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가 바뀌지 않는 이상 노동자들의 생존 투쟁은 끝이 없을 것”… 굴뚝 위 홍기탁 동지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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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11월 12일 새벽, 충남 아산에 있는 파인텍지회 두 명의 노동자가 목동에 있는 서울에너지공사 75미터 굴뚝에 올라갔다. 두 노동자가 굴뚝에 오른 이유는 지난 기사 「그들은 왜 다시 굴뚝에 올랐나? : 파인텍지회 노동자 굴뚝 농성에 부쳐」에서 설명했듯이 ‘3승계'(이것은 고용, 노동조합, 단협 승계로 2015년 차광호 동지가 408일 고공농성을 통해 스타플렉스 자본으로부터 얻어낸 약속을 일컫는 말이다)와 노동악법 철폐, 헬조선 악의 축 해체다.

그러나 더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단순히 ‘그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요구사항으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꿈꾸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굴뚝 위에 올라가 있는 홍기탁 동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어떤 각오로 올라갔나요?

홍기탁: 오랜 시간 동안 다섯 명의 동지들과 몇 차례 수련회와 투쟁 방향에 대한 논의를 했습니다. 힘겨운 논의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내부 토론 속에서 투쟁 전술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날짜를 잘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정한 날짜에는 항상 큰 일이 있곤 했습니다. 결국 11월이 가기 전에 결행하기로 하고, 12일 새벽에 굴뚝에 올랐습니다.

출발할 때부터 긴장감을 놓지 않고 굴뚝을 향해 무조건 뛰었고 바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오르면서 몇 번을 중간 중간 쉬면서 다시 다짐하고 다시 오르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난간이 있는 곳에 오르기까지 50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난간에 올라 잠시 숨을 쉬고 바로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현수막을 걸면서도 다짐을 하고 또 다시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그냥은 내려가지 않을 것입니다.

합의사항을 휴지조각으로 취급하는 천민자본 김세권과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행을 했고 그 길을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 사회가 인간이 살 수 없는 사회라고 외쳤던 민중들의 요구, 헬조선 변혁의 길 또한 놓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외쳐 보고 싶습니다. 자본의 사유재산 보호가 최고 우선인 법 또한 폐기시켜야 할 것입니다. 악법을 철폐하는 투쟁을 열어가기를 희망하며 이 또한 노동자로서 해야 할 일이기에 계속 외칠 것입니다. 우리가 내걸고 있는 요구가 쉽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노동자들이 해야 할 투쟁 과제들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굴뚝 위에서 농성 중인 박준호, 홍기탁 동지]

Q. 많은 투쟁들이 승리를 원하지만, 승리에 대한 구체적인 확신이 없으면 싸움을 주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지들은 한국합섬과 스타케미칼에 이어 벌써 3번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데 너무 오래 싸웠다고도 하고, 돌아갈 공장이 없다고도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길 수 있을까요?

홍기탁: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공장이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고가 되어 원직복직을 걸고 싸우는 것 또한 아닙니다. 주체들이 포기하지 않고 싸움의 원칙을 가지고 간다면 승리는 쟁취할 수 있습니다. 때론 운도 따라야 되겠지요. 한국합섬 6년 투쟁을 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입니다.

한국합섬 6년 투쟁은 지금보다 더욱 열악한 상황이었지요. 자본이 파산나고 공장은 돌아가지 않고 인수할 자본도 없었지요. 그래서인지 그때는 전국적 연대는 물론 지역연대 투쟁도 없었지요. 800명 조합원이 마지막에 이르자 108명 정도 남았고 공장을 사수하는 동지도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차광호 동지는 지부 수석으로 나가면서 공장을 사수하는 동지들은 7명에 불과했습니다. 2010년 1월말에는 더 소수가 공장에 남았지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제가 지회장을 하면서 다시금 조직을 만들어보자고 했고 9명의 결의를 모았습니다.

그 때도 많은 동지들이 가동되지 않는 공장을 계속 사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연대도 없고 조합원들도 희망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앞이 보이지 않았지요. 하지만 당시 내건 ‘파산기업 공기업화, 1일 6시간 주 30시간 노동시간 단축하여 실업문제 해결하라’라는 요구가 우리를 버티게 한 힘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공장을 사수하여 3승계를 쟁취했고 공장을 다시 가동시켰지요.

많은 동지들이 지금도 이야기합니다. 공장도 사라진 지금 5명으로 또 싸워서 승리 할 수 있냐고요. 그럼 20년 넘게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최선을 다 했는데 이제 와서 포기하란 말이냐고 되묻고 싶습니다. 게다가 저희들을 이렇게 굴뚝과 거리로 내몬 김세권 자본이 망하기라도 했습니까? 김세권 자본은 지금도 잘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쉬운 싸움은 아니지만 희망이 있습니다. 돌아갈 공장은 자본이 만들게 하면 됩니다. 싸움에 이기고 지는 것은 주체들의 역량에 달렸다고 봅니다. 지금은 그래도 한국합섬 때보다는 나은 조건이라고 봅니다. 공격할 대상인 김세권 자본이 있으니까요.

Q. 3승계는 이해하겠는데 다른 두 요구는 과하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정치적 요구 아닌가요?

홍기탁: 우리가 내건 3승계 요구는 자본주의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에서 노동자는 노동력을 상품으로 팔아야 살 수 있는게 아닌가요? 또한 노동자들이 함께 단결하고 조직되어 자본과 맞서 투쟁하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조차 보장되지 않는 것이 자본주의 현실입니다. 자본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끝없이 착취합니다. 노동자들은 그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조직, 노동조합으로 뭉칩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조직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기주의에 빠져들고 자기들의 임금인상 투쟁이 전부인 모습을 보입니다. 조합원들 역시 타인의 문제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게 됩니다. 이는 노동조합에 대한 선전, 선동, 교육이 부재한 이유도 있지만, 핵심적으로 변혁성을 버려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혁성은 곧 사회·정치적 문제와 관련 있습니다. 사회·정치적 문제를 받아 안고 가지 못하는 노동조합은 곧 얼마 못가서 조합주의, 노사협조주의에 매몰되고 맙니다.

가령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질기게 싸워서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이 또다시 현재 상태에 만족하면서 살아가곤 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노동자 투쟁에서 변혁, 해방이란 요구가 사라졌습니다. 자본가들이 얼마나 쾌재를 부르겠습니까! 변혁성이 없는 노동자 투쟁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 투쟁이 사회·정치적인 요구로 이어지고 이 요구가 관철되기 위해서는 단결 투쟁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강물처럼 쏟아져 나온 민중들을 보아야 합니다. 그들은 왜 무엇 때문에 매 주 전국에서 추운 날씨에도 모여서 거리행진을 하고 ‘퇴진하라’, ‘해체하라’ 구호를 외쳤을까요? 재벌과 권력이 대대로 노동자를 착취하고 민중들을 탄압하는 이 현실에 열 받아서, 그들이 모든 것을 누리고 사는 꼬라지가 싫어서 등등, 민중들의 울분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 자본주의에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어 거리로, 거리로 몰려 나왔을 것입니다. 민중들의 삶을 봅시다. 둘이 벌어야 겨우 한 가족의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저축, 미래, 교육, 의료, 주택은 꿈도 꾸기 힘든 삶입니다. 자살률이 최고인 나라, 출산률 역시 최저인 나라. 이것뿐인가요? 독거노인이 죽은 지 1주일이 되어도 그 사실을 모르는 나라, 살아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살 방법이 없어 자식을 안고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나라, 대학을 졸업하면 빚밖에 남는 것이 없는 나라. 바로 헬조선, 이것이 지난 촛불 속에 숨어 있는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정희가 반혁명 군사반란으로 잡은 권력 이후 지금까지 구체제가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총으로 잡은 박정희가 가장 먼저 만든 국가권력기구, 중앙정보부가 국정원의 전신입니다. 또한 정경유착의 시작도 이때부터입니다. 자유한국당 역시 다를 게 없습니다. 재벌 또한 어떤가요? 이런 것들이 이 사회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힘들입니다.

이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나하나 부수어야 합니다. 또한 해체해야 합니다. 누가? 노동자 민중이, 특히 노동자 계급이 앞장서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당면한 투쟁과제로 헬조선의 악의 축인 독점재벌, 자유한국당, 국정원을 해체하자고 외치는 것입니다. 이 사회가 바뀌지 않는 이상 노동자들의 생존 투쟁은 끝이 없을 것입니다. 이런 정치투쟁이 함께 할 때에만 우리들의 삶도 바뀔겁니다. 정치적 요구는 왜 걸고 싸우는가에 대한 저의 답입니다.

Q. 굴뚝에 올라가서 뒤의 두 요구를 내 건 것은 지금 노동운동에 대한 비판적 제안이라고 생각하는데, 현 노동운동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홍기탁: 비판적 제안이라기 보다는 해야 할 일이기에 요구한 것입니다. 많은 노동조합에서 사회·정치적 투쟁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는 곧 자기 사업장, 자기 문제 중심으로만 생각과 몸이 움직인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사회 변혁적 생각과 이념이 쉽게 생기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에서 집단 학습 문화는 사라진지 오래고, 조직적 관계도 술조직 또는 정파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파운동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줄세우기하는 운동, 우리 아니면 적으로 간주하는 행태, 투쟁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운동 행태, 이제 진정 돌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매년 연말이 되면 지난 1년을 성찰하고 스스로를 비판하면서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가 되면 자본주의에 대한 정세교육, 토론을 통해 투쟁계획을 세우는 것이 정석이라고 배웠습니다. 이런 토론도 현장에서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이것이 조직된 노동자의 현 주소라고 봅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아무리 잘 선출한다고 해도 이것은 쉽게 변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금 복원해야 합니다. 전투성을, 연대성을, 자주성을, 민주성을, 변혁성을. 또한 중요한 학습을 말입니다. 변혁성이 없다면 정치투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굴뚝에 오른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홍기탁: 긴 세월 민주노조 깃발을 사수하기 위한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때론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함께 하는 주변 동지들을 통해 이겨 나갔습니다. 주위 동지들이 희망이 무엇이냐고 질문 할 때마다 끝까지 가보고 싶다고 얘기하곤 했습니다. 지난 시기를 돌이켜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우리는 없을 것입니다. 내 자신에게는 큰 경험이었고 자산이 된 싸움이었습니다.

지금 주위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 GM을 보고, 정규직의 모습을 보십시오. 사실 노동조합이라고 얘기하기가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보입니다. 세계 대공황 속에 자본가들끼리도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희생은 노동자들이,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치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외칩니다. ‘함께 살자’고. 하지만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분업과 파편화된 인간성 파괴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자기 중심적으로 싸운 결과일 것입니다. 2000년대 초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은 정리해고에 맞서 힘차게 싸운 노동조합입니다. 그 당시 1,750명이란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싸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럴까요? 인간성 파괴때문입니다. 민주노조의 정신이 희석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중요하게는 자본주의 사회 때문입니다.

우리 스스로를 돌아 봐야 할 것입니다. GM 상황을 보면서 말입니다. 이기주의, 인간성 파괴, 물질의 대한 욕망이 하늘을 찌릅니다. 내 자신에게 또 한 번의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인간의 삶이 파괴되는 처참한 광경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세상을 바꾸어야 문제가 해결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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