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의 경계, 청와대 앞 100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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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투쟁사업장 공투위)’는 지난 6월 7일부터 문재인 정권에 ▲정리해고・비정규직 노동악법 폐기 ▲노동법 전면 제・개정을 통한 노동3권 보장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에 대해 답할 것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 100미터 지점에서 16일간의 집중 투쟁을 전개했다.

왜, 투쟁을 하고 있는가?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에서 함께 투쟁하고 있는 동양시멘트지부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원청인 삼표시멘트에 정규직 직접고용을 요구했다가, 하청업체와의 도급계약 해지라는 꼼수로 101명이 해고됐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자, 갑자기 전기공사를 한다고 조합원들이 속한 하청업체만 출근을 하지 말고 쉬라고 하더니 그날 170명의 노동자들이 문자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진우3사(진우공업, 정우기업, 진우JIS) 노동자들 또한 마찬가지로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도 이행할 의지가 없는 현대자동차자본에 의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공장에서 쫓겨나 1년이 넘도록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민주노조사수 투쟁위원회 노동자들은 일방적인 공장폐쇄로 전노협 때부터 지켜왔던 민주노조를 없애려는 음모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자동차판매연대노동조합 노동자들은 현대자동차 판매의 위탁 대리점 노동자로 노동조합을 할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콜트콜텍지회 노동자들은 어이없게도 미래에 다가 올 경영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리해고는 유효하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당해 10년째 거리에서 정리해고 분쇄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이 노동자들 모두는 민주노조를 만들고, 민주노조를 지키려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된 노동자들이다. 노동조합 그 자체가 해고의 이유였고, 자본에 복종하지 않았고, 타협하지 않았다는 것이 해고의 모든 이유였다. 이렇게 노동조합을 둘러싼 이들의 갈등은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사이에 화해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계급적 진실을 드러냈다.

공동투쟁위원회 노동자들은 그래서 정리해고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 라는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를 걸고 있다. 자신만의 요구를 넘어서서, 개별적인 투쟁이 아니라 공동투쟁으로, 전체 노동자의 일반적이며 공통의 이해를 걸고 투쟁하고 있다. 이런 요구를 건 공동투쟁위원회를 대하는 정권의 태도가 어떠하리란 것을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몸자보를 착용했다고 기자회견 참석을 가로막고 있다.

정권교체 후, 달라졌는가?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많은 사람들이 현 정권에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공동투쟁위원회 노동자들은 16일간 투쟁을 통해 촛불로 집권한 현 정권이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어떤 계급적 태도를 갖고 있는지 분명하게 확인했다.

경찰과 종로구청은 정당하게 신고된 집회 물품인 현수막을 탈취했으며, 비가 오는 날 비를 막기 위한 비닐도 탈취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쓰러지고 경찰의 폭력에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또한 화장실을 가려고 하면 경찰 몇 명이 따라붙어 화장실까지 쫒아들어와 감시하는 반인권적 만행을 저질렀다.

50년만에 청와대 앞길을 개방한다고 요란하게 떠들었지만, 공동투쟁위원회 노동자들에게는 이것은 예외였다. 많은 시민들이 분수대 앞을 자유롭게 오가며 기념사진을 찍고, 또한 박근혜 정권부터 억울한 일을 당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내걸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투쟁위원회 노동자들만큼은 절대로 자유로운 통행이 허용되지 않았다.

경찰이 통행을 제한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몸자보’였다. 몸자보는 노동자 자신들이 싸우는 이유와 요구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착용하는 조끼모양의 덧옷을 말한다. 거의 모든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산별과 노동조합 조끼에 구호를 적어 착용하기도 하지만, 특별한 내용을 더 많이 담기위해서 착용하는 것이 몸자보다. 그래서 몸자보는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상징인지 오래됐으며, 일상적으로 착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몸자보를 벗으라는 것이다. 정권이 언제부터 노동자들의 복장을 관리했는가. 이 얼마나 오만하고, 한편으로는 어이없는 폭력적인 태도인가.

비록 1인시위이긴 하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이 분수대 앞 1인시위를 하거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공동투쟁위원회 노동자들에게만 법적 근거도 없는 ‘몸자보 착용’을 이유로 자유로운 이동과 행동을 가로막는 이유가 무엇일까?

공동투쟁위원회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을 넘어 중요한 노동자의 요구인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온전한 노동3권 쟁취와 노동법 전면 제·개정’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투쟁위원회 노동자들이 자본가정권에 맞서 이런 요구를 하고 있기에 때문에,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할 수밖에 없는 자유주의세력인 현 정권은 무시하고, 무력화시키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문재인이 분수대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시민들은 만나도 16일 동안 청와대 앞에 있던 공동투쟁위원회 노동자들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이유이다.

변화의 시작은 투쟁으로

문재인 정권은 자유주의 세력으로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권이다. 노동조합 탄압에 앞장섰던 법무법인 김앤장의 출신들이, 삼성그룹 출신들이 청와대로 속속 집결하고 있고, 이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권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민주노총이 일자리위원회 참여로 현 정권과 협력하는 모양새로 가고 있고, 민주노총 가맹조직인 많은 산별노조들이 스스로의 투쟁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과의 협력을 통해서 자신들의 권리를 챙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기대감을 설득하며 투쟁하려는 동지들의 투쟁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인 것도 사실이다.

자유주의 정권의 한계, 그 계급적 본질은 자본주의에서 가장 첨예하게 갈등할 수밖에 없는 노동문제를 통해서만 제대로 본질이 드러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투쟁으로 변화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공동투쟁위원회 노동자들은 이런 현 정권의 계급적 진실을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공동투쟁위원회 노동자들의 투쟁이 지금 돋보이는 이유이다.

투쟁은 더 날카로워져야 한다

7월 6일, 16일 간의 투쟁을 폭력으로 탄압했던 종로경찰서장과 종로구청장에 대한 고발 기자회견을 끝으로 공동투쟁위원회는 청와대 앞 100미터의 농성을 접고 정부종합청사 농성장으로 내려왔다. 물론 이날 기자회견도 몸자보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분수대 앞으로 가지 못하고 경찰의 막무가내 저지에 밀려 도로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공동투쟁위원회는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6일간의 청와대 앞 농성투쟁을 통해서 공동투쟁위원회 노동자들은 현 정권의 계급적 본질을 적나라하게 경험했다. 현 정권에 더 이상의 기대는 없을 것이며 더 단호한 투쟁으로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투쟁이 더 전진하기 위해 몇가지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는 생존권투쟁에서,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통해서만 유지되는 자본주의에 맞선 보다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투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아무리 전투적일지라도, 생존권 그 자체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이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지 않고는 우리의 투쟁은 수세적인 다람쥐 쳇바퀴도는 듯한 투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은 반드시 새로운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함께 할 때 가능하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을 스스로 그리지 못한다면 우리의 투쟁은 이 전의 많은 투쟁이 그랬듯이 근본적인 지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개개인의 정치적 자각과 성장을 위한 조직적이며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투쟁의 방향이 정권에 자신들의 필요를 요구하는 투쟁을 넘어서, 자본가계급에 대한 직접적인 대결과 노동자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고민해 가야 한다. 아울러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의지와 힘을 조직해서 자본주의의 위기로 인해 갈수록 타협하기 어려워져가는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대립전선을 더욱 선명하게 하는 전체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확대, 발전하기를 바란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기대를 한껏 가지고 있는 현재 노동운동의 상황에서 공동투쟁위원회는 타협이 아닌 투쟁을 선도해왔던 공로가 분명하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공동투쟁위원회의 투쟁에 관심을 가지고 연대해야 한다. 또한 이와 아울러 노동운동이 더 날카롭고 더 단단해 지기 위해서, 가장 앞선, 날카로운 창끝이 되어 이 자유주의 정권을 넘어서고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지금까지의 투쟁에 결부되어야 한다.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 모두의 희망은 오직 우리 스스로의 투쟁으로만, 새로운 사회인 사회주의에 대한 거침없는 상상력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청와대 앞 100미터는 화해할 수 없는 계급전선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제 새로운 투쟁을 함께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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