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탐욕이 편의점노동자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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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4일 새벽 3시 30분, 경상북도 경산에 위치한 CU편의점에서 한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손님에 의해 칼에 찔려 살해당했다. 표면상 ‘늘상 있는 단순한 강력범죄사건’처럼 인식될 수 있는 이 사건은 사실 그렇게 가볍게 넘길만한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은 남한의 시급제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낸 자본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사건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본의 이익을 위해 구성된 일터, 편의점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편의점, 그런 곳에서 흉기를 이용한 살인이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라고 의구심을 가질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편의점의 구조나 운영시스템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는 사실상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편의점의 계산대는 근무자를 완전히 감싸는 형태인 ‘ㄷ’자 형태로 되어 있다. 별도의 비상구도 전혀 없기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시 노동자가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단 한쪽 방향으로만 나 있는 쪽문밖에 없으며, 이 곳을 누군가가 막을 경우 노동자가 탈출할 수 있는 길은 전혀 없는 구조이다. 이는 비단 해당 편의점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한의 모든 편의점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이다. 그리고 이런 구조적 문제는 자본의 이윤만을 고려한 결과로 생겨난 것이다. 애초에 이런 폐쇄적인 형태의 계산대가 생겨난 이유는, 보다 많은 상품을 효율적으로 진열할 공간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자본은 비상구나 비상벨체계 등의 노동자를 위한 자위수단 확보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인테리어적인 측면뿐만이 아니라, 편의점의 운영시스템 역시 오로지 자본의 이윤극대화만을 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편의점은 24시간동안 쉬지 않고 운영된다. 그리고 자본은 가맹점주들에게 전기료 등을 지원하는 유도책으로 사실상 24시간 영업을 모든 편의점에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24시간 영업을 위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야간노동에 대한 권리보장은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편의점은 5인미만 사업장이기에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가 되어 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야간수당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으며, 자위수단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각종 폭력에 노출된 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대부분의 점주들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야간에도 1인 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기에 노동자 개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위험부담은 더욱 크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사건이 일어난 CU편의점의 본사인 BGF리테일의 경우, 이윤 극대화를 위해 산재보험에조차 가입하지 않고 있다.

BGF리테일의 태도, 자본 자신의 이익을 향한 솔직한 태도

사건이 발생한 바로 다음날,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에서는 CU편의점의 본사인 BGF리테일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BGF리테일 총무팀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BGF리테일 측은 유가족과 적극 협의할 것이며, 추후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하였다. 그러나 그 뒤 3개월간 BGF리테일은 유가족 측에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았다. 노동자가 근무 중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해당 노동자가 소속된 회사 측이 장례식에 조문하러 오는 것이 최소한의 상식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BGF리테일은 피해자의 장례식에 단 한명의 관계자도 보내지 않았다. 피해보상 등은 일체 없었으며, 해당 사건이 발생한 편의점의 가맹점주가 개인적으로 한 조의만이 있을 뿐이었다. (해당 편의점은 현재도 여전히 영업 중이다)

3월 23일, BGF리테일은 공개면담을 요구하는 CU대책위의 요구를 거부하며 문을 굳게 걸어잠그었다. (사진=CU대책위 제공)

유가족은 회사측의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사과와 공개면담 및 실질적인 위험예방대책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고, ‘경산CU편의점알바노동자살해사건 해결 및 안전한 일터만들기 시민대책위원회(CU대책위)’가 결성되어 유가족의 입장을 전달하였으나 BGF리테일은 밀실에서의 비공개면담만을 제안하며 CU대책위를 통하지 않고 유가족을 회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가맹점주의 권한과 의무를 본사가 대신할 수는 없다”며 자신들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말만을 반복하면서, 4월 4일에는 CU대책위 및 유가족과 어떠한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홈페이지에 형식적인 사과문을 팝업창 형태로 게재한 뒤 1주일도 안 되어 내려버리는 기만적인 행태만을 보여왔다.

BGF리테일이 CU대책위 측에 보낸 공문. 모든 책임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자료=CU대책위 제공)

사건이 발생한 지 만 4개월째인 4월 13일 저녁에는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추모문화제가 개최되었다. 참가자들은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일체의 배상도 없이 기만적인 사과만 잠시 하고 모든 것을 넘겨버리려는 BGF리테일의 태도를 규탄하였으며, 사측이 올린 사과문은 사과가 아니라는 의미로 사과문에 썩은 사과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일이 진행되는 와중에 BGF리테일의 홍석조 회장 및 그 일가는 지난달인 3월, 무상증자(기업의 자본잉여금으로 발생하는 신주(新株)를 주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것)를 통해 220억 원 가량의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를 위한 일터가 되려면

4월 13일 추모제에 참석한 참가자들은 “알바 없이 CU 없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BGF리테일은 작년 한해동안 217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연간 5천여건의 폭력사건을 감내하면서 묵묵히 일해 온 노동자들 없이는 이런 영업이익이 어디에서도 나올 수 없다. “알바 없이 CU 없다”라는 구호는 그야말로, 모든 기업과 자본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쌓아올린 것이라는 본질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자신이 만들고 있는 일터의 구성 및 설계에조차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오직 이윤만을 위한 설계가 이루어지며, 실제 현장에서 가장 많은 책임과 희생을 강요받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편의는 일체 고려되지 않고 있다. 진정한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일터의 인테리어 및 설계 등에 있어서까지 노동자들이 그것을 스스로 계획 및 통제하고 구성할 수 있게 되어야만 한다.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인간의 생활 및 생체리듬 등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본의 이윤만을 위해 고안된 24시간 영업 자체를 근본적으로 되물어야 한다. 우리는 ‘아무 때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24시간 영업이 과연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편리한 것이라고 학습되어 온 결과인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노동계급의 건강과 안전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편의점뿐만이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사람을 갉아먹는 야근과 24시간 영업을 그만두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한 줌도 안 되는 대선후보들이나 ‘전문가’들에게 기대는 것이 아닌, 전 사회적인 연대를 통해서만 비로소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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