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속까지 파고드는 미세먼지, 그 발생의 원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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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미세먼지, 일상적 공포가 되다

올해 초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었다. 언론에서는 ‘사상최악’, ‘미세먼지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해가며 연일 기사를 내놨고, 미세먼지 마스크 판매량이 일주일 사이에 8배 이상 급증하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발생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던 1월 12일부터 15일까지 기간 동안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었고, 사흘 내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었다.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1월 14일 서울의 일평균 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129㎍(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기록했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기준을 고려했을 때 ‘매우 나쁨’(75㎍/㎥ 초과) 수준을 훨씬 웃돌 만큼이나 높은 수치였다. 심지어 경기 부천에서는 미세먼지(PM2.5)의 시간당 최고농도가 248㎍/㎥까지 치솟기도 했다.

사실 수치로만 봤을 때는 현재 미세먼지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환경부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우리가 흔히 초미세먼지라고 부르는 지름 2.5㎛ 이하 미세먼지(PM2.5)는 지름을 사람 머리카락과 비교했을 때 20분의 1이 될 정도로 매우 작다. 이 같은 미세먼지는 기관지까지 침투할 수 있으며, 지름 1㎛ 이하 미세먼지(PM1)일 경우에는 폐포와 혈관까지 도달할 수 있다. 이 말인즉슨 미세먼지가 신체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여 각종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는 것이다.

세계 보건기구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충격적인 통계를 내놓았는데,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이 각종 신체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사망까지도 이르게 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통계에서는 폐암으로 인한 사망의 29%,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의 24%,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25%,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43%가 대기오염에 의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테드로스 아드하놈 사무총장은 작년 10월 말 제네바에서 처음 실시한 ‘대기오염 및 보건에 관한 세계 회의’를 앞두고 “대기오염은 새로운 담배”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의 환경관련 싱크탱크 버클리 어스의 대기오염 관련 연구에서는 일평균 22㎍/㎥의 미세먼지(PM2.5)에 하루 동안 노출된 것이 담배 한 개비를 피는 것과 동등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2019년 1월 서울의 월평균 미세먼지(PM2.5) 농도가 38㎍/㎥였던 것을 감안하면, 서울시민은 지난 한 달 동안 하루에 담배 1.72개씩을 핀 꼴이 된다. 이렇게 보면 미세먼지 문제가 우리 일상에 매우 깊숙이, 뼛속 아니 ‘폐’ 속 까지 침투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문재인 또한 “미세먼지 문제를 혹한이나 폭염처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하며 기존의 뻔한 대책이 아니라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정부는 인공강우 실험, 집진기 설치 등 기술적인 방안을 도입하고,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마련하여 2월 15일부터 곧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제정하였다.

그런데 이 같은 정부의 조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많은 이들이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으로 인식하고 있기도 한데다가,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 대책이 다른 정책과 엇박자를 내며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경유차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내놓은 동시에 경유를 포함한 유류세 일반을 15% 인하한다던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시기를 앞당긴다면서 일부 발전소에 대한 수명 연장을 검토하는 등의 행보를 보면 정책의 진정성에 의문이 갈만도 하다. 무엇보다 “재난에 준하는” 대처를 하겠다고 큰소리를 쳐 놓고 정책은 용두사미 격으로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태도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어쩌면 문제의 발생 원인과 대처법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그저 체제 내의 정책 및 기술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척’하려는 자유주의 정권의 태생적 한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미세먼지 문제의 다양하고 복잡한 원인들

미세먼지는 산불과 같은 자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들이마시고 있는 미세먼지의 거의 대부분은 인간 활동에 의해서 발생한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2014년 기준 국내 미세먼지(PM2.5) 배출기여도를 살펴보면, 전국적으로는 1위가 공장 등 사업장(38%), 2위가 건설기계·선박(16%), 3위가 발전소(15%)를 차지했으며, 수도권 기준으로는 경유차(23%)가 1위를 차지했다. 즉, 생산과 유통 등 인간의 경제활동이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가장 주된 원인이라는 점이다. 구체적인 통계적 수치는 다르겠지만 중국의 미세먼지 또한 그 배출원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거대자본이 상품을 찍어내는 곳이 바로 중국이기에,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논함에 있어 중국에서 벌어지는 경제활동을 절대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런데 2014년에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한 중국은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왔다. 2018년까지 주요도시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32% 낮췄으며, 뉴욕타임즈에서도 “중국이 승리하고 있다(China is winning)”고 이야기하며 중국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다뤘다. 물론 절대적인 수치를 따졌을 때 아직까지 중국 내 대도시 미세먼지 농도는 한국보다 훨씬 높다. 2018년 베이징의 연평균 미세먼지(PM2.5) 농도는 52㎍/㎥였고, 서울은 23㎍/㎥이었다. 또한 일부 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국의 북부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전년대비 16% 증가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장기간의 대체적인 추세를 볼 때 중국의 미세먼지 문제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몇 년 새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산발적으로 더 심해지기도 하는 경향을 모조리 중국 탓이라고 할 수는 없다. 환경부 분석 결과에서도 올해 1월 11-15일 경우는 국외 영향이 75%에 달했지만 작년 11월 3-6일 경우 국외 영향이 18-45%에 그쳤으며, “국내외 기여도는 기상상황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므로 최근 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를 더 심하게 체감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기상 및 기후변화라는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미세먼지가 곧바로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대기로 배출된 미세먼지는 바람을 타고 이동하기도 하고, 흩어지거나 한 곳으로 모이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은 기압의 영향에 의해 좌우된다. 보통의 겨울이라면 한반도 북쪽의 차갑고 건조한 대륙성 고기압이 주기적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수축하면서 한반도에 영향을 미쳐 춥고 따뜻한 날씨가 반복되고, 종종 한반도 주변 해역 및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만나 눈을 내리기도 한다. 겨울철 ‘삼한사온’이라는 용어도 시베리아에서 발달하는 대륙성 고기압의 움직임에 따른 주기적인 기상 패턴에 의해 나온 용어이다.

그런데 올해 겨울은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이 유난히 약한 반면, 한반도 남쪽의 북서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이 매우 강하다. 이로 인해 기온도 이상하게 높고 눈도 거의 내리지 않는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관측 결과, 전국의 1월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1.3℃나 높은 0.3℃를 기록하였고, 서울 같은 경우 1월 강수량이 기상 관측이래 처음으로 ‘0mm’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태가 큰 변동 없이 계속 유지되면 대기 안정도가 상승하게 되고 대기의 움직임이 정체되면서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 대기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면 대기 중에 부유하는 미세먼지가 빠르게 확산되어 농도가 자연스레 낮아지지만, 지금처럼 대기가 ‘정체’되는 상태에 놓이면 미세먼지가 확산되지 못하고 축적되어 농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년과 다른 겨울철의 대기 정체, 그로 인한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지구온난화의 여파로 발생하는 △엘니뇨 현상과 △북극 해빙 감소에서 찾고 있다.

엘니뇨란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에 비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이 동태평양과 서태평양의 기압배치에 영향을 미쳐 대기 순환의 변동을 초래 때문에 엘니뇨-남방진동(El Niño-Southern Oscillation, ENSO)이라고 묶어서 부르기도 한다. 올해는 주요 엘니뇨 감시 구역인 니뇨 3.4 수역(남위 5°~ 북위 5°, 서경 170~120°)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6℃나 높은데, 이렇게 되면 니뇨 3.4 수역을 이루는 열대 중앙 태평양 일대가 뜨거워지면서 대기의 상승 운동이 활발해지지만 주변의 다른 해역에서는 하강 운동이 활발해진다. 이는 곧 중앙태평양 일대에는 강한 저기압 상승기류가, 그 주변부에서는 강한 고기압 하강기류가 발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겨울 한반도 남쪽에서 북서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한 이유도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즉, 엘니뇨가 북서태평양을 강화시켜 한반도 상공에 대기 정체를 유발시키는 가운데, 한반도 및 중국에서 형성된 미세먼지가 흩어지지 못하고 계속 한자리에 누적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북극 해빙 감소는 이러한 대기 정체를 더 부추기고 고농도 미세먼지 해소를 늦추는 역할을 하게 된다. 2019년 1월을 기준으로 북극의 해빙면적은 1,356만㎢로, 평년에 비해 86만㎢나 줄었으며 1979년부터 2019년까지의 위성 관측 기록 사상 6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북극의 해빙이 감소하면 극지방과 중위도 지방의 온도차를 줄여 제트기류의 흐름을 약화시키게 된다. 본래 제트기류는 매우 강한 속도로 움직이며 극지방의 찬 공기와 중위도 지방의 따뜻한 공기를 순환시켜 지구의 대기를 골고루 순환시키고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제트기류가 약화되면 대기 순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해 어느 한쪽에서는 추운 날씨가 지속되고 어느 한쪽에서는 따뜻한 날씨가 지속된다. 올해 북미 지역에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친 반면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이 예년보다 따뜻했던 이유도 제트기류의 약화와 관련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제트기류가 약화되면서 미세먼지를 싹 쓸어주던 대륙성 고기압이 확장되지 못하고 북서풍도 약해져 한반도 상공에 유입된 미세먼지가 더 오랫동안 머물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지구온난화가 엘니뇨를 심화시키는 동시에 북극의 해빙을 녹임으로써 한반도 상공의 대기 흐름을 둔하게 만들었고, 이것이 미세먼지 해소에 취약한 대기 환경을 야기하여, 미세먼지 배출량이 줄었음에도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쉽게 발생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체제변화가 답이다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지구의 기온을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지구의 기후 환경 자체를 변화시킴으로써 각종 생태 및 환경 문제들을 파생시키고 있다. 큰 틀에서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 또한 이와 같은 문제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미세먼지 배출이나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이나 모두 인간의 경제활동에 의해, 더 정확히 말하면 자본주의 체제에서 벌어지는 전지구적 범위의 대규모 경제활동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를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는 드물다. 간혹 주류 언론에서도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지적하지만, 그 원인을 자본주의 체제라고 콕 찝어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인간이 저지른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다보니 기후변화에 대한 ‘시스템적인 대안’을 고민하기 보다는 당장 체제 내에서 실행가능한 개별적이고 미미한 수준의 대책에 머물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배출을 다루는 정부의 자세와도 연결된다. 문재인 정권은 미세먼지 특별법 시행을 통해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고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나 시멘트 공장의 가동도 제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단순히 미세먼지를 ‘많이’ 내뿜는 배출원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정책이 이러한 수준에 머무는 것은 애초에 정부가 자본의 이익을 침해하면서까지 미세먼지 배출을 저감시킬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즉, 자본은 싼 값에 에너지를 사들여야 하고 시도때도 없이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시켜서 이윤을 얻어야 하는데, 정부가 이에 필요한 생산수단의 가동을 제한시켜버리면 국가 경제의 탈을 쓴 자본의 이익을 심대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체제를 유지하는 대가로 발생하는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 이를 비롯한 각종 생태 및 환경 문제로 고통받게 되는 것은 노동자 민중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문제임을 지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간과 지구의 이익보다 자본의 이익을 우선시 할 수밖에 없게 되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진정한 대안을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토지, 자원, 기술, 시설 등 경제적 생산을 위한 수단이 소수의 손에 독점되어 있고, 오직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라는 틀을 벗어나, 노동자 민중 모두가 생산수단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민주적으로 그것들을 통제하는 사회경제적 시스템을 구성한다면 오늘날 인간과 지구가 직면한 생태위기를 훨씬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노동자 민중이 반자본주의에 대한 분명한 의식을 갖고 단결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오늘날 생태 및 환경 문제에 대한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대책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고 실행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독신으로 살며 생활비와 학자금 부채에 허덕이며 생계를 가까스로 유지하는 청년이다. 수도권에서 종종 마르크스 엥겔스 저작읽기 모임을 진행하며 사회주의 인간해방을 꿈꾸는 중이다. 『사회주의자』에서는 잡지 편집 및 표지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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