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30시간 노동제로 일자리를 나누자!

0
388

늘어나고 있는 주30시간 노동제에 대한 관심

그런데 요즘 기대가 되는 것이 있습니다. 주4일제를 많은 분들이 토론들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지금 당장 하네 코로나 이후에 하네, 그런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중 몇몇 분들이 지금 당장 시행해도 무리가 없다, 주4일제가 괜찮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에 마음을 실어서 ‘조금만 힘내주세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난 1월 23일 낮 12시, 아이돌 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정은지가 진행하는 KBS 라디오 프로그램 ‘정은지의 가요광장’은 주4일 노동제가 요즘 많이 논의되고 있다는 오프닝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주40시간 노동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주52시간 노동제로, 탄력근로제로 노동시간을 늘리기에 혈안이 된 문재인 정권 시절에 ‘웬 주4일 노동제지?’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조차 거론될 정도로 주4일, 혹은 주30시간 노동제에 대한 관심이 어느새 늘어나 있는 것이다.

“주30시간으로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과도적 요구

주4일 노동제는 주30시간 노동제와 사실상 대동소이한 것으로, 이미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에서는 청년 요구안의 하나로 노동시간을 주30시간으로 단축하여 일자리를 나누자는 주장을 제기했다(『사회주의자』의 기사 「청년 일자리 문제, 무엇을 요구하며 싸울 것인가」를 참고할 것).

청년 노동자들은 비정규직과 실업 문제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데, 가령 2020년 8월 전체 비정규직 중 15세 이상 29세까지의 비율은 19.2%에 달했다. 또한 공식 청년 실업률은 2020년 11월 8.1%에 달했고, 실업상태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어 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20-30대는 2020년 11월에 2019년 11월에 비해 40.4%나 늘었다. 같은 기간 20-30대 구직단념자도 대거 증가했다. 수많은 청년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주30시간만 노동하고 그 만큼 줄어든 노동시간을 다른 노동자들과 나눈다면 실업과 비정규직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30시간 노동제는 비단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에 그치지 않고 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회에서 마련한 과도적 요구에도 포함되었다(『사회주의자』의 기사 「과도적 요구에 대해 토론하고, 과도적 요구를 내건 투쟁을 공론화하자!―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회, ‘현시기의 과도적 요구’ 토론회를 개최하다」와 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과도적 요구’를 참고할 것). 이에 따르면 “노동시간에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장시간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상위그룹에 속한다. 주5일제의 부분적 실시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장시간 노동이 계속되는 이유는 잔업과 특근이 많기 때문이다. 생산력의 발전에 따라 노동시간의 단축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잠재적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일자리 문제에서도 그러할 뿐 아니라 앞으로 인간적인 삶의 문제를 전면화한다는 측면에서 노동시간 단축문제를 노동자계급은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시간을 30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근거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선진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필요노동시간에 대한 잉여노동시간의 비율은 300% 정도이다. 즉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잡으면, 원래는 이 중 2시간 정도만 노동해도 노동자가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것을 충분히 얻어낼 수 있지만,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해 6시간이나 더 노동을 해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각종 기술과 생산력은 주 30시간 이하로 일해도 풍요로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였다. 그런데도 노동자가 주 52시간조차 초과하여 장시간 노동해야 하는 것은 오직 자본가들이 잉여노동시간을 늘려서 이윤을 얻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단축한 노동시간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점에서도, 노동시간을 단축함으로써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다는 점에서도 노동시간을 30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은 매우 필요하고 바람직한 일인 것이다.

자유주의자조차 주장하는 주30시간 노동제

심지어 일부 자유주의자들조차 주30시간 노동제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주30시간 노동제를 주장하고 있는 주된 인물로는 자유주의 성향의 소수정당인 시대전환의 조정훈 의원이 있다. 조정훈은 세계은행에서 일하다가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였다. 그 후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이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광재가 있는 여시재에서 부원장, 아주대학교에서 통일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그리고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시대전환’이라는 당을 창당했다. 시대전환은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합류하였고 조정훈이 비례대표 6번을 공천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조정훈은 이미 신세계, SK, 에듀윌, 엔씨소프트 등 일부 기업에서는 주4일제를 시행해보았다면서, 주4일제를 할 경우 임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데 “임금이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정부가 메시지를 내고, 필요하다면 지원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시간이 줄어들 경우, 휴일에 이루어지는 노동자들의 소비로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늘고 문화산업·레저산업도 커지게 된다고도 말한다(미디어오늘, 「“‘주4일제’ 도입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2021. 1. 23.). 또한 주4일제를 통해 “가족들과 웰빙이 가능하고 여성에 대한 고용차별이 줄어들 수 있”고 “환경오염(미세먼지)과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노동시간단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매일노동뉴스, 「국회서 ‘주 4일 근무제’ 공론화 시동걸리나」, 2020. 12. 17.). 그와 같은 자유주의자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지금 우리 사회가 주30시간 노동제를 실시해도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주30시간 노동제

전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은 오랜 시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투쟁해왔고, 8시간 노동제가 노동자들의 대표적 구호였다. 주40시간 노동제는 1935년 6월 국제노동기구 제19차 총회에서 주40시간 노동제에 대한 조약을 채택한 후 확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프랑스는 1936년 6월 인민전선 내각 하에서 주40시간 노동제를 실시하였다. 또한 프랑스는 주35시간 노동제도 1998년에 가장 먼저 실시하였다. 주30시간 노동제는 일부 나라의 일부 기업에서 실시되기는 하였으나 아직 본격 도입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주30시간 노동제 도입 논의가 국제적으로도 활발해지고 있다.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작년 8월 당대회에서 주4일 노동제의 도입을 당론으로 정했고, 뉴질랜드의 유니레버는 비슷한 시기 임금삭감 없는 주4일 노동제를 시험 도입했다. 스페인의 경우연립 중도좌파 정부에서 기업이 노동시간을 임금 삭감 없이 32시간으로 줄일 경우 정부 지원을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독일 금속노조 IG Metall 역시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주4일 노동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독일 금속노조는 2018년 원하는 조합원의 경우 주28시간 노동을 할 수 있는 단체협약을 쟁취한 바 있다. 핀란드에서도 산나 마린 수상이 1일 6시간 노동제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주30시간으로의 노동시간 단축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는 이유로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크게 거론된다. 그 뿐 아니라 경제공황 시기에 노동시간 단축은 기존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자동화와 같은 생산력 발전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도 주30시간 노동제의 근거로 제기된다. 주30시간으로의 노동시간 단축이 가져다주는 장점으로 여성 친화적 측면, 환경적 측면, 삶의 질의 측면 등이 거론되기도 한다. 여기에 “임금 삭감 없는”이 중요한 전제로 덧붙는다.

노동시간 단축을 가로막는 자본주의 체제

한편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해진 가장 큰 객관적 요인은, 자본주의에서 발전한 생산력으로 인해 인간이 적은 노고와 짧은 노동시간으로 모든 사람을 풍족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발전한 생산력의 성과를 인간 모두를 위해 이용하고 노동시간의 획기적 단축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은 자본주의로 인해 방해를 받게 된다.

첫 번째로 자본주의에서 자본가들은 이윤 획득을 지상의 목표로 삼는데, 이 이윤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활수단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필요노동시간을 초과하여 일하는 잉여노동시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가들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시간을 무제한으로 연장하려는 충동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노동일의 연장은 외적 강제가 없을 경우 노동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능력의 파괴로까지 이어진다. 노동자들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시간을 법적으로 제한하기 위해 싸운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다(이에 대해서는 성두현의 「『자본론』 읽기 ⑩: 제10장 노동일 제2~4절―자본주의에 대한 맑스의 통렬한 고발장」을 참고할 것).

두 번째로 자본주의에서 생산력이 발전하고 이전보다 더 나은 기계가 도입되는 경우, 그것은 노동자의 수고를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잉여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 결과 새로운 기계의 도입은 노동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아닌 노동시간을 비약적으로 연장시키는 수단이 된다(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성두현의 「『자본론』 읽기 ⑭: 기계와 대공업(1)―노동자의 저항을 무력화시킨 기계의 도입」을 참고할 것).

따라서 주30시간 노동제에 대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조정훈과 같은 자유주의자의 바람과는 달리, 주30시간 노동제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개되어야 하고, 여기에 노동시간 연장을 통해 이윤을 늘리는 자본주의를 문제 삼는 투쟁이 함께 전개되어야 한다. 주30시간 노동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일자리를 나누자는 요구가 과도적 요구의 성격을 띠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과도적 요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성두현의 「과도적 요구를 과감하게 제기하고 투쟁하자!」를 보기 바람).

실제 한국에서도 주40시간 노동제의 도입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낳은 성과였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1997년 IMF 사태 이후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적극 요구했다. 이것은 김대중 정권이 주40시간 노동제를 부분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요구가 다시금 노동자계급의 주요한 요구로 등장할 때다. 주3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일자리를 나누자고 요구하며 투쟁하자!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