 국가보안법 철폐 문제가 여론화되는 것을 차단하고자 했다. 이러한 자유주의자들의 옹색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란이 생기고 있는 것 자체가, 자유주의자들 내에서도 국가보안법 문제를 계속 미룰 수 없다는 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 언론에서조차 21대 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을 반드시 철폐하자는 칼럼을 내고 있는 것이다.

오랜 기간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이 힘 있게 전개되지 못해온 상황에서, 지금 기회를 활용하지 않고서 더 좋은 투쟁의 기회가 오리라 장담할 수 없다.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이러한 정치적 시기를 적극 활용하여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잘못된 편향

필자는 사회주의 운동의 확대를 위해서는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반드시 전개해야 하고 지금이 철폐 투쟁에 매우 유리한 때라고 주장했다. 사회주의 세력은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진정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사회주의 세력이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사회주의 세력 대다수는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당면한 실천 과제로 여기지 않고 언젠가는 이뤄야할 당위적 과제 정도로 여기고 있다. 필자 개인적 경험으로 볼 때에도 해방연대 탄압 이후 오랜 기간 국가보안법 관련 여러 연대체에 결합하고 각종 기자회견, 집회, 행사에 참여했으나 다른 사회주의자들이 거기에 결합하는 경우를 보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사회주의 세력이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면에는 두 가지 잘못된 편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편향은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사회주의 활동은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고에는 일말의 진실은 담겨 있다. 실제 과거 운동 역사에서 사회주의 세력은 무수한 국가보안법 탄압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는 대개 ‘그렇다면 사회주의 활동을 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이라는 장벽을 적극 돌파해내자’는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 다만 당장 사회주의 활동을 적극 전개하지 못하는 핑계로 ‘국가보안법’을 거론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은 사회주의 운동에 대해 비관적이고 수동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다.

두 번째 편향은 ‘당장 사회주의 활동에 국가보안법이 지장을 주지는 않으니 나중에 문제가 될 때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일차적으로 민주주의 투쟁에 대해 잘못된 관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회주의자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직접 연관되지 않는 민주주의적 과제에도 적극 투쟁에 나서야 하고 노동자들이 민주주의 투쟁에 앞장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레닌은 이러한 이유에서 “프롤레타리아트만이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적 제도를 위한 전위투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민주주의 투쟁인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사회주의자들은 적극 나서야 한다. 더욱이 지금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적극 나서지 않는데, 나중에 사회주의 운동이 성장하고 나서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적극 나설 리 만무하다. 이런 태도로 사회주의 운동에 임할 경우 국가보안법은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옭아매는 덫이 되어 사회주의 세력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신세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태도는 실제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추진할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이 사회주의 정당 건설의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한데도 당장은 별로 활동에 지장이 없다며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소홀히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세력이 앞장서서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나서자

자본주의 모순이 격심해지고 새로운 세계대공황이 발발했다. 4.15 총선에서 수구세력이 일정 정도 정리되면서 자유주의 문재인 정권의 실상이 민중들에게 그대로 드러나고 정권의 위기가 가속화될 것이 예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 민중은 자유주의 세력에 대당하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것이다. 사회주의가 이 시대의 대안으로서 부상하기에 그 어느 때보다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러한 기회를 확실하게 부여잡고 자본주의에 맞서고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내세우는 활동을 적극 전개해나가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사회주의자들이 독자적 대오를 형성하고 자신만의 실천을 대중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을 통해 형성된 주체적 역량을 토대로 사회주의 정당을 하루 빨리 건설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사회주의 운동의 성장을 가로막을 지배계급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둔 채 사회주의 운동을 하겠다는 것은 모래성을 짓는 것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허구인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수구세력이 몰락하고 자유주의 세력이 국회 의석의 압도적 다수를 점하면서, 자유주의 세력이 국가보안법 문제를 회피하기 어려운 조건이 형성되었다. 박근혜 퇴진 촛불 투쟁 이래로 국가보안법 철폐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철폐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늘고 있다. 이러한 때 사회주의 세력이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의례적인 투쟁 과제로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 사회주의자들의 투쟁으로 72년간 지속된 국가보안법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

농민의 자식이라는 성장배경이 생태학에 대한 관심을 싹 트는 계기가 되었고, 노동운동을 접하면서 마르크스주의에 눈을 떴다. 노동해방실천연대 회원. 번역서로 『환경주의자가 알아야 할 자본주의의 모든 것』(2012), 『마르크스의 생태학』(2016)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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