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노동자 인터뷰] 한일 갈등 속에서 양국 노동자 연대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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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설명] 지난 7월 1일 일본 아베 정권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재료와 부품 등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8월 2일에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했다. 아베 정권의 조치는 위안부 합의 파기, 강제 징용 배상 판결, 더 나아가 1965년 한일 협정과 일제 식민지 책임 문제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문제와 결부되어 있음이 여러 모로 확인되고 있다. 아울러 아베 정권의 조치 속에는 미일동맹의 하위 파트너로서 한국을 길들이려는 의도 역시 존재한다. 그동안 수구세력과의 낡은 대결 구도를 유지시키기 위해 친일 프레임을 이용해 온 자유주의 문인 정권은, 일본과의 갈등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일본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민족주의 열풍을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아베 정권과 한국의 문재인 정권 모두에 공히 맞서는 한일 노동자 국제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실제로 한국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대다수 한일 노동자 국제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아직 원칙의 천명 수준에 그치고 실물적 운동의 형성으로 나아가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사회주의자』는 한일 무역 갈등 문제와 관련하여 한일 양국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아래 두 분을 모시고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 인터뷰 참석자

– 오키야마 요시타다: 일본 국철치바동력차노동조합(이하 도로치바) 국제연대위원회

– 이근행: 한국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역무본부 교육국장

도로치바는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오랫동안 꾸준히 연대를 해왔고, 지난 8월 1일에는 아베의 수출규제에 반대하는 긴급호소를 발표했다. 인터뷰는 8월 16일 『사회주의자』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한국의 사회주의 매체에서 진행하는 인터뷰이기 때문에, 매체 입장에서 궁금한 것을 묻고자 합니다. 우선 오키야마 동지에게 몇 가지 질문 드리고자 합니다.

Q1. 아베 정권에 대한 질문입니다. 한국에 소개된 일본 진보, 노동단체의 여러 호소나 성명을 보면, 아베 타도, 아베 퇴진 구호를 접하게 됩니다. 그래서 도로치바와 같은 일본의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아베 정권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궁금합니다.

오키야마: 일본에서는 도로치바와 연대하는 노조와 시민단체는 아베 타도 혹은 아베 퇴진을 정면에 걸고 투쟁하고 있는데요. 한국에서도 “No 아베” 구호가 있는데, 그것도 슬로건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다 파악하기 어렵지만 현재 아베의 수출규제에 대해서 반대하는 노조나 시민단체의 경우 아베 타도보다는 한국의 노동자 민중들이 외치고 있는 “No 아베”라는 슬로건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주로 아베 타도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이번의 수출 규제, 한일 문제 뿐 아니라 아베가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경제, 안보 정책 전반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노동개악이나 언론통제 등 아베가 진행하고 있는 모든 정책에 대해서 반대하여 투쟁해야 하고 그 선두에 노동조합이 서서 투쟁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베 타도라는 말을 쓰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이 다른 민중들과 연대하면서 그들에게 아베 정권의 나쁜 정책을 알려주는 등의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동개악의 경우는 많은데, 예를 들면 JR에는 기관사, 차장, 검수, 전기 등 여러 가지 직종이 있어요. 그런데 민영화된 후에도 여전히 기관사, 차장은 전문적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전문적인 기관사나 차장의 직명을 없애고 다른 직종도 겸무하는 식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까지 기관사는 기관사대로 차장은 차장대로 함께 모이는 장소가 있는데 그 장소에서 모여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일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노조활동을 하기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임금을 악화시키고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크게 말하면 지금 아베가 진행하고 있는 개혁이라는 게 이러한 방식의 노동개악이라는 것입니다. 그 중에는 한국과 비슷하게 비정규직을 양산시키는 것도 있을 뿐 아니라 아베 정부는 노동조합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전국적으로 JR동노조 조합원이 5만 명 정도였는데, 작년에 아베 한 마디에 JR 조합원 3만5천 명 정도가 탈퇴하기도 했습니다.

언론통제의 예로는 국회 안에서 정부가 기자회견을 열면 아베 정부가 원하는 질문을 하는 기자들만 발언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발하는 기자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돈까지 주는지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지만 아베 정부가 기자들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주며 매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문에는 정부가 발표한 내용만 그대로 나오는, 아니면 아베를 지지하고 아베에 도움이 되는 기사만 싣는 일도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사히, 마이니치, 요미우리 등 3개 신문사가 가장 나쁜 신문사라 할 수 있습니다. 아베 정부를 비판하는 단체, 노동조합, 그리고 그러한 운동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보도하지 않아요. 수출문제와 관련해서도 아베 정부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싣는 거죠. 아베를 비판하는 기사는 절대 싣지 않습니다.

Q2. 오키야마 동지는 아베 정권이 한국에 대해 지금과 같은 제재 조치를 취한 것은 어떠한 이유 때문이라고 보시나요? 그리고 이런 조치들에 대해 일본 민중들의 반응도 간단히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오키야마: 수출규제와 관련해서는 한마디로 단순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경제정책과 외교, 안보 정책이 서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내정치, 노동정책도 그 문제와 깊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아베노믹스’라는 아베의 경제정책이 있는데요. 그런데 한 경제전문가가 ‘아베노믹스’가 아니라 ‘아호노믹스’라고 말했습니다. ‘아호노믹스’에서 ‘아호(アホ)’는 ‘바보’라는 뜻인데요, 즉 어리석은 경제정책이란 말입니다. 처음부터 아베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강한 나라”, “성장할 수 있는 나라”로, 최근에는 2020년까지 GDP 6백조엔 규모로 성장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을 하고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방위력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철도, 원전, 군사무기 수출을 중요시하고 있어요.

그리고 금융에서는 일본은행이 국채를 다 사고 있는 것이죠. 그 결과 일본 정부가 지금 재정문제에 처해 있습니다. 일본은행이 국채를 너무 많이 사들이고 국가예산이 이것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인 것입니다. 그래서 경제전문가들 중에는 앞으로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 국가 재정이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2019년 3월말 일본 국채가 1,103조3천억 엔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요. 1989년 3월 말에는 206조 엔으로 30년 동안 나라 빚이 5배나 증가한 것입니다. 빚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정부와 정부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이것에 대해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겠지만, 사실은 심각한 위기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가재정 문제도 그렇고 지금 아베노믹스란 이름으로 진행한 금융정책이나 재정정책 등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문제가 불거진 것입니다. 아베는 한국의 징용공 문제나 위안부 문제는 그대로 가면 자기 나라의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본 것 같습니다. 지금 징용공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미쓰비시나 신일본제철 등의 기업은 배상금을 내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그대로 두면 안 된다는 아베 정부의 경제적 위기감이 있다고 제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역사문제가 당연히 있습니다. 정치 일정을 보면 아베가 올해 9월 말이나 10월 초 국회가 열리면, 국회에서 개헌을 발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침략전쟁을 칭송하고 그것이 절대 잘못된 전쟁이 아니라 아시아를 해방시키기 위한 전쟁이었다고 규정하는 한편, 전쟁은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서 천황을 위해서 다시 국가가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문제는 절대 양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우익들은 나라를 위해서, 천황을 위해서 전쟁한다, 그래서 경험도 필요하다, 자위대도 진짜 일본군대로 만들고 국민들도 다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는 징병제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도 역사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아베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서 임금을 늘어나게 하고 복지를 늘리겠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실제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늘리고 정규직 노동자들은 줄여서 노동자들의 생활은 어렵게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임금은 20년 동안 9%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너무 열악한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많이 투쟁하면서 200% 넘게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임금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습니다. 일본은 재정을 늘려서 임금을 올리고 기업들에게도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인상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 수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3. 현재 아베 정권이 매우 반동적인 정권이고 따라서 도로치바와 같은 진보세력이 아베 타도를 외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7월 21일 참의원 선거는 자민당과 그 연립세력이 압도적인 당선자를 낸 반면 야당세력은 지리멸렬한 실정입니다. 다른 한편 이 선거에서 투표율은 48.8%라는 매우 낮은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런 일본 정치 상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일본 내 진보적, 사회주의적 세력의 주체적 상황이 어떠한지도 궁금합니다.

오키야마: 일본도 18세부터 투표를 할 수 있는데요. 18-19세 투표율은 31.33%입니다. 우리가 보기에 그 의미는 의회제 민주주의와 기존 정당들에 대한 절망감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민당이 압도적으로 당선되었다는 기사도 있지만, 실제 자민당 득표수는 선거구에서 2천3만 표로, 절대 득표율로 보면 18.9% 정도입니다. 아베 집권 후 처음으로 20% 이하로 내려갔습니다. 비례 득표에서도 2백4십만 표 감소했습니다. 공명당도 104만 표가 줄어서, 공명당 안에서도 젊은 사람들을 조직하지 못했으나 투표율이 낮아서 의석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었다, 만약 투표율이 높아지면 지금 같은 의석수를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공산당도 6백만 표가 줄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는 아먀모토 타로라는 사람이 만든 “레이와 신센구미”란 정당이 있는데, 그 레이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40세 이하가 60% 정도였습니다. 자민당, 공산당 등 다른 정당들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비율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나온 새로운 정당에게 투표를 하는 것에서 뭔가 지금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마음이 젊은 사람들에게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도 나왔는데요. 그 안에 엄청난 우익들이 들어가고 있는데 그런 정당도 지지를 받았습니다.

일본 내 진보, 사회주의 세력의 주체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렌고”란 노동조합은 6백만 명의 조합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투적으로 계급적으로 투쟁하는 노동조합이 아니라 아베를 지지하거나 민주당을 지지합니다. 민주당도 나쁜 정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수출규제에 대해 찬성하고 있고 역사문제에 대해서도 아베 정부와 비슷한 입장입니다.

물론 렌고의 조합원들이 다 투쟁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교사노조인 일교조나 공무원노동조합은 아직도 어느 정도 투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간부문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를테면 편의점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편의점 사장들이 만든 노조만 있었는데요. 그런데 도로치바와 연대하고 있는 동지가 사장이 아니라 편의점 관련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했습니다. 이 노조의 집행위원장은 세븐 일레븐 본사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올해 6월 ’편의점 관련 유니온‘이라는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이 노조는 배송, 점포종업원, 오너, 본부 사원 등 편의점에 관계되는 모든 사람이 가입할 수 있는 노조입니다. 기존 노조와 연대하면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세븐 일레븐 본사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최초로 노조를 만든 것이에요. 그래서 전국적으로 아주 충격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24시간 편의점 운영에 반대하여 ‘장시간 노동은 안 된다’,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일본 노동운동을 전체적으로 보면 심각한 상태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투쟁을 하는 노동자도 있습니다.

사회시민단체에는 여러 단체가 있겠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때에는 원전 반대 단체가 만들어져 투쟁했습니다. 예전에 아베의 개헌에 반대한 “실즈”의 경우 공산당의 영향을 받은 학생들이 주도했습니다. 실즈라는 그룹은 헌법에 있는 내용을 지켜야 한다, 만약 개헌이 되면 그것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쁜 헌법을 만들면 그것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봅니다. 1960년대, 70년대부터 학생운동을 하면서 만들어진 여러 그룹들은 대부분 해체된 상태이고, 지금 일본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모여서 투쟁하는 방식이 많습니다. 각 단체에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집회하고 행동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오키야마 동지와 이근행 동지에게 공통으로 하는 질문입니다.

Q4. 일본 아베 정권의 무역 제재 조치 이면에는 위안부, 강제징용 등 역사 문제가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식민지배라는 과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최근의 한반도 분단구조의 해체, 동아시아 지역의 제국주의 질서 재편과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각각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키야마: 아베 정부에서 경제, 안보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세계 제일을 목표로 하겠다고 아베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방위비 증액, 방위력 강화를 경제 성장과 결합시키려는 것입니다. 아베는 미국과 동맹을 하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일본이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식의 거래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앞으로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당장은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역사문제는 인정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과 동맹하면서 자기 방위력을 강화시키고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위치를 노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중동에도 아베는 군대를 파견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아베 정부는 전세계적으로 자기 존재를 확실하게 확립하려고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근행: 일본 아베의 경우 역사문제를 가지고 경제적 공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부분은 오키야마 동지의 말처럼 경제와 안보가 서로 묶여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자본주의의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징용문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공격적으로 나오고 일본 민중을 국가주의적으로, 민족주의적으로 호도하고 동원하는 상황 같습니다. 그동안 일본은 선거 때마다 북한 때리기로 이득을 봐왔는데, 지금은 북한이 대응도 하지 않고, 북한에 대해 발언권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 위기 국면에서 소재부품 자본들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한국에 경제적 공격을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진: 사회주의자 | 8월 16일 인터뷰에서 도로치바 국제연대위원회 오키야마 동지와 서울교통공사 노조 이근행 동지가 한일 노동자 국제연대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주었다.]

Q5. 한일 노동자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국제 연대에 대한 요청이 원칙 천명 수준에 그치고 실질적 국제연대 움직임이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한국의 경우 일부 노동운동 세력이 민족주의 열풍에 휩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이루어진 한일 노동자 연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오키야마: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도로치바는 2003년부터 교류를 했습니다. 그 계기는 첫 번째로 국철 민영화 해고 철회 투쟁이었습니다. 민영화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민영화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공통적인 과제라서 국제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9.11 테러가 있었던 2001년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 들어갔는데, 전세계적으로 노동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전쟁반대 투쟁을 했습니다. 민주노총도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고, 도로치바도 국제연대로 투쟁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도로치바가 2003년에 “도로치바 국제연대위원회”를 노조 안에 설치해서 지금까지 국제연대를 추진해왔는데요. 민주노총 동지들의 투쟁을 많이 배웠고, 그로부터 힘을 받아 투쟁할 수 있었습니다. 교류를 통해서 한일뿐 아니라 각국 노동자들과의 연대도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투쟁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다른 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일 국제연대를 통해 한국은 이렇게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투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한국 민주노총 동지들이 일본 노동자들에게 주었던 것입니다. 일본도 60년대, 70년대까지 많이 싸웠는데, 80년대부터 민영화가 된 후 투쟁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노동운동을 되살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옛날에 투쟁을 했던 사람들은 투쟁에 대한 이미지가 있는데, 젊은 사람들은 아무런 투쟁도 없는 상황에서 그 이미지도 없고 자신감도 없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민주노총 동지들의 투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꾸준한 연대를 했습니다.

저도 일본에 있을 때는 한국의 동지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투쟁을 하는지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에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실감을 못 느꼈습니다. 실제 교류하면서 그러한 느낌을 받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자기 나라 자본가에 대해서도 다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노동자들은 비슷한 과제를 가지고 투쟁하고 있고, 자본가 정부에 대해 투쟁하고 서로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죠. 앞으로 국제연대가 더욱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근행: 오키야마 동지는 한국의 노동운동을 보시고 많이 힘을 받으셨다고 말씀했습니다. 서로 배워야 할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일본에 가서 소수지만 노동자계급적 운동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구체적으로 작년 11월 4일에 일본 도로치바, 도로미토, 미나토 합동, 건설운수노조 간사이지구 생콘크리트지부 조합원들이 선두에 서서 도쿄 시내를 가로지르며 개헌 저지, 전쟁 저지 대행진을 했었는데, 저도 참여했습니다. 아베의 전쟁책동 반대와 같은 구호를 도쿄 한복판에서 외치고 행진하는 것이 임금과 고용조건에만 천착하는 한국 노조운동만 접하던 저에겐 신선하고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도로치바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노조 해체 공격인 일본 정권의 국철 분할 민영화 공격에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투쟁을 30년 넘게 해왔고, 현재에도 동일본철도회사에 대해 해고 철회, 직장 복귀 투쟁을 완강하게 해오고 있습니다. 8월 1일 도로치바 국제연대위원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를 규탄하는 긴급호소문을 발표했는데, 이것은 한일 노동자연대의 모범을 보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출규제를 둘러싸고 한일 자본가 정권들이 이런 대치 국면에서 국가주의와 배외주의로 자국민들을 몰아서 정치·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에 대해서는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진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한일 노동자들의 공동성명서 발표를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요청하여 긍정적 응답을 받기도 했습니다. 반면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열차 내에 2만장 가량 스티커를 부착했는데, 그 문구 중에는 “보이코트 재팬”, “가지 않겠습니다. 사지 않겠습니다”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재판에 계류 중인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면죄부로 작용하는 것을 경계하며 재벌의 부도덕한 경영과 반노조행위에 대해서 단호히 맞서 싸울 것입니다.”라는 자기 변호적 보도자료를 내놓기는 했지만, 누가 봐도 사태에 대응하는 태도가 국가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 조류에 갇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Q6. 한일 무역 갈등은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때에 한일 노동자 연대를 실질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각각 의견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키야마: 지금 도로치바가 하고 있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철도노조 서울본부와의 교류도 중요하고, 일본과 한국의 노동자, 시민이 자주적으로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교류를 추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어떤 운동을 하고 있는지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일본 언론이 그런 운동들에 대해 거의 보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한국에 있는 노동자 시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노동자 민중이 했던 촛불항쟁이 지금 일본에서 당장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투쟁이 일본에서 일어날 수 있게 가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 노동조합이 선두에 서고 시민, 사회단체가 연대하면서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우리가 그런 투쟁을 실천적으로 하지 않으면 국제연대는 발전할 수 없고 말뿐인 국제연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근행: 자본주의 상품생산은 세계적으로 분업화되어 있습니다. 일본 자본은 오래 전부터 소재·부품으로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이동, 집중시켰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 공격을 할 힘도 있는 것이죠. 산업이 분업화되다보니 이를테면 아이폰 하나만 봐도, 애플은 이윤의 30% 가량을 일본의 소재·부품 자본에게 가져다준다고 하고, 그 다음에는 중국, 한국에서 가공, 조립하는 자본에서 이윤을 넘겨줍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서로 국제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서 노동자들도 국제적으로 엮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노동자 투쟁도 국제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자국 자본가들과의 투쟁을 기본적으로 하되, 그와 연관된 외국의 자본가에 대한 노동자의 투쟁과 연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에 진출한 일본 자본인 아사히글라스의 노동자들이 4차례 정도 해고 철회, 불법파견 철회 등을 요구하며 치바현 일본 본사 원정 투쟁을 했습니다. 도로치바 동지들은 아사히 노동자들에게 숙식까지 제공하면서 헌신적으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노동자 연대의 귀감으로 보였습니다. 이 동지들이야말로 독점자본이나 그 독점자본의 대리인인 국가에 대해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에 경도되지 않고 노동자들의 계급적 처지를 바꾸려고 하는 주체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Q7. 마지막으로 할 이야기가 있으시면 자유롭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오키야마: 아사히글라스 투쟁과 관련해서 작년부터 연대했는데, 그 동지들의 투쟁은 일본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도 투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해고당하면서 투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고, 산업, 사업장을 넘어서 열심히 연대하며 투쟁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사히 동지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원정투쟁을 같이 하면서 우리에게도 힘이 많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근행: 일본도 그렇고 한국도 자본주의 위기 국면으로 봐야 할 텐데, 여기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뾰족한 수도 없는 한국의 문재인 정권은 아베의 수출규제 조치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용해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부추겨서 노동자 민중을 자본가들 사이의 싸움에 동원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양국 지배세력이 똑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한일 자본가들의 본질을 노동자들이 명확히 이해하고 노동운동의 궁극적 목표(그것은 전세계 노동자가 단결해서 해방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그것에 철저히 임하는 자세를 가지고 국제적인 노동자 연대를 추진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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