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 미국과 유럽 3개국의 제국주의 갈등

0
434
[출처: Bloomberg]

[편집자 설명] 독일인으로 이란 정치와 경제에 대해 공부한 필자가 쓴 이 글은 최근 벌어진 이란 민중의 항의시위와 솔레이마니 암살, 그리고 이란과 미국 간의 격한 갈등 배후에 있는 무역거래지원기구(INSTEX)와 금융행동태스크포스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필자는 이 문제가 한편으로는 미제국주의의 위협에 맞서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란 국내 자본의 확장욕구 역시 커진 이란 지배계급 내부에 큰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주의자』는 영어로 보내 준 필자의 기고를 한글로 번역해 소개하며, 분량 관계 상 초반과 후반 내용 중 일부를 축약했음을 밝힌다.

이란에서는 2017년 12월 말과 2018년 1월 사이에 큰 항의 시위가 있었다(이에 대해서는 「최근 일어난 이란의 민중시위: 원인과 배경」을 참고하기 바람). 그리고 거의 2년 만인 작년 11월 중순에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트럼프가 2018년 5월 8일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일반적으로 ‘이란 핵합의’로 불림)’에서 탈퇴하고 6개월 후에는 미국의 제재가 모두 다시 부과되기 시작하면서, 이란의 경제 상황은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란에서 노동자의 항의 시위가 증가했다.

사람들은 주로 파업, 현장이나 정부기관 앞, 사람이 붐비는 장소들, 의회 앞에서의 집회, 시내 행진 등의 방식으로 항의를 표출했다. 이 정도는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벌어지는 여느 노동자 시위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노동자의 항의 시위가 증가한 데에는 분명 이란 지배자들이 밟아온 정치적·경제적 행로가 놓여 있다. 그들은 자본주의적 발전이라는 길을 가서 자신과 자신의 측근들의 부를 늘리려고 한다. 그에 더해 “최대 압력”의 미국 제재라는 이유도 존재한다.

이란의 대외정세는 어떠했는가?

제재는 중장기적으로 한 나라의 경제를 침식시키기 위해 미국이 선호하는 수단이다. 미국은 카셈 솔레이마니 암살과 같은 단기적 해법을 선호하기도 한다. 전쟁이나 유사전쟁 해법을 이용하고 공공연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은 주로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경쟁이 심해졌을 때 일어난다. 반면 제재는 주로 그러한 큰 경쟁세력들 사이에 상대적 균형(‘평화’)의 시기가 길 때 악용되는 수단이다. 이런 의미에서 솔레이마니에 대한 공공연한 암살과 관련하여 한편으로는 미국과 다른 한편에는 유럽 최강국인 영국, 독일, 프랑스(및 동조세력)이라는 두 제국주의 블록(및 덜 센 제국주의 블록 편에 붙은 동조세력) 사이의 경쟁을 읽어낼 수 있다.

2018년 5월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2018년 8월(자동차, 금, 여타 금속류)과 11월(석유, 해운, 이란 중앙은행)에 제재를 다시 부과했지만, 이란은 그 후 1년 이상 핵합의를 준수했다. 그리고 2019년 6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핵합의를 부분적으로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단계적인 핵합의 탈퇴를 시작하기 전 1년 동안 그것을 준수했던 이유는 유럽 3개국 E3(독일, 프랑스, 영국)가 2015년 핵합의를 준수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당초 이란이 합의에 동의한 이유는 오직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 제재를 중단시키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미국이 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과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든 미국과 사업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는 2018년 9월 트럼프의 트위터 글처럼 모든 나라와 기업들에 대해 압박을 가하자, 유럽 3개국은 이란과의 투자와 사업을 보장하기 위해 이란에 뭔가 다른 것을 제공해야 했다. 그들은 핵합의를 구해내길,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핵합의에 의존하는 그들의 사업을 구해내길 바랐기 때문이다.

핵합의를 계속 준수하도록 해서 장기적으로 자국의 투자 프로젝트들을 구해내기 위해 유럽 3개국이 이란에게 제공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미국의 새로운 제재와 이란의 핵합의 탈퇴 위협으로 위험에 빠지게 되는 유럽 쪽 사업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보아야 한다.

이란에 대한 유럽의 이해관계

이란이 핵폭탄을 만들려고 했거나 현재 시도 중이라는 증거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즉 이란을 둘러싼 핵문제는 모두 한편으로는 8천만 명 규모의 거대 시장과 막대한 자원을 갈망하는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경쟁을 위한 단순한 수단에 불과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란을 자신들에게 필요한 만큼 굴복시키기 위한 압력 수단이다.

프랑스가 이란에 대해 가지는 경제적 이해와 관련하여, 이란에는 르노와 푸조-시트로엥이라는 두 개의 자동차업체가 있고 석유가스그룹 토털 등 여러 프랑스 기업이 있다. 이란 입장에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큰 자동차업체인 ‘이란 호드로 캠퍼니(IKCO)’가, 프랑스 입장에서는 이란에서 전통적 기반이 탄탄한 기업인 르노와 푸조(르노는 2004년부터, 푸조는 1970년대부터 이란에서 자동차를 생산했다)가 번번이 미국과 유엔, 그리고 가끔은 유럽연합의 제재 때문에 사업을 방해받아 왔다. 특히 IKCO의 제조공장은 트럼프가 “최대 압박”을 말한 이후 쇠퇴하고 있다. 푸조의 경우 이란은 한 때 프랑스 다음가는 두 번째로 큰 시장이었고 2011년 한 해에만 자동차 45만8천대를 팔았다. 르노는 2012년 이전에는 이란에서 매 해 거의 10만대를 판매했다. 2015년 이란 핵합의로 제재가 철회된 후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란에 되돌아왔고 언론은 이를 밀착 취재했다. 트럼프가 2017년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했음에도 며칠 후 많은 신문들이 모두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을 내놓았다. “이란이 프랑스 르노와 최대 규모 자동차 협상에 서명하다.” 르노와 푸조는 원래 이란에 오래 있기로 결정하였으나, 트럼프가 2018년 5월 핵합의 탈퇴 이후 최대 압박의 제재를 가하자 결국 모두 이란을 떠났다.

또한 2018년 8월 프랑스의 거대 석유가스기업 토털은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그 규모는 48억 달러나 되었고, 토털이 중국 CNPC(지분 30%), 이란 페트로파스(지분 19.9%)와 함께 사우스파스 유전 신규 개발에 주요 주주(지분 50.1%)로 참여하고 있는 거래였다. 이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토털의 결정을 두고 한 인터넷 에너지 매체는 토털이 이렇게 말했다고 전한다. “토털은 전세계 사업에서 미국 은행을 통한 달러 조달이 어려워지거나(토털의 자금 조달업무 중 90% 이상이 미국 은행과 관련되어 있다) 미국의 주주들이 빠져나가거나(미국의 주주들은 토털 주식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에서 사업을 지속하지 못할 수도 있는(미국 내 자산이 사용자본액 중 100억 달러 이상 차지한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 지멘스와 다임러 등 기업이 거의 같은 일을 당하고 이란을 나와야 했다.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 같은 독일의 대은행들은, 2015년에 이란과의 화폐 거래가 미국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미국 재무부로부터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됐다(각각 2억5800만 달러, 14억5천만 달러). 그 후 그들은 이란 쪽 사업을 다시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미국이 이란 핵합의를 탈퇴해 새로운 제재를 들먹이던 무렵, 미국과 아무런 연관이 없던 독일 남부의 소규모 은행들은 이란과의 사업을 지속하고 싶어 하는 독일의 중소규모 기업들을 위해 대이란 화폐거래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그 은행들 역시 결국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해야 했다.

비록 이란에 이름 있는 대기업이 있지는 않지만, 영국도 같은 운명을 겪었다. 브리티시 에어웨이(다른 유럽 항공사들처럼)는 제재 때문에 2018년 9월 이란 행 비행기 운행을 중단했다. 테레사 메이 전 총리는 이란 문제의 공동 해결을 위해 E3의 일원으로 독일 및 프랑스와 보조를 맞춰왔다. 그와 반대로 2019년 총리가 된 보리스 존슨은 E3와 미국 양쪽 문을 모두 열어두려는 듯 보인다. 여기에는 영국이 최근 EU를 탈퇴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우리는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대체로 유럽(각국 정부들과 기업들, 그리고 특히 각국 정부들과 긴밀히 얽혀있는 대기업들)은 미국이 빠지더라도 이란 핵합의가 지속되길 바라는 자체적인 경제적 이유를 가지고 있다.

무역거래지원기구(INSTEX): 이란에 대한 유럽 3개국의 제안

트럼프의 “최대 압력” 캠페인이 진행되고 이란과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위협으로 유럽 3개국의 대이란 사업이 위태로워지자 2019년 1월 무렵 이란에 대한 프랑스, 독일, 영국(E3)의 제안이 분명해졌다. 물론 이러한 제재가 처음은 아니었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항상 많든 적든 제재를 받아 왔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리고 세계적인 자본 축적이 방해를 받게 될수록, 세계적 경쟁은 높은 수준에 이르고, 따라서 유럽의 각국 정부들은 미국에 맞서 거대한 미답의 이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앞뒤를 가리지 않게 된다.

2019년 1월 31일, 유럽 3개국은 다음과 같은 공식적인 선언을 했다. “프랑스, 독일, 영국은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보존한다는 굳은 약속을 하고 이를 위한 지속적 노력을 하겠다는 데 일치를 보았으며 …… 유럽 경제 운영자들과 이란 사이의 합법적 무역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조직인 ‘INSTEX SAS(무역거래지원기구)’ 창설을 선언한다.” 더 나아가 이 성명은, INSTEX가 초기에는 제약, 의료장비, 농식료품과 같이 이란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문들에 집중함으로써 이란과의 무역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향후 INSTEX를 통한 사업이 모든 종류의 제품을 포괄할 것임을 의미한다.

유럽 3개국은 INSTEX의 운영방식을 단계적으로 검토하여 정해갈 것이다. 다른 글에 기술된 그것의 공식 입장에 따르면, 이란과 사업을 하고 싶은 기업들은 INSTEX를 통해 물물교환을 할 수 있다. 달러 사용을 피하기 위해 화폐 없이 거래(예컨대 석유 대 기계)를 하는 것이다. 혹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국제은행간전기통신협회(SWIFT)’의 금융메시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INSTEX의 단계적 접근법에는 향후 거래 방식으로 물물교환이 아닌 유로와 같은 다른 통화 역시 포함된다. 미국은 세계 권력을 국제적 지불수단으로써의 달러 우위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처음부터 곧장 기술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2019년 6월 스위스에서 나온 한 사설은, 미국 달러의 역할이 전세계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유로의 사용은 늘고 있다는 사실을 다루면서 이러한 달러 우위의 감소는 대부분 트럼프의 제재 정치에 그 이유가 있다고 썼다. 제재 정치가 전세계적으로 기업들로 하여금 다른 통화를 사용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INSTEX의 사례를 들었다. “예를 들어 이란은 …… 더 이상 석유를 달러로 팔고 있지 않다. 주요 EU 국가들인 독일, 프랑스, 영국은―달러와 …… 미국의 제재를 피하면서―이란과 더 많은 무역을 하기 위해 특수금융기구(INSTEX)를 창설했다.” 이 사설이 나오기 사흘 앞서 워싱턴 D.C.의 영향력 있는 매체 「포린 폴리시」는 동일한 문제를 다루면서 INSTEX를 언급하는 글을 냈다. “유럽인들은 달러 독재로부터의 탈출 시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의 권력에 장기적 위험을 야기한다.” 요컨대 INSTEX가 분명 달러와 미국의 제제를 피하기 위한―그럼으로써 유럽의 대이란 사업을 증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쩌면 국제적 지불수단으로써 유로의 역할을 더욱 늘리는―목적에서 세워졌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행동태스크포스(FATF)

그렇지만 위에 나오는 INSTEX 관련 공식 선언을 보면, 유럽 3개국은 이란이 다자적 ‘금융행동태스크포스’를 완전히 수용해야 INSTEX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금융행동태스크포스는 돈세탁을 막기 위해 G7에 의해 설립된 것인데, 9/11 사태 이후에는 테러집단의 자금조달을 막는 것이 포함되었다. 현재 G20 국가들 전체를 포함해 39개국이 금융행동태스크포스의 회원국이고, 인도네시아는 참관 자격으로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금융행동태스크포스의 권고사항 준수를 위한 관할구역이 200여개나 된다. 그리고 사무국은 파리에 있으며 현재 의장은 중국 인민은행의 샹민 리우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금융행동태스크포스의 기준을 수용하고 있고 현재 중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란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란이 금융행동태스크포스의 기준을 수용하지 않으면 그것이 정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갈 것이고 그로써 국제 무역관계에서 더욱 고립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와 중국도 이란과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이란은 금융행동태스크포스를 수용할 지를 2020년 2월 16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금융행동테스크포스 총회 때까지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란은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다. 2019년 2월 4일에 이란은 INSTEX를 금융행동태스크포스의 기준 승인과 연계시키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두 문제는 서로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 이래로 이란은 이 뜨거운 이슈를 두고 매우 격렬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행동태스크포스와 미국의 이해관계

성직자, 비성직자를 막론한 이란의 보수세력은,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같은 조직들에 대한 자신들의 자금 지원을 다 들여다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일부 국가들(그중에서도 미국)은 이 조직들을 테러조직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유럽연합은 헤즈볼라의 군사 조직만을 테러조직으로 간주한다). 반면 “테러주의를 범죄로 다루는 이란의 법률은 ‘외국 점령, 식민주의, 인종주의를 종식시키고자 하는’ 조직은 예외로 둔다.” 금융행동태스크포스는 이 예외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위 인용문의 출처인 ‘오스트레일리아 전략정책연구소(ASPI)’의 분석에 따르면, 헤즈볼라와 같은 테러조직에 대한 후원이야말로 트럼프가 이란 핵합의에서 철수한 주된 이유였고 카셈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핑계였다. 그러나 이란 지역의 기본적인 경제적 관계와 균형을 더 폭넓게 보면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미국은 1979년 혁명 이래로 이란 이슬람 공화국과 전혀 경제교류를 하지 않았다. 반면 유럽 국가들과 중국, 러시아는 핵합의를 통해 이득을 보고 이란에서의 사업을 계속 늘려갈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더 나쁜 일은, 핵합의에 따라 이란은 15년 후(2030년)에는 제한 없이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이란을 미국에 대해 더 독립적으로 만들 것이다. [역자: 따라서 미국은 자신들에게 그다지 이익이 되지 않은 핵합의에서 탈퇴한 것이고, 그 후 INSTEX 창설과 이란의 금융행동태스크포스 수용 등을 통해 미국의 압력을 피해 이란에서의 경제적 이익을 늘려가려는 유럽 3개국의 시도를 방해하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의 헤즈볼라 지원이 핵합의를 탈퇴하고 카셈 솔레이마니를 살해하게 된 주된 요인은 아닌 핑계거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솔레이마니 암살 이후 1월 5일 이란은 핵합의에 따른 우라늄 농축에 대한 제한을 모두 풀겠다고 선언했다. 이란이 핵합의에서 멀어지는 데 있어 가장 큰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미국으로 하여금 핵합의에 대한 분쟁해결 절차를 개시하지 않으면 자동차 관세를 올리겠다고 유럽을 위협하는 기회가 되었다. [역자: 65일 기한의 분쟁해결 절차가 시작되어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유엔의 대이란 제재가 재개되며 이것은 핵합의를 파탄 나게 만들 것이다.] 분쟁해결 절차 개시는 이란으로 하여금 금융행동태스크포스 수용에서 더 멀어지게 만들려는 그럴싸한 시도였다. 솔레이마니가 암살되었지만 그것이 2월 중순 회의 때까지 지지를 끌어내려는 이란 내 금융행동태스크포스 지지자들의 의지를 꺾지는 못하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향후 대통령 선거 운동 때 이용할 긍정적 결과들이 필요하고, 영국 존슨 총리로 하여금 이란에 새로운 “트럼프 합의”를 제안하도록 만들었다. 2020년 1월 15일 로하니는 이것을 기괴한 것이라며 거부했다. 만약 이란이 금융행동태스크포스에 동의하고 INSTEX가 가동되기 시작한다면, 미국은 배제될 것이고 이란에 대해 더 큰 공격을 하기 위한 더 큰 핑계를 찾아야 할 것이다.

금융행동태스크포스를 둘러싼 이란 지배세력 내부의 분열

금융행동태스크포스의 기준을 받아들이자고 하는(그러나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금융행동태스크포스 체제를 악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반대하는) 이란의 성직자·비성직자 관리들로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외교부 장관 자리프, 경제부 장관 데즈파산드 등), 이란 중앙은행장 압돌나세르 헤마티, 이란의 현대화된 민간부문 대변자인 상공회의소 소장 페드람 솔타니, 테헤란 소재 민간부문 조직 ‘테헤란 무역국’에서 영향력이 큰 마소드 다네시만드, 호자톨레스람 알리 아크바 나테-로리 등이 있다.

그들의 반대편에는 보수, 신보수 성향의 성직자·비성직자 세력이 있다. 의회 의장 알리 라리자니와 ‘제베-예 파이다리(Jebhe-ye paydari, 안정성 전선)’이란 파벌 대다수, 전직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그의 배후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간부와 대원이 있고 대개 ‘안정성 전선’에 참여하고 있다), 모하마드 카타미,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 그리고 당연하게 하메네이가 임명한 ‘국가정책심의위원회’의 다수와 호자톨레스람 카젬 세디치(테헤란 금요예배회의 임시 이맘)과 ‘오솔게라(원칙주의자)’ 파벌 다수 등 하메네이에게 충성하는 세력이 그들이다.

‘원칙주의자’라는 뜻의 ‘오솔게라(Osulgera)’는 우익 파벌로, 대부분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1세대 보수 우익 정치인들로 구성되어 있고, 최고지도자를 지지한다. 반면 2세대들은 대개 2011년 후반에 만들어진 극우 파벌 ‘제베-예 파이다리’(‘이슬람 혁명 안정성 전선’, 줄여서 ‘안정성 전선’)에 모여 있고 전직 대통령 아마디네자드와 같은 사람들이 속해 있다. 이들에 맞서는 것이 개혁주의 진영인 ‘에스라-탈레반(Eslah-Taleban)’으로 카타미와 같은 사람들이 속해있다. 따라서 카타미가 금융행동태스크포스 수용에 반대하는 쪽에 속해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로하니 정부는 이 의제와 관련해 테러자금 조달에 관한 법률 개정안, 돈세탁방지법 개정안, 유엔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협약(팔레르모 의정서)에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참여, 유엔 테러자금 조달방지협약에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참여 등 4개의 법안을 제출했다. 앞의 두 개정안은 통과되어 발효되었다. 그러나 팔레르모 의정서와 테러자금 조달방지협약은 금융행동테스크포스 관련 지지세력과 반대세력 사이의 논쟁에서 큰 쟁점이 되었다. 정부와 이 두 법안에 반대하는 ‘헌법수호위원회’ 사이의 일진일퇴가 반복되었다. 그러나 공방은 국가정책심의위원회(이미 결정을 두 번이나 연기한 바 있다)에서 2020년 1월에 두 법안의 통과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하면서 종결되었다. 국가정책심의위원회의 다수는 솔레이마니 암살 이후 두 법안에 반대했으나, 일부 위원은 국가정책심의위원회가 2월 중순에 열리는 금융행동테스크포스 회의까지 통과에 대해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금융행동태스크포스 및 INSTEX와 관련된 이란 내부의 투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당히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고 이란의 (경제적) 존재감을 확대하는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2019년 이란 항의 시위 발발 직후인 11월 29일 6개국(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 추가적으로 INSTEX에 가입했고, 러시아는 INSTEX 창설 이후 이 조직을 통해 사업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가정책심의위원회가 이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정한 최종시한이 가까워짐에 따라 금융행동태스크포스 기준 수용을 지지하는 세력은 작년 12월에 TV, 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 왜 이란이 여기에 참여해야 하는지를 알리는 대대적 캠페인을 진행했다. 반대세력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전직 대통령 모하마드 카타미는 12월 27일 이란의 주요 신문인 ‘함샤흐리’의 한 사설에 인용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여기서 그는 금융행동태스크포스 조약이 유럽의 식민지 조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금융행동태스크포스에 대한 이란 좌파 지식인들의 관점은 무엇인가? 내가 아는 한 이 문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는 이란이 금융행동태스크포스 기준을 수용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란의 경우 해외 직접 투자를 끌어오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동시에 이란 헌법 44조가 경제를 국가, 사적, 협동적 부문으로 구분한 원래 조항대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44조는 하메네이가 이란 경제를 더욱 자유화하기 위해 2005년 5월 개정하였는데, 오로지 대규모 반(半)민간 회사들을 만들어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이란 혁명수비대만 이익을 보았다. 그런데 이것이 이란 민중이 직면한 진짜 문제다.

자본주의 이란은 두 개의 거대 제국주의 블록인 미국과 유럽의 싸움에 말려들어가 있다. 각자 자기 이해가 분명히 있는 러시아와 중국이 그 옆에 서 있다. 내 관점에서 볼 때 이란이 러시아, 중국, 역내 다른 국가들, 베네수엘라 등의 나라들과의 경제 관계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헌법 44조가 개정 이전으로 돌아가야만 그것에 성공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아마 2011년 이후 가택연금 상태인 무사비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란의 어떤 관리도 44조를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란 민중은 전세계 모든 진보세력과 함께 자본주의 세계 속에서 자신이 (경제적으로) 존재할 권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가열하게 투쟁해야 한다.

[번역: 황정규]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